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GPU 공략 강화...'그래픽 감속기' 흑역사 벗나

보급형 데스크톱PC용 DG1 공급...하반기 게임용 'Xe HPG' 출시 예정

홈&모바일입력 :2021/02/02 16:49    수정: 2021/02/02 21:45

인텔 아이리스 Xe 맥스를 탑재한 에이수스 그래픽카드. (사진=인텔)
인텔 아이리스 Xe 맥스를 탑재한 에이수스 그래픽카드. (사진=인텔)

인텔이 2018년부터 자체 개발한 그래픽칩셋, Xe 그래픽스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올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지난 해 11세대 코어 프로세서(타이거레이크)에 탑재된 아이리스 Xe 그래픽을 시작으로 노트북용 외장 그래픽칩셋인 아이리스 Xe 맥스(DG1)을 출시한 데 이어 올 초부터는 이를 보급형 그래픽카드로 확장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게임 성능 극대화에 방점을 찍은 Xe HPG(개발명 DG2) 출시를 통해 엔비디아와 AMD가 과점해 왔던 게임 시장에도 진출한다.

■ 전체 그래픽칩셋 시장 1위..3D 성능은 3위

전체 그래픽 시장 점유율만 놓고 보면 인텔은 이미 1위 업체다. 2011년 2세대 코어 프로세서(샌디브리지) 이후부터 '빌트인 비주얼'을 내세워 거의 모든 프로세서에 그래픽칩셋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2세대 코어 프로세서부터 그래픽칩셋을 프로세서 안에 통합했다. (그림=인텔)

이는 2011년 이후 보급형 노트북이나 울트라북, 데스크톱PC 등에서 엔비디아나 AMD 그래픽카드·칩셋 탑재를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 'PC에는 그래픽카드 탑재가 필수'라는 상식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은 이 때부터다.

그러나 인텔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칩셋은 동영상 재생이나 오피스 프로그램, 웹브라우징 등 기본 성능에는 충실했지만 게임에 꼭 필요한 3D 성능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다.

인텔은 전체 그래픽칩셋 수량에서 전세계 점유율 60%를 초과한 상태다. (자료=존페디리서치)

일부 소비자들은 인텔 내장 그래픽칩셋을 일컫는 명칭 중 하나인 'GMA'(그래픽 미디어 가속기)를 비틀어 '그래픽 감속기'라고 칭하기도 했다.

■ 라자 코두리 영입 이후 180도 전환

인텔도 디스플레이 해상도 향상에 따라 최대 지원 해상도를 풀HD에서 4K로 향상시키고, H.264나 HEVC 재생 기능을 강화하는 등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성능 향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Xe 아키텍처는 저전력 노트북부터 고성능 서버까지 커버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자료=인텔)

이런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2017년 11월 인텔이 영입한 그래픽 전문가, 라자 코두리다. 애플과 AMD를 두루 거친 라자 코두리는 노트북부터 서버까지 커버할 수 있는 Xe 아키텍처를 개발해 왔다.

지난 해 9월에 출시된 11세대 코어 프로세서(타이거레이크)에 탑재된 '아이리스 Xe 그래픽'은 UL(퓨쳐마크) 3D마크10 기준 전 세대 대비 최대 2배 이상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

인텔 아이리스 Xe 맥스 그래픽칩셋. (사진=인텔)

또 같은 해 11월에는 이를 바탕으로 한 외장 그래픽칩셋 '아이리스 Xe 맥스'(Iris Xe MAX)를 주요 PC 제조사에 공급했다. 인텔이 자체 개발 그래픽칩셋을 공급하는 것은 1998년 2월 i740 이후 20여 년 만이다.

■ 아이리스 Xe 맥스 기반 그래픽카드 공급

인텔은 올해부터 아이리스 Xe 그래픽을 데스크톱으로도 확대한다. 지난 1월 말부터 9·10세대 코어 i3·i5 프로세서를 탑재한 보급형 PC 대상으로 외장 그래픽카드 공급이 시작됐다.

인텔 아이리스 Xe 맥스를 탑재한 에이수스 그래픽카드. (사진=인텔)

이 그래픽카드는 96개이던 아이리스 Xe 맥스(DG1)의 실행 유닛(EU)을 80개 수준으로 줄이고 LPDDR4 4/8GB 메모리를 탑재했다. PCI 익스프레스 4.0을 지원하지만 데이터 전송 통로인 레인(lane)은 8개만 활용한다.

하드웨어 기반 AI 연산 가속기능, 동영상 처리 엔진인 Xe 미디어 인코더 2개 등은 기존 출시된 아이리스 Xe 맥스 등과 동일하다. 3D 성능은 실행 유닛이 줄어든 만큼 다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단 인텔은 이 그래픽카드를 일부 PC 업체에만 공급할 예정이다. 독일 IT 매체 이고르랩 등에 따르면 그래픽카드 자체 펌웨어가 없는데다 AMD 시스템과도 호환되지 않는다.

■ 하반기에는 PC용 그래픽카드에 도전

인텔은 올 하반기에 데스크톱 PC용 그래픽칩셋인 Xe HPG(개발명 DG2)를 정식 출시하고 엔비디아와 AMD 등이 과점해 온 게임용 그래픽칩셋 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Xe HPG는 GDDR6 메모리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광선이나 화염 등이 사물 표면에 반사되는 등 그래픽 처리를 위한 레이트레이싱 처리 기능도 갖췄다. 또 인텔 자체 제조시설을 벗어나 대만 TSMC 7nm(나노미터) 공정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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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e HPG 등 일부 외장 그래픽칩셋은 대만 TSMC 등을 활용해 생산될 예정이다. (자료=인텔)

올 초 인텔이 배포한 그래픽칩셋 드라이버 소프트웨어를 통해 포착된 정보 기준으로 Xe HPG는 실행 유닛이 각각 128개, 512개 탑재된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AMD 최신 그래픽칩셋인 라데온 RX 6000 시리즈와 거의 비슷한 수치다.

Xe HPG는 아직 개발중이며 구체적인 기능이나 성능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풀HD급 이상 게임을 무리 없이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이 담보된다면 고가 정책에 품귀현상이 최악의 상승 효과를 내고 있는 그래픽카드 시장의 다크호스가 될 여지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