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틀뱅크'란 회사명은 고객에겐 생소하지만, 은행 계좌기반 간편결제가 이뤄지는 곳에선 세틀뱅크의 솔루션이 이용된다. 네이버만 하더라도 계좌 간편결제에 세틀뱅크의 솔루션 '간편 현금결제'가 탑재됐다. 세틀뱅크는 대부분의 간편결제 업체의 은행 계좌기반 간편결제 솔루션을 공급해왔는데 올해 시장 저변을 확대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은행 계좌를 등록한 후 '모바일 지역상품권'을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010제로페이'이다. 최근 서울 역삼 세틀뱅크 사옥서 모바일 결제 분야에서만 20여년 간 일해온 세틀뱅크 오승철 마케팅본부장 상무를 만나 010제로페이 서비스와 모바일 결제의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010제로페이, 30여개 상품권 구매 가능
일단 세틀뱅크의 첫 B2C(대고객 서비스)인 010제로페이는 사용처가 명확하고 단순하다. 세틀뱅크의 은행 계좌 기반 간편결제 솔루션을 활용해, 지역상품권을 모바일로 구매하게 한다는게 주 골자다. 상품권 이용 시 관리하기 힘들었던 잔액이나,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리워드는 덤이다. 계좌 잔액 부족 시 KB캐피탈과 연계해 소액 대출이 가능하게 했지만 끊김없는(Seamless) 환경을 구축하기도 했다.
왜 은행 계좌여야 할까. 신용카드를 등록하는 것이 더 편하지 않을까란 질문에 오승철 상무는 고객과 가맹점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답했다. 오 상무는 "현금은 가장 수수료가 적게 드는 결제 수단"이라고 운을 뗐다. 오 상무는 "가맹점에는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프랜차이즈 대형 가맹점이 신용카드에 내는 수수료가 200억원쯤이라면 현금 이용 시 100억원으로 확 줄어든다"며 "현금은 카드사 별로 다른 정산주기를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계좌 대 계좌로 이체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시기도 짧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객 입장에서 지역상품권 잔액을 잘 관리할 수 있고, 할인을 받아 최대 20%(선결제 서울사랑상품권 해당)까지 쓸 수 있다는 점,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세틀뱅크 010제로페이 앱 서 약 30여개 지역상품권을 살 수 있다. 이중 선결제 서울사랑상품권은 1인당 월 30만원 한도로 010제로페이 앱서 살 수 있다. 구매 시 10% 할인을 받고 일정 기간 내 결제 시 10% 페이백(1인당 3만원 한도)을 받는다. 오 상무는 "엄마들이 정말 많이 쓰는데 병원이나 학원 등 쓰임처가 확대된다면 활용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 씬파일러에겐 없어선 안 될 결제 수단
오승철 상무는 '씬파일러(금융 이력 부족자)'가 있는 만큼 현금 결제는 새롭게 부상하는 수단이라고 진단했다. 현금을 직접 내미는 풍경은 사라졌으나 내 계좌에 돈이 있는 만큼 쓰는 계좌 기반 현금결제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주변을 보면 체감할 수 있다.
오 상무는 "예전에 폰에서 할 수 있는 게 신용카드 앱 카드 결제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계좌 간 이체, 은행 계좌 기반 간편결제도 할 수 있게 됐다"며 "씬파일러들은 신용카드 발급이 안 된다. 은행 계좌 기반 간편결제가 없다면, 즉 현금 결제가 아니고 할 수 있는 결제가 적다. 그 수요를 충족하는 것도 우리의 일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 계좌 기반 결제가 생소했지만 이제는 제로페이 등 준비한 곳이 많아졌다"며 "결제는 곧 문화다. 문화는 학습이 돼야 이룩된다. 학습이 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현금 결제 저변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일일이 결제 혜택 외우지 않아도 '한번에'
오승철 상무는 손 안의 금융을 누구보다도 먼저 예측했던 인물이다. 80년대 생이라면 한번쯤 스쳐 들었을 '모네타(Moneta)'서비스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서비스는 2세대 통신망을 쓰는 휴대전화에 신용카드 IC칩을 내장, 결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는데 상용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오 상무는 "대중은 신용카드를 휴대전화에 넣을 용의가 없었는데 무식하게 넣었다"고 당시를 회고하며 "거기다가 모든 폰에서 다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카드 기능을 넣을 수 있는 폰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널리 이용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산업군 자체가 완전히 뒤집혔다"며 "비대면 결제가 우리나라에 활성화된 것이 10년이 채 되지 않는데 이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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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5년 후 결제는 또 어떻게 바뀔까. 그는 "복합 결제의 일상화"라고 답변했다. 오 상무는 "예전에 가장 꿈꿨던 건 A가맹점에 가면 이 가맹점에 가장 최적화된 결제 수단을 알아서 찾아주는 것"이라고 꼽았다. 그는 "지금 어디에 가면 무슨 카드는 얼마 할인, 얼마 적립을 고객이 학습해야 하는데 그걸 외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올해 그는 세틀뱅크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은행 계좌 기반 간편결제의 기업 간 기업 서비스와 기업 대 고객 서비스의 확장, 그리고 PG(페이게이트먼트) 사업 시동을 켰다. 오 상무는 "기존 간편 현금결제 수익 외에 새로운 수익원을 PG쪽에서 기대를 하고 있다"며 "종합지급결제 사업자의 리딩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