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금융위에 진정서 제출…"안진회계법인 조사해달라"

"회사에 경영상 피해 발생…잘못된 관행 바로잡아야"

금융입력 :2021/02/16 10:22    수정: 2021/02/16 15:49

교보생명이 검찰의 주요 피고인으로 기소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와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조사·제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딜로이트안진과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 관계자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들이 FI의 풋옵션 청구 과정에서 교보생명의 주식가치를 부풀려 평가했다는 이유에서다. 교보생명 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지분율 24%)은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베어링 PE ▲IMM PE등과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이뤄져 있다.

교보생명 측은 "어피니티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이 공소장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 수사로 드러난 공모 혐의 등이 통상적인 과정에 불과했다고 하나, 이는 결국 '독립성을 지켜야 할 회계법인의 평가업무에 의뢰인이 직접 개입했다'는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를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면서 교보생명의 입지가 흔들린 것은 물론, 심각한 경영상 피해가 발생했다"며 "특정 기업이 피해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도 파급효과를 미친다고 판단해 금융당국에 철저한 조사를 요청하게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교보생명과 FI의 악연은 2012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신창재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의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천원으로 FI 측에 넘기며 회사가 3년 내 상장하지 않으면 주식 매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기한 내 교보생명의 상장이 이뤄지지 않자 FI는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고, 신 회장은 계약의 적법성과 유효성 부족을 이유로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양측의 갈등이 촉발됐다.

특히 딜로이트안진이 산출한 주당 40만9천912원의 풋옵션 행사 가격이 신 회장 측 생각(약 20만원)보다 높다는 게 쟁점이었다.

이에 교보생명은 작년 3월엔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평가업무 기준 위반 혐의로 딜로이트안진을 고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현재 신 회장과 FI는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중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회계법인과 사모펀드 관계자가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막대한 수익을 내는 게 용인된다면 우리나라의 자본시장 질서는 무너질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철퇴를 가해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