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LG 손 들어줬다…"SK이노 10년간 배터리 수입금지"

기아·포드·폭스바겐 배터리 수입은 한시 허용…합의 급물살 타나

디지털경제입력 :2021/02/11 08:47    수정: 2021/02/11 19:38

지난 2년간 치열한 공방을 펼쳐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이 LG에너지솔루션의 일부 승소로 마무리됐다.

사실상 최종판결에서 지난해 2월 결정된 조기패소 판결이 인용됨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10년간 미국에서 배터리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됐다. 다만, SK가 기아와 포드, 폭스바겐에 납품하는 배터리는 부품 수입과 생산이 한시적으로 허용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0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의 일부 리튬이온배터리 셀·모듈·팩에 대해 미국 생산과 수입을 10년간 금지한다는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을 내렸다.

그러면서 ITC는 SK가 공급하는 포드 전기픽업트럭 'F-150'와 폭스바겐 'MEB'용 배터리 셀·모듈·팩 등의 수입은 각각 4년, 2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현재 판매 중인 기아 전기차용 배터리의 수리·교체를 위한 제품 수입도 허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소송 최종 승소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TC 결정은 아쉽지만 포드·폭스바겐에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라면서 “남은 절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2년여간 공방 끝에…LG에너지솔루션 웃었다

두 회사의 법적 공방은 지난 해 4월부터 약 2년여간 이어져왔다. 쟁점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으로부터 인력·기술 빼가기 등 영업비밀을 침해했는지 여부였다.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은 2017년부터 전 사업부문에서 76명 인력이 SK이노베이션으로 유출됐고, 이들의 입사지원 서류에 배터리 양산 기술과 핵심 공정기술 등 주요 영업비밀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근거없는 소송을 제기했다며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경력직원 채용은 당사자 의사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됐고, 근거없는 발목잡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SK 측이 국내 법원에 소 취하·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배터리 공방은 이후 특허 소송 등 맞소송으로 번졌다.

이날 ITC의 최종결정은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내린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사실상 인용한 것이다. 당시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이번 소송의 증거가 될 만한 자료를 삭제했고, ITC의 포렌식(과학적 증거물 분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 모독 행위를 했다'는 LG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0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의 일부 리튬이온배터리 셀·모듈·팩에 대해 미국에서의 생산과 수입을 10년간 금지한다는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을 내렸다. 사진=ITC 홈페이지

SK이노, 美 배터리사업 차질 불가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현지 배터리 사업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당장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 가동에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ITC가 기아·포드·폭스바겐용 배터리에 한해 한시적으로 부품 수입을 허용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아직 조지아 공장이 완공되지 않은 터라 이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2025년까지 연산 125기가와트시(GWh)+알파(α)의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회사의 중장기 목표도 흔들릴 위기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 포드·폭스바겐 등 현지 완성차 업체가 타격을 입고 일자리 등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Veto) 행사 가능성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다만, 미국 행정부가 기업의 지식재산권 다툼에 어느 정도로 개입할 수 있을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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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송 결과로 양사의 합의가 급물살을 탈지 여부도 주목된다. ITC 소송은 민사소송이어서 최종 결정 이후에도 양사가 합의하면 즉시 소송 결과를 되돌릴 수 있다.

양사는 현재 배상금 규모를 두고 대립 중이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따른 합의금이 조(兆)단위로 확대될 수도 있어서다. 양사가 지난 1년간 배터리 소송전으로 인해 지출한 법률비용만 2천억원대에 이르렀고 이는 양사 배터리 사업 손익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번 소송 외에도 특허소송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남아있어 앞으로 비용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