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미련 사이에 놓인 '싸이월드'

[백기자의 e知톡] "서비스 ‘리모델링’ 수준으로는 재기 어려워”

인터넷입력 :2021/02/03 10:55    수정: 2021/02/03 16:27

3천200만명의 추억이 봉인된 원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가 또 한 번 부활을 예고했습니다.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스카이이엔엠 등 5개 회사로 구성된 싸이월드Z가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로부터 약 10억원에 싸이월드 운영권을 넘겨받았기 때문입니다. 싸이월드Z는 다음 달 중 서비스를 재개한 뒤, 모바일 3.0 버전도 내놓겠다는 계획입니다.

싸이월드 서비스 재개 소식이 알려지자 적지 않은 이용자들이 기대감을 표했습니다. 2000년 초 ‘파도타기’로 친구들 미니홈피를 오가며 안부를 주고받았던 추억, 또 디지털 앨범으로 사용했던 사진첩 등 과거의 기억들이 싸이월드에 고스란히 숨 쉬고 있다는 생각이 반가움을 더한 듯 보입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부활 기대” vs “무모한 도전”

싸이월드가 어두운 터널을 뚫고 화려하게 부활하길 기대하는 시각도 많지만, 무모한 도전이 될 것이란 냉정한 평가가 더 많은 게 사실입니다. 다시 써보고는 싶은데, 재개가 가능할까란 관점에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더 많다는 뜻입니다.

경영난과 임금체불 문제 등으로 싸이월드 사이트가 먹통이 됐던 지난 2019년 말 지디넷코리아가 오픈서베이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67.5% 응답자들은 싸이월드 부활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지디넷코리아-오픈서베이 2019년 10월 싸이월드 부활 가능성 설문조사(30~50대 남녀 1천명 응답)

그래도 디자인과 사용성이 개편될 경우 다시 사용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한두 번 이용해볼 것 같다’는 응답이 43.6%로 가장 많았고, ‘종종 쓰게될 것 같다’는 응답이 22.5%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래도 쓰지 않을 것 같다’(19.5%), ‘개편된다면 꼭 이용하겠다’(13.4%) 순이었습니다.

지디넷코리아-오픈서베이 2019년 10월 싸이월드 부활 시 이용 의향 설문조사(30~50대 남녀 1천명 응답)

이 같은 결과로 봤을 때 대중들은 싸이월드 부활이 힘들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수준의 품질이 보장된다는 전제 하에 싸이월드를 다시 이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싸이월드Z가 과거 몇 차례 부활만 했다 다시 주저앉은 싸이월드 서비스를 정상화 하고, 현재 감성과 편의성을 갖춘 모바일 버전을 내놓는다면 전혀 승산이 없지는 않아 보입니다.

‘레트로’ 감성에 기대면 백전백패

2015년 진행된 싸이월드 환골탈태 부활 프로젝트

하지만 싸이월드가 여전히 ‘레트로’ 감성에만 기대 부활을 바란다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추억팔이’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싸이월드는 그 동안 여러 차례 운영 주체가 바뀌면서 개발진들도 몇 차례 물갈이 돼 왔습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PC버전에 최적화된 소스코드는 주먹구구식으로 모바일에 최적화 됐고, 한 줄이면 될 코딩이 10줄, 20줄 불필요하게 늘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별 것 아닌 기능도 로딩 속도가 길어지고,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를 뜯어고쳐야 하는 난제가 속출했습니다. 부활해봤자 다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결국 싸이월드가 다시 한 번 부활을 꿈꾸기 위해서는 인재를 투입해 단순히 서비스를 리모델링하는 것을 넘어, 서비스 전체를 갈아엎는 수준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서비스는 가까스로 살아났는데 또 다시 서버가 다운되거나, 클릭 후 한참 만에 페이지가 열린다면 돌아온 사용자들은 싸이월드를 ‘추억’이 아닌 ‘미련’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3천200만 회원, 매월 1천만 로그인?...“화려한 숫자는 신기루”

싸이월드는 과거에도 개편을 통한 부활을 예고했지만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싸이월드Z 측은 "사진 170억장, 음원 MP3파일 5억3천만개, 동영상 1억5천만개 등 국민 절반이 넘는 3천200만명 회원의 추억들이 봉인돼 있던 싸이월드 서비스가 재개된다"면서 "서비스 중단 직전까지도 매월 1천만명이 로그인 했던 싸이월드가 14개월만의 서비스 재개를 통해 단숨에 기존 점유율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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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비스 중단 직전까지 로그인 한 회원 중 상당수는 지난 과거를 회상하고 싶은 마음에, 또 싸이월드가 문 닫을까봐 지난 사진을 백업해두려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싸이월드를 다시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오랜만에 지난 앨범을 꺼내보고자, 혹은 내 추억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로그인 수치를 부풀렸을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신기루에 가까운 화려한 숫자만 믿고 과거의 영광을 쉽게 꿈꾸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싸이월드의 멋진 부활을 기대하면서, 3천200만 회원을 상대로 한 희망고문이 반복되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