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의 실체는 여전히 물음표(?)다.
애플이 직접 자동차를 생산할 것인지, 아이폰처럼 위탁생산해서 판매할 것인지. 신차에 애플 OS가 순정 상태로 들어갈 것인지, 전기자동차에 자율주행차를 결합한 형태가 될 것인지. 애플카를 둘러싼 추측은 여전히 무성하다.
지금까지 나온 외신이나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현실적인 애플카의 모습은 테슬라와 유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과 닮은 듯 차별화하려는 테슬라
애플카의 기초는 모터와 배터리 등의 파워트레인으로 구성된 전기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계획이 현실화하면 애플카의 실질적인 경쟁 상대는 테슬라가 될 수 있다.
여러 차례 나온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기존 전기차 업체가 하지 못 한 새로운 차원의 리튬인산철배터리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등도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탑재한 전기차 개발에 적극 나선 상황이라 현대차와 애플 협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애플이 제대로 된 전기차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조건은 공장 용지 확보다.
테슬라는 텍사스나 독일 베를린 등에 추가로 기가팩토리를 건설 중이다. 기가팩토리는 한 때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공장이었지만 이제는 완성차까지 직접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됐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기가팩토리를 준공해 중국 수출용 모델 3와 모델 Y 생산에 나서는 상황이다.
테슬라는 차량 생산을 외주에 맡기지 않는다. 차량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일원화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와 달리 애플은 외주 문화에 익숙하다. 아이폰은 자체 생산하지 않고 대만 폭스콘을 통해 위탁 생산하고 있다.
애플은 현대차그룹 등 다양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이 설계한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애플의 이 같은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애플만을 위해 자동차 생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BMW와 다임러 등도 한 때 애플의 이 같은 제안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이 정말로 차량을 생산해야겠다면 그동안의 사업방식을 180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실현될 가능성은 적다.
애플의 독자 OS가 앞으로 나올 신차에 다수 적용된다면 상황은 오히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애플 아이폰 사용자 경험 수치가 높기 때문에 자동차용 OS가 보편화된다면 테슬라도 긴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과 테슬라는 정기적으로 소프트웨어(SW)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성능을 보완하고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iOS, iPad(아이패드) OS 시스템을 보편화했다. 또 차량용 SW 카플레이를 강화했다.
테슬라도 애플과 유사하게 정기적인 SW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차량용 디지털 클러스터 뿐만 아니라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디자인까지 바꾼 SW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커넥티비티 구독 서비스까지 마련했다. 이 서비스로 유튜브·트위치·넷플릭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애플 뮤직 등 정기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인 애플을 겨냥한 마케팅이라는 분석이다.
애플은 카플레이 SW를 점차 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먼 훗날에는 아이폰 없이도 애플 고유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OS 시스템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 OS 시스템을 현실화하는 관건은 차량 주행 보조용 SW다.
테슬라 SW는 주행 보조용 SW를 자유자재로 통제할 능력까지 올라왔다. 정기 업데이트를 진행하면 좀 더 자연스러워진 주행 보조 실행이 가능하다.
아직 애플은 테슬라보다 자율주행 또는 주행 보조와 관련한 데이터를 많이 쌓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이 개발한 자율주행용 테스트카가 미국 시내 일부를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테스트에 대한 중간 과정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테슬라가 현재와 미래에서도 애플보다 더 나은 자동차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높다.
테슬라는 변속 기어와 세로형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를 과감하게 없앤 모델 S와 모델 X를 공개했다. 공개된 차량 내부에는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실행할 때 모습이 나오는데, 이는 앞으로 애플카의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 테슬라만의 대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다양한 인포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기술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애플카 나와”…中 IT 기업 ‘자율주행+전기차’ 러시
중화권은 애플카 공급망 역할을 하면서도 애플카의 강력한 대항마를 양성하는 지역이 될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공급망 차원에서 보면 애플카 자체 칩 7nm 공정 ‘A12 바이오닉’이 대만 TSMC에서 만들어질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여기에 애플 최대 협력사 폭스콘이 중국 길리자동차와 합작사를 설립해 자동차 위탁 생산 공장을 세운다고 알려지면서, 애플카를 생산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간 애플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어온 아이폰 공급망이 애플카란 새로운 목표물을 향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셈이다.
경쟁 구도로 보면 애플카에 대항할 가장 강력한 잠재적 미래카 기업이 진용을 갖춰 나가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중국에서 미래차 시장에 진출하는 모바일 기업으로 화웨이와 오포를 들 수 있다.
화웨이는 중국 스마트폰 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자율주행과 전기차 관련 자동차 SW·부품 개발에 나섰다. 비야디(BYD)·WM모터 등 자동차 기업에 자체 개발 차량 SW 플랫폼을 적용했다.
중국 2위 모바일 브랜드 오포도 최근 자율주행 특허를 공개하면서 모바일 브랜드 기업의 스마트카 시장 진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지금으로선 화웨이와 오포가 자체 브랜드로 자동차를 출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애플카의 직접적 경쟁 상대로 예단하긴 어렵다.
진짜 경쟁 상대는 인터넷 기업들이다.
인터넷 태생 중국 IT 기업은 합종연횡을 통해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를 결합한 미래형 자동차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애플카가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를 결합한 모델을 지향할 것이란 점에서 같은 방향을 향하는 경쟁 상대로 만날 수 있다.
직접 자동차를 제조하진 않지만, 브랜드를 걸고 SW 플랫폼을 공급하거나 제조사와 합작하는 방식을 택한다는 점에서 애플카와 지향점이 유사하다.
중국 최대 검색 포털 바이두는 자율주행 플랫폼 아폴로를 세계 자동차 기업 여러 곳에 공급한 데 이어 최근 길리자동차와 전기차 합작사를 설립했다.
