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가는 쿠팡, 10여년의 7전8기 역사

[백기자의 e知톡] 소프트뱅크 든든한 지원 속 과감한 혁신으로 성장

인터넷입력 :2021/02/13 10:33    수정: 2021/02/14 12:11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쿠팡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지는 분위기입니다. 실시간 검색어에 ‘쿠팡 주식’, ‘쿠팡 관련주’와 같은 키워드가 올라올 만큼 말이죠.

그 동안 미국의 세콰이어캐피탈, 블랙록을 비롯해 소프트뱅크 등 대규모 투자를 받아 빠르게 성장해 온 쿠팡은 이번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다시 한 번 성장 날개를 달 것으로 전망됩니다. 쿠팡은 이르면 3월 뉴욕증시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0년 8월 티몬, 위메프와 함께 ‘소셜커머스 삼총사’ 중 하나로 출발, 이제는 이베이코리아와 네이버도 긴장할 만큼 무섭게 성장한 쿠팡의 성공 역사를 되돌아볼까 합니다.

쿠팡

소셜커머스로 출발...쿠팡맨과 로캣배송으로 차별화

쿠팡은 약 11년 전 김범석 대표가 창업한 한국판 아마존의 이커머스 기업입니다. 당시 하루 한 번 깜짝 특가를 콘셉트로 등장한 소셜커머스의 인기에 힘입어 쿠팡도 파격 딜을 선보이며 이용자들의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소셜커머스 3사가 판매 상품을 하나 둘 늘리는 가운데 쿠팡은 경쟁사들과 다른 전략을 선보입니다. 물류센터에 직접 상품을 매입한 뒤 이를 저렴한 가격에, 또 빠르고 친절한 배송을 선보인 것입니다. 쿠팡맨(배송직원, 현 쿠친)과 로켓배송(배송)을 통해 물티슈와 기저귀 등이 필요한 30대 초보맘을 공략했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쿠팡의 인지도는 급격히 올랐습니다.

2014년 도입된 로켓배송의 경우 택배차량을 도입하지 않고 자체 차량을 이용해 택배회사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지만, 이용자들의 뜨거운 지지와 법적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받으면서 로켓배송은 그야말로 로켓 성장이 가능했습니다.

로켓배송

쿠팡 든든한 날개 된 소프트뱅크 조단위 투자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에 힘을 보탠 건 소프트뱅크였습니다. 이 회사는 2015년 쿠팡에 10억 달러, 당시 1조1천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했습니다. 이 때만 해도 쿠팡이 투자 받은 총 누적 투자금액은 1조5천500억원으로 글로벌 투자사들이 주목한, 그러나 아직은 한국의 작은 이커머스 기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쿠팡이 추진하는 대규모 물류센터 구축과 배송 시스템 도입에 업계는 긍정보다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도저히 적자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실제로 쿠팡이 전국 규모로 확장하던 물류센터의 규모가 일부 축소되고, 쿠팡맨 수급이 주춤해지면서 시장에서는 쿠팡의 위기를 점쳤습니다. 더 이상 대규모 투자 유치가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 김범석 쿠팡 대표.

이 무렵 구원투수로 나선 곳이 바로 소프트뱅크비전펀드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공공 투자펀드와 소프트뱅크, 아랍에미리트 등이 자금을 운영하는 이 회사는 2018년 쿠팡에 20억 달러, 당시 우리나라 돈으로 2조2천5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하며 쿠팡에 대한 믿음을 재확인 시켜줬습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김범석 대표의 손을 덥썩 잡고 활짝 웃는 사진은 화제가 됐습니다.  그러자 쿠팡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은 한 번에 해소됐습니다.

대규모 물류투자와 쿠팡페이·로켓와우 등 혁신 지속

그 후 쿠팡은 오픈마켓 전략을 통해 상품군을 대폭 늘렸고, 로켓배송의 상품군과 지역을 전국 곳곳으로 확대하면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대규모 첨단 물류센터도 증축했고, 생필품을 넘어 신선식품과 가전, 패션 등 다양한 상품군으로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과거에는 일부 구매층만 선호하던 쿠팡의 이용고객층이 남녀노소 모두로 확장됐습니다.

또 보다 간편한 결제를 지원하기 위해 ‘쿠팡페이’를 선보였고, 월 2천900원을 내면 가격 제한 없이 로켓배송을 해주는 월정액제 상품 ‘로켓 와우’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해외에서 판매되는 물품을 대리 구매해주는 ‘로켓 직구’, 음식 배달앱 ‘쿠팡 이츠’, 일반인 배송 ‘쿠팡 플렉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쿠팡 플레이’ 등 새로운 서비스를 줄줄이 내놨습니다. 그야 말로 멈추지 않는 혁신을 거듭해 왔습니다.

쿠팡 물류센터(사진=쿠팡)

위기 가운데서 승승장구해온 쿠팡이 가진 숙제도 있습니다.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적자폭을 줄여야 하고, 빠르게 확장한 물류센터에서 발생되는 크고 작은 노동 환경 문제도 풀어야할 과제입니다. 쿠팡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약 5천42억원입니다. 2019년 6천600억원에 비하면 크게 줄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금액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90% 이상 증가했고, 코로나19로 비대면 쇼핑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쿠팡의 적자폭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아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더 많은 실탄을 장착할 경우 시장 점유율을 높여 자연스러운 수익률 증가도 전망됩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2015년 기자 간담회에서 "쿠팡 없으면 어떻게 살았을까?"란 얘기가 나올 만큼 사업과 서비스를 확장시키겠다는 각오를 내보였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국내 이커머스 전쟁 본격화

김범석 쿠팡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하는 회사와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자신감 넘치는 포부이자 약속이었습니다. 시장에서는 “어림없어”, “말도 안 돼”를 말할 때 쿠팡은 예상치 못한 결단을 내리고 과감한 투자로 한국의 아마존이란 별칭을 얻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의 문 앞에 서게 됐습니다. 시장에서는 쿠팡의 기업가치 평가액을 30조에서 50조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014년 알리바바그룹의 블록버스터 데뷔 이후 가장 큰 외국 회사의 기업공개(IPO)가 될 전망”이란 분석도 내놨습니다. 알리바바의 IPO 당시 기업가치는 약 186조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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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연속 흑자인 지마켓과 옥션을 서비스 하는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왔고, 네이버가 공격적인 이커머스 사업 확장을 꾀하는 현재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신세계와 롯데 등 전통 유통 대기업들도 몇 년 새 몰라보게 커진 이커머스 기업들의 성장에 바싹 긴장하는 눈치입니다.

1년 뒤, 2년 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왕좌는 과연 누가 거머쥐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