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D-택트] 금융플랫폼 대문 'KB모바일 인증서', 뱅킹 판도 바꿀까

마이데이터까지 바라본 KB국민은행

금융입력 :2021/02/20 08:03    수정: 2021/06/03 16:14

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지금, 한 주간 금융업권의 디지털 이슈를 물고, 뜯고, 맛보는 지디의 '금융 D-택트'를 매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디지털 전환의 뒷 이야기는 물론이고 기사에 녹여내지 못했던 디테일을 지디넷코리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2020년 12월 10일 개정 전자서명법 시행으로 공인인증서의 법적 지위가 폐지됐습니다. 정부가 인증한 인증서가 '공인인증서' 한 종류였다면 이제는 다양한 업체의 인증서도 이용될 길이 열린 것이지요. 올해 국세청에서 이동통신사의 '패스(PASS)'·카카오·네이버 등의 인증서로 연말정산간소화 서류를 내려받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개정법이 시행된 데 따른 것입니다. 

기술 기반 기업이 인증서를 내놨던 것이 그리 놀랍진 않습니다.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톡에서 이들이 만든 인증으로 본인 확인을 해왔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은행권서는 최초로 KB국민은행의 'KB모바일인증서'도 이 역할을 수행해, 고객은 물론이고 경쟁 은행으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왜 국민은행이 KB모바일인증서를 서비스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었습니다. KB국민은행 개인뱅킹플랫폼부 팀장은 "인증은 플랫폼의 첫 관문이자 대문인 격"이라며 "금융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는 국민은행 입장에서 첫 관문을 다른 곳에 맞길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부서 팀장은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카카오페이 인증을 쓴다고 가정하면 어느 사이트에서 어떤 로그인 방식으로 로그인하는지 어떤 거래를 하는지에 대한 고객 데이터가 네이버가 아닌 카카오페이에 쌓이게 된다"며 "경쟁사일지도 모르는 곳에 소중한 데이터를 빼앗기는 격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KB국민은행이 내놓은 KB모바일인증서.

KB국민은행은 모바일 뱅킹은 물론이고 공공기관, 다양한 곳에서 KB모바일인증서를 통해 고객 유입과 움직임에 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덧붙여 고객을 플랫폼에 묶어두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넘버 원 리딩 금융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던 일, 그리고 마이데이터(본인 신용정보 관리업)의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첫 단추가 KB모바일인증서인 셈이기도 합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인증서와 비교해 은행이 만든 인증서는 무엇이 다를까 하는 궁금증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부서 팀장은 "유심칩 아니면 스마트폰 안에 있는 물리적인 하드웨어에 인증키가 저장이 되는데 이는 KB국민은행밖에 안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외에도 이 인증서로는 1일 5억원까지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빅테크의 인증서와는 다른 점일 것입니다. 팀장은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해 영업점에서 직접 KB모바일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게 한 점도 특징"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렇지만 KB모바일인증서는 발급이 네이버 인증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편입니다. 이에 "단순히 공공기관 로그인 뿐만 아니라 금융 거래가 되는것이라 쉽게 만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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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미지투데이

앞으로 KB국민은행은 KB모바일인증서를 통해 KB금융지주 자회사의 로그인을 하나로 연결하는 '싱글 사인 원(Single sign on)'을 접목합니다. KB증권에선 본인 확인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한 번 로그인 시 유지되는 '축약서명'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범용성을 더 넓히기 위한 작업도 병행하고요.

KB국민은행 개인뱅킹플랫폼부 팀장은 "인증하고 엮을 수 있는 신사업이 많다"며 "문서를 통지해주고 그런 것들인데 전략상 공개는 어렵다"고 웃었습니다. 팀장은 "다양한 은행에서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아마 많은 은행들의 인증서가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