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구글 "뉴스 사용료 내라, 못낸다" 공방

뉴스미디어협상법 추진하자 "검색시장 철수" 압박

인터넷입력 :2021/02/16 10:15    수정: 2021/02/16 13:5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에 뉴스 사용료를 부과하려는 호주의 시도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결과에 따라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구글은 “호주 검색시장 철수 불사”를 외치며 강력 대응하고 있다.

미국 씨넷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달 호주 정부가 검색 결과에 표출되는 뉴스 링크와 스니펫(snippet)에 대해 사용료를 부과하는 법을 통과시킬 경우 검색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스니펫이란 검색 키워드에 대한 정보나 질문에 대한 답을 담고 있는 글을 의미한다. 구글의 스니펫은 URL, 제목, 세부설명으로 구성돼 있다.

"검색결과나 뉴스피드에 사용된 뉴스에 대가 지불해야"

구글이 반발하는 것은 호주 정부가 지난 해 7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뉴스 미디어 협상법(News Media Bargaining Code)’ 때문이다. 이 법은 구글·페이스북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언론사들과 콘텐츠 사용료 협상을 진행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구글과 페이스북은 검색결과로 나오거나 뉴스피드에 기사가 뜰 경우에 해당 언론사에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언론사와 협상에 실패할 경우 호주 정부가 중재하도록 했다.

구글은 호주의 이런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호주에 굴복할 경우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요구를 해 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호주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글은 ‘호주 검색시장 철수’란 카드를 내세워 압박하고 있다. 현재 구글은 호주 검색 시장의 95%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반면 호주가 구글 전체 검색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준에 불과하다.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사진=씨넷)

검색 시장 철수란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구글보다는 호주가 더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1월 21일 “협박에는 대응하지 않는다”며 강경 입장을 보였다. 그는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법률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호주와 구글 간의 갈등은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 씨넷에 따르면 모리슨 총리는 지난 주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건설적인 대화를 진행했다.

하지만 호주 상원이 지난 12일 하원에 뉴스미디어협상법 통과를 권고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양측의 긴장이 또 다시 고조되고 있다.

뉴스미디어협상법은 지난 해 12월 하원에 넘어간 상태다.

구글은 검색 스니펫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오픈 인터넷’ 정신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미디어협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조정 과정이 과도한 이용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이 더 걱정하는 것은 호주가 선례가 될 가능성이다. 브룩클린 로스쿨의 프랭크 파스퀘일 교수는 씨넷과 인터뷰에서 “구글이 전 세계 시장에서 모든 단계 규제와 싸우는 상징적인 사건이다"면서 “매우 강력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 2014년 스페인에선 구글 뉴스 서비스 중단하기도 

구글의 시장 철수 압박이 실제로 실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글은 2014년  스페인이 언론사에 저작권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키자 구글 뉴스 서비스를 중단했다.

당시 스페인 언론사들은 구글 뉴스 서비스 중단 이후 트래픽이 폭락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물론 시장 철수는 구글 입장에서도 장기 전략이 되긴 힘들다. 구글은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 시장에서 쫓겨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는 몰라도 유럽연합(EU)에서까지 철수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협상을 잘 마무리지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내놓은 건 ‘뉴스 쇼케이스’다. 안드로이드와 iOS의 구글 뉴스 앱에 참여하는 언론사에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지난 해 10월 독일과 브라질에서 ‘뉴스 쇼케이스’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올 2월 초엔 호주에서도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호주에서도 7개 언론사가 참여했다.

구글은 앞으로 3년 동안 뉴스 쇼케이스에 총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사진=씨넷)

언론사들이 전부 호주의 뉴스미디어협상법에 찬성하는 건 아니다. 씨넷에 따르면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언론사들이 구글과 페이스북 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검색과 뉴스피드를 통해 유입되는 트래픽이 훨씬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에서 조사한 결과 일반적인 이용자들이 뉴스를 읽는 시간은 전체 온라인 활동 시간의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역시 전체 검색에서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 언론사들은 다른 관점에서 비판하고 있다. 호주의 뉴스미디어협상법이 거대 IT기업과 거대 언론사 간의 힘의 균형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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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이 적용되더라도 대다수 중소 언론사들인 아무런 헤택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구글에 뉴스 사용료를 부과하려는 호주 정부의 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양측이 쟁점들을 해결하면서 어떻게 파국을 피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