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지주의 2020년 실적 발표에서 가장 큰 관심은 배당금이었다. 금융감독당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장기화를 감안해,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관리해줄 것을 당부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금융감독당국 권고대로 배당성향을 20% 수준으로 낮췄으며,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3월 열리는 이사회에서 배당성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KB금융지주는 금융감독당국이 배당성향을 자율로 결정할 수 있는 L자형 불황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점을 강조해 자신감을 내비쳤으나, 신한금융지주는 법상 금융사와 이사회의 자율적 결의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5일 국내 5대 금융지주사 중에 '1등'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컨퍼런스콜에는 배당성향에 관한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KB금융지주는 하루 앞선 4일 실적 발표 당시 2020년 주당 배당금액을 1천770원으로 잠정 결론, 배당성향을 20%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KB금융지주의 2019년 주당 배당금은 2천210원이며, 배당성향이 26%인점을 감안하면 금융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이행한 모습이다.
그렇지만 KB금융 이환주 최고재무담당자(CFO)는 "당국의 자본관리 권고안이 6월까지인만큼 경제가 지속적인 회복세를 이어가고 하반기부터 불확실성이 완화된다면 적극적인 자본정책으로 주주환원책을 빠르게 개선하겠다"며 "L자형 장기 침체 시나리오하에서 KB금융지주의 자본적정성 스트레스테스트에서 자본비율이 적정수준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L자형 시나리오는 올해 국내경제성장률이 -5.8%이고 내년은 0%, 후년은 0.9%를 가정했을 때 은행의 자본적정성을 계산한 시나리오다. 금융감독당국은 이 시나리오의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감독당국 권고 자본비율을 만족할 경우 배당성향 20% 이상도 가능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는 L자형 시나리오 하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오픈하지 않았고, 주요 투자자의 관심사인 배당금과 배당성향의 공개를 미뤘다. 신한금융지주는 컨퍼런스 콜에서 "시간을 갖고 보려고 하는 건 계획했던 것과 차질이 있어서 고민 중"이라며 "오는 3월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금융감독당국이 제한한 배당성향 20% 이내는 가이드라인으로 이해하면 되고, 금융기관이 자본적정성이 충분하다고 하면 이사회 결의를 받고 그 이상도 가능하다"며 "금융기관이 가이드라인을 많이 벗어나면 감독당국과의 의사소통이 어려워보인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신한금융 측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와 별개로 합리적인 사유, 자본적정성이 훼손이 안됨을 증명하고 설득하면 (배당성향을 올리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감독당국의 권고를 존중하고 합리적인 사유를 찾아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묶은 자본적정성 관리는 오는 6월 종료된다. 이 때문에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는 하반기 상황을 봐서 추가적인 정책에 나선다는 계획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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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측은 "자사주 매입이나 중간 배당 등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검토해서 적정 시기에 실시할 수 있고, 아울러 배당성향 제한도 일시적인 조치인만큼 앞으로 배당정책을 공격적으로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 측은 "분기 배당도 차질없이 할 것인데 시행 시기는 두고봐야 한다"며 "배당성을 계획대로 추진못하면 하반기에라도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오는 3월 분기 배당에 대한 내용의 정관 개정을 진행하고 추후에 분기 배당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신한금융의 2019년 배당성향은 2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