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D-택트] '개봉임박' 토스증권 MTS, 기존 증권사 MTS 바꿀까

주린이 겨냥한 UI·UX 선봬

금융입력 :2021/02/06 11:52    수정: 2021/06/03 16:14

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지금, 한 주간 금융업권의 디지털 이슈를 물고, 뜯고, 맛보는 지디의 '금융 D-택트'를 매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디지털 전환의 뒷 이야기는 물론이고 기사에 녹여내지 못했던 디테일을 지디넷코리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주린이(주식 투자를 갓 시작한 투자자를 일컫는 말, 주식+어린이의 합성어)'가 크게 늘고 있는 분위깁니다. 전혀 주식에 투자하지 않았거나, 주식 투자에 손사레를 친 지인들도 주식 계좌를 만드는 법과 주식 거래하는 방법을 묻곤 합니다. 실제 토스를 이용하는 20~30대 고객 1천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47%는 이미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42%는 앞으로 주식 투자를 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89%가 주식에 대한 관심도를 보인 것입니다.

국내 두 번째 모바일 기반 증권사 '토스증권'도 새로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설 연휴(10~13일) 이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밀레니얼Z세대 '주린이' 공략에 나섭니다. 지난 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한 내용만을 놓고보면 기존 증권사의 MTS와는 사용자 환경·인터페이스가 확실히 달라보입니다.

가장 획기적인 것은 정확한 주식 종목명을 알지 못해도 주식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입니다. 금융사만해도 회사명과 주식명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신한금융지주의 종목명은 '신한지주', KB금융지주는 'KB금융', 하나금융지주는 '하나금융지주'로 제각각입니다. 

생활유통과 관련된 회사라면 브랜드명과 주식명을 함께 일치시키기 더 어렵습니다. 새우깡이 농심 제품인지, 오리온 과자인지 헷갈릴 수 있고 비비고 만두를 만든 곳이 CJ제일제당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분도 있을 겁니다.

토스증권은 이를 TICS(토스 투자 카테고리 스탠다드)를 만들어 해결했습니다. 토스증권 MTS에선 비비고나 새우깡을 치면 관련 기업이 검색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TICS는 토스증권이 자체적으로 국내 2천200여개의 상장사를 분석해 자체적으로 나눈 234개의 카테고리 분류 체계입니다. 상장사가 등록한 업종 분류를 따르기 보다는 전기차·화학·라면 등 회사의 재무제표의 매출을 확인하고 TICS의 234개 카테고리로 회사를 나눈 것입니다. 예를 들어 A란 회사는 유통업인데 배터리 분야에 신규 진출했다고 가정해봅시다. A사의 배터리 사업이 워낙 잘돼 재무제표상 매출액의 10% 이상을 차지했다면, 배터리 분야에 이 회사가 검색되는 것이지요. 매출구성에 따라 회사가 다양한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매출액은 분기마다 점검돼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도 빠질 수도 있습니다.

TICS 카테고리는 업종이 세분화된 것도 특징입니다. 스마트폰을 뭉뚱그려 분류하기보다는 ▲스마트폰 ▲스마트폰 카메라 ▲스마트폰 배터리 ▲스마트폰 MLCC ▲스마트폰 FPCB 등으로 나뉩니다. 운송도 ▲항공사 ▲철도 ▲항공기 부품 ▲택배 ▲물류 ▲저가항공사 등으로 분류됩니다.

한 회사가 진행하는 사업군이 폭넓어짐에 따라 직관적으로 회사를 파악하는 일이 어려운 경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회사가 어떤 사업으로 돈을 벌고 있는지를 투자자가 잘 숙지할 수 있다면, 주식 투자는 시간 낭비이자 손해란 인식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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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CS

결국 토스증권은 MTS를 주식 거래가 체결되는 시스템으로만 접근한 것이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주식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투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도우미' 역할이자 '지식 포털'로 MTS의 기능을 확장했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토스증권의 이 같은 실험은 기존 증권사의 MTS를 어떻게 바꿀까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UI와 UX를 많은 은행과 저축은행, 증권업계가 차용한 일이 이젠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MTS를 단순히 트레이딩 시스템으로만 여겼던 증권사들이 토스증권처럼 대대적으로 개편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참고로 KB증권은 줌인터넷과 '프로젝트바닐라'란 합작사를 통해 MTS 개편에 들어갔다고 하니, 친(親) 주린이 MTS가 많아지는 것은 시간 싸움일 겁니다. 물론, 새우깡은 농심의 제품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투자하는 습관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