쌍용차 'P플랜' 신청 임박…산업은행 판단에 촉각

"사업 가능성 입증하고, 노조 고통분담 약속해야 지원 가능"

금융입력 :2021/02/22 17:42    수정: 2021/02/22 18:53

위기에 놓인 쌍용자동차가 단기 구조조정(P플랜) 신청을 앞두면서 키를 쥔 산업은행으로 시선이 모이고 있다. 쌍용차 회생의 전제 조건인 P플랜을 성사시키려면 채권단 대표 격인 산업은행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쌍용차가 신규 투자를 확정짓지 못한 데다, 노조도 임단협 주기 3년 연장과 파업 금지 등 고통분담에 대한 확답을 미루고 있어 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잠재적 투자자 HAAH오토모티브와 협상을 이어가는 쌍용차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산업은행)

현재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지분율 75%)는 지분·채권 삭감을 위해 인도 중앙은행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번주 초 중앙은행으로부터 승인을 얻으면 HAAH오토모티브와의 쌍용차 투자 계약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쌍용차의 P플랜 신청을 위한 준비 작업이다. P플랜은 법원 주도의 법정관리와 채권단 중심의 워크아웃을 결합한 단기 구조조정을 뜻한다. 법원이 강제로 채무를 조정한 뒤, 채권단이 신규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엔 마힌드라의 지분율을 낮추고, HAAH오토모티브가 2억5천만 달러(약 2천8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에 오르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쌍용차는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 방향이 가닥을 잡으면 다음달 중 법원에 P플랜을 신청할 계획이다.

관건은 산업은행의 행보다. 채무조정과 신규 투자를 수반하는 P플랜을 이행하기 위해선 투자자와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의 합의가 필요해서다. 더욱이 HAAH오토모티브는 산업은행 측에도 약 2천50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구했다.

산업은행 측은 여전히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에 대한 판단 없이 지원 여부를 논하긴 어렵다는 이유다.

지난 2일 산업은행 측은 쌍용차가 잠재적 투자자의 사업계획을 포함한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면 외부전문기관의 타당성 평가 후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쌍용차가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해야만 추가 대출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노사의 고통분담을 조건으로 제시하며 쌍용차 노조가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흑자를 내기 전까지 쟁의행위를 중지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쌍용차 전반엔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투자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것은 물론, 산업은행 측 조건을 둘러싼 노조와의 협상도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다만 일각에선 쌍용차가 신규투자를 성사시킨다면, 산업은행도 이를 외면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선이 적지 않다. 국책은행으로서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관련기사

정부도 쌍용차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산업적 측면에서 봐야한다"면서도 "고용도 있고 하니 쌍용차를 살리는 게 괜찮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쌍용차가 신규 투자를 확정짓지 못해, 은행 차원에서도 투자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