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지난해 목전에 뒀던 전기차배터리 흑자전환을 아쉽게 달성하지 못했다. 배터리 화재 리콜과 관련한 충당금이 영업실적에 반영된 탓이다. 다만, 충당금을 제외하면 사업 개선세는 뚜렷했다는 평가다. 전기차 시장의 고성장이 확실시되면서 올해는 축포를 터뜨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삼성SDI는 28일 지난해 4분기 에너지 부문 매출이 2조6천292억원, 영업이익이 1천17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직전 분기인 3분기에 비해 10.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3% 감소했다.
이날 삼성SDI는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용 중대형전지와 파우치·코인셀 등 소형전지를 묶은 에너지 부문 실적 만을 공개했다. 따라서 중대형전지 내에 포함된 전기차배터리의 구체적이고 수치화된 실적은 파악할 수 없었다. 회사는 앞서 3분기에도 배터리 사업 매출(2조3천818억원)만 공개했을 뿐, 적자 규모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4분기 중대형전지 사업은 전기차배터리 리콜에 따른 충당금 설정 등의 이유로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BMW·포드의 일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종이 화재로 리콜에 들어가면서 업계와 관계당국이 원인규명에 나선 상황이다. 선제적으로 반영한 충당금 규모가 커 전기차배터리 사업 흑자 전환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게 삼성SDI의 입장이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상무는 "지난해 4분기 당초 전기차배터리 흑자전환을 전망했지만 품질 관련 충당금 영향으로 목표엔 미치지 못했다"면서도 "충당금을 제외하면 수익 개선세는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사의 품질 이슈와 관련해선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고, 현재 고객사와 함께 원인규명에 노력 중"이라며 "품질 검증 프로세스를 과거보다 강화해 현재는 차질없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배터리 사업 수익성은 지난 3분기 이미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연간 흑자 전환도 기대되는 상황.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콜 당시 권영노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4분기 개선 추세에 이어 1분기를 저점으로 해 매분기 매출이 확대되면서 연간으로는 외형이 확대할 것으로 본다"며 "연(年) 단위로도 흑자 달성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전기차배터리 생산능력(캐파) 증설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할 전망이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 전무는 "작년 펜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에도 시장은 지속 성장했고, 올해도 각국의 친환경 정책 강화와 전기차 보급 계획이 본격화하면서 성장이 가속할 것"이라며 "캐파는 고객 양산 계획에 맞춰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 증설을 예상한다. 유럽 고객 비중이 높은 만큼 해외 거점은 헝가리 사업장 위주로 가되, 중장기적으로 신규거점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양산해 공급하는 젠5(Gen.5, 5세대) 전기차배터리 준비도 순조롭다. 젠5엔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니켈 함량을 88%로 끌어올린 '하이니켈' NCA 양극재가 적용됐다. 1회 충전 시 600킬로미터(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이 배터리는 회사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BMW의 신규 전기차 모델에 우선 탑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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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전무는 "현재 제품 검증과 양산 준비 모두 순조로운 상황이고, 국내 파일럿 라인에서 소재·공법 등 모든 프로세스 검증을 마치고 헝가리 신규 라인에 동일하게 적용해 가동할 예정"이라며 "초기부터 수율 이슈 없이 안정화할 계획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특히 재료비를 20% 이상 절감할 수 있어 물량이 증가하고 프로젝트가 다변화하면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SS 시장은 미국 전력용 시장 공급에 집중한다. 손 전무는 "미국 시장은 주. 정부별 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과 ESS 연계 재생에너지 발전이 가격경쟁력을 가져 급성장 중"이라며 "미주의 주요 발전사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장(長)수명 특성의 에너지밀도와 원가 경쟁력을 높인 배터리 셀을 준비해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