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중순 팻 겔싱어가 '고향'인 인텔 신임 CEO로 복귀한다고 선언하자 미국 반도체 업계가 술렁였다. 3년 전 은퇴했던 전문가인 글렌 힌튼이 은퇴를 번복하고 고성능 프로세서 개발에 다시 뛰어드는 한편 VM웨어를 거친 40대 초반 SoC 전문가 역시 팻 겔싱어를 따라 인텔에 합류했다.
이에 따라 다음 주 15일(미국시간) 정식으로 취임하는 팻 겔싱어는 현재 반도체 제조 및 설계 기술 경쟁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인텔의 조직을 보다 빠르게 가다듬고 향후 전략에서도 시행착오를 줄이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펜티엄 영광의 주역, 글렌 힌튼 복귀
팻 겔싱어의 인텔 복귀 선언에 가장 먼저 보조를 같이한 이는 바로 글렌 힌튼이다.
글렌 힌튼은 1983년 인텔에 입사해 32비트 RISC 프로세서인 i960 프로세서, 1990년대 후반 펜티엄 프로, 펜티엄Ⅱ/Ⅲ 등 주요 프로세서의 기초가 된 P6 아키텍처, 2000년대 중·후반부터 코어2 듀오 프로세서(네할렘) 등을 설계하고 2017년 인텔에서 은퇴했다.
2017년 은퇴 이후 조용했던 그가 다시 인텔로 돌아와 '고성능 칩'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는 링크드인 포스트를 통해 "팻 겔싱어가 CEO로 돌아왔다는 사실도 내 결심을 굳히는 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 VM웨어 CTO도 인텔로 이적
이어 1월 말에는 수닐 셰노이가 인텔로 돌아왔다. 그는 인텔 재직 중 그래픽 분야는 물론 제온파이 등 프로세서를 개발했고 2014년 인텔을 떠났다. 이후에는 오픈소스 RISC 프로세서 플랫폼인 RISC-V에서 일하고 있었다.
인텔은 그가 디자인 엔지니어링 그룹 총괄 부사장으로 클라이언트·데이터센터용 SoC 설계를 진두지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 출신은 아니지만 VM웨어에서 이직한 인물도 있다. 바로 VM웨어에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클라우드·네트워킹 분야 CTO로 일한 귀도 아펜젤러다.
귀도 아펜젤러는 현재 인텔 CTO로 데이터 플랫폼 그룹에서 제온 프로세서와 옵테인 메모리, FPGA 등을 담당한다.
■ 중견급 엔지니어 대거 내보냈던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이처럼 무게감 있는 중견 직원들의 복귀 현상은 현임(곧 전임이 될) 밥 스완 CEO 시절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부적절한 관계'로 불미스럽게 하차한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시절에는 오히려 사람을 내보내기 바빴다.
미국 오레곤 주는 인텔이 1974년부터 각종 반도체 제조시설과 연구자 등 많은 투자를 해 온 주요 거점이다. 팻 겔싱어가 취임 의사를 밝힌 뒤 얼마 되지 않아 나온 '쿠퍼티노 극복' 발언 역시 오레곤 주 지역 언론을 통해 나왔다.
미국 오레곤 주 현지 언론인 오레고니안과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2016년과 2017년 사이 총 1만 2천명 규모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인텔을 떠났다. 이들 중 40% 이상은 당시 만 40세 이상 중견급 엔지니어였다.
■ "내부 분위기는 무척 고무적"
팻 겔싱어 복귀를 앞두고 베테랑 기술자들이 돌아오고 있지만, 이런 움직임이 현재 반도체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인텔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한 순간에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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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인 AMD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AMD는 2017년 라이젠 프로세서로 반격에 나서기까지 약 10여년 간 '고난의 행군'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인텔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정한 영역에 이른 엔지니어가 반드시 돈만 보고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브라이언 크르자니치의 CEO 재임 시절 이것이 많이 무너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부 분위기는 무척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