자체 SW를 합작사가 만든 전기차에 더하는 모델이다. ‘IT 기업+전통차’ 파트너십이란 점에서 중국에선 앞으로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 ‘2.0’ 시대를 논하게 했다.
스마트폰과 클라우드를 연계한 ‘카라이프(Car Life)’가 자동차 구매를 결정하는 시대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길리자동차가 4년 여에 걸쳐 180억 위안(약 3조1천152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 ‘SEA(Sustainable Experience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공정, 제조, 품질 제어 기술을 공급하고 바이두가 스마트카 설계와 연구개발, 제조와 판매 서비스 등 공급망을 책임지는 형태의 협력을 한다.
애플카가 전통차 기업과 협력하는 모델이 된다면 길리자동차처럼 전기차 플랫폼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과 협력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바이두의 아폴로 플랫폼은 이미 70개 이상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650종 이상 차량 모델에 적용돼 카라이프의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 이 기술로 시민 승객을 태우는 로보택시를 시험 운행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DMV로부터 세계 여섯 번째로 ‘안전요원’ 없는 진짜 자율주행차 테스트 면허를 받았다.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상하이자동차와 합작사 ‘즈지자동차’를 설립해 전기차 브랜드 ‘IM(INTELLIGENCE IN MOTION)’을 발표하고 지난 달 13일 전기차 모델 2종을 선보였다.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역시 IT 기업과 전통차 결합모델이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기술력을 보유한 알리바바의 SW 기술력을 합작사 전기차에 더한다. 스마트 콕핏과 칩 개발, 연산 능력도 알리바바가 지원한다.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을 확보해 에너지 밀도를 300Wh/kg까지 높였다. 올해 연말 포인트 투 포인트(P2P) 자율주행 기능을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강력한 스마트카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알리바바가 투자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X’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구글 웨이모에 이어 두 번째로 안전요원 없는 무인 자율주행차 주행 면허를 획득한 기술 기업으로 성장했다.
애플이 애플카를 위해 자동차 제조사와 합작 공장 등을 설립하는 선택을 하면 바이두·알리바바와 유사 사업 모델을 보유한 새 경쟁 상대로 조우할 수 밖에 없다.
길리자동차·상하이자동차 등은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 CATL 등과도 협력하고 있어 배터리 기업으로까지 확장된 형태 파트너십도 예상된다.
종합하면 ‘IT 기업+전통차 기업+전기차 배터리’ 기업이 헤쳐모인 형태의 파트너십이다.
여기에 텐센트도 중국 창청자동차 등과 스마트카 협력에 이어 지난 달 29일 자율주행 관련 특허를 출원한 사실이 공개됐다. 소셜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생태계에서 쌓은 강력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차량용 디지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분야에서 강점을 내세우고 있어 무시할 수 없다. 애플카 역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생태계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텐센트와 유사점이 크다.
전통 자동차 업체는 물론 급부상하는 중국 전기차 4인방으로 꼽히는 니오·샤오펑·리오토·WM모터도 주시할 만 하다. 이들 전기차 기업은 자체 보유한 전기차 기술에 인터넷 기업과 협력해 자율주행 기술을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 WM모터는 최근 바이두와 손잡고 레벨4급 발렛파킹 가능 자율주행차 양산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 역시 탄탄한 전기차 공급망과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애플카의 잠재적 대항마가 될 수 있다.
중국 기업은 인공지능(AI) 기술력과 다량의 데이터, 자동차 제조 역량,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결합하고 다자 협력 모델을 수립하는 동시에 풍부한 생태계 경쟁력을 무기로 애플카 등장으로 도래할 미래 자동차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합종연횡하는 자동차·반도체 업계
완성차 업체와 반도체 업체들의 합종연횡은 가속할 전망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완성차와 반도체 업체는 물론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주요 IT 기업까지 전기·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자동차 산업 생태계(완성차+OEM)는 전통 제조업과 IT가 융복합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해왔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앞으로 전기·자율주행차 산업이 완성차 업체와 반도체 업체가 초기 개발 단계부터 협력하는 방식으로 긴밀한 협업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완성차 업체와 반도체 업체의 협력체계는 최근 더욱 강화되고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대차와 엔비디아는 2022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차량에 엔비디아 고성능 정보처리 반도체(엔비디아 드라이브)를 적용한 ‘커넥티드카 운영체제(ccOS)’를 탑재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ccOS는 AI 기반 딥러닝 데이터를 분석해 대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현대차는 2015년부터 엔비디아와 협력해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달 초에는 GM이 챠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퀄컴의 콕핏용 칩셋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GM은 퀄컴 외에 아마존과도 협력해 자율주행을 보조하는 운전자보조컴퓨터(퀄컴 스냅드래곤 라이드)와 음성인식 솔루션(아마존 알렉사)도 2023년부터 출시할 차량에 도입할 예정이다. 2035년부터는 모든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전기·자율주행차 사업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완성차와 반도체 업체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동시에 차량용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M&A)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2016년 하만을 인수해 전장 부품 시장에 진출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3년 안에 의미 있는 M&A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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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NXP반도체(차량용 AP), 텍사스인스트루먼트(PMIC), 르네사스(MCU) 등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M&A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보유한 포트폴리오(메모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파운드리, 센서 등)를 고려할 때 이들 기업과의 M&A가 가장 시너지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이유다.
반도체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애플 특성상 애플카는 최첨단 기술을 집약한 완전한 전기·자율차의 콘셉트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스마트폰처럼 순식간에 기존 자동차 시장을 대체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나 네이버, 페이스북 같은 IT 기업은 완전 자율주행차 생태계에 진입하기 위한 다양한 M&A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전자가 특히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