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규제' 두고 금융위-한국은행 간 대립 첨예

한국은행, 전금법 개정안 상정 앞두고 '빅브라더' 강하게 반발

금융입력 :2021/02/17 14:24    수정: 2021/02/17 15:39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윤관석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을 통해 행정 입법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17일 정무위에 상정될 것이란 관측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라더'를 용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금법 개정안은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 등 기술 기반 업체의 금융 거래 내역을 통제하는 일명 '빅테크 규제'법안이다. 빅테크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금융사고나 금융시스템 혼란을 피하기 위해 거래 내역 정보를 금융결제원의 지급결제시스템에서 관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17일 한국은행은 금융결제원의 지급결제시스템에서 빅테크의 거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모든 거래자의 거래내역을 감시하는 '빅브라더'를 용인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특히 금융결제원의 지급결제시스템에서 처리되는 빅테크의 거래내역을 금융위원회가 감시·감독하는 권한도 갖게 되는데 이는 가정폭력을 막기 위해 모든 가정에 폐쇄(CC)TV를 설치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한국은행 측은 "지급결제시스템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구축해놓은 것"이라며 "빅테크 업체를 거래정보 수집에 이용하는 것은 이를 소비자 감시에 동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법무법인 두 군데에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도 공유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의 시스템 상에서 빅테크의 내부거래 정보가 포함될 경우 개인 사생활 침해도 가능하다. 내부거래는 빅테크 서비스 안에서 이뤄지는 거래를 뜻하는데,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서 머니를 충전해 다른 쇼핑몰에서 결제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 경우 고객의 쇼핑 내역 등 개인 생활과 밀접한 정보가 국가 기관에 공개된다는 게 한국은행의 주장이다.

한국은행은 ▲금융실명제법 제4조(금융거래의 비밀보장) ▲신용정보 이용·보호법 제32조(개인신용정보의 제공·활용에 대한 동의) 및 제33조(개인신용정보 이용의 제한)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공 제한) 등을 들면서 금융결제원의 지급결제시스템에서의 빅테크 거래정보 공유 내용은 빠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은행에선 지난해부터 전금법 개정안의 이 내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해왔다. 빅테크의 거래내역이 지급결제시스템에서 관리될 경우, 금융결제원에 대한 감시·감독의 권한을 금융위에 일부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해 11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전금법 개정안에 모두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한국은행 영역인 지급결제청산업을 건드리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금융결제원은 한국은행에서 떨어져 나온 조직으로 비영리사단법인이며 사원총회 의장도 한국은행 총재라 업무 전반에 대해 포괄적으로 감독 권한을 갖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뜻을 밝혔다.

그는 "중앙은행의 고유 기능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중대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으며 (금융위 방침은) 과도하고 불필요한 관여가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며 "금융결제원은 금융 기관 간 자금이체를 정산하는 기관인데 금융기관이 아닌 (빅테크의) 내부 거래까지 시스템에서 보는 것은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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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2시30분부터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전금법 개정안 관련 토론회가 열릴 계획인데, 금융위 측 인사도 토론 패널로 참석해 금융위 입장을 명확히 밝힐 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한국은행과 금융위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이다. 두 기관의 입법대리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라 2월 임시국회서 어떤 결론을 낼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