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이라 쓰고 ‘강제’로 읽히는 이익공유제

[백기자의 e知톡] 선거용 포퓰리즘 정책 비판서 자유롭지 못해

인터넷입력 :2021/01/25 13:33    수정: 2021/01/25 13:34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IT기업들에게 “자발적인” 이익공유제 동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강제가 아닌” 이익공유제에 동참하는 기업에게는 적어도 10%가 넘는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인센티브 지급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들이 “자발적인게 틀림없다”는 여당의 주장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요.

이익공유제란 쉽게 말해 코로나19로 특수를 맞은 기업들이 그 이익을 혼자 취하지 말고, 어려운 소상공인과 나누자는 제도입니다. ‘기금’ 형태가 유력시 되는데, 정부가 공적자금을 일부 출연하고, 나머지를 기업이 자발적으로 충당하는 방식으로 검토가 진행 중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원을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돕는데 쓰겠다는 계획입니다.

‘자발’이라 쓰고 ‘강제’로 읽히는 이익공유제(제공=이미지투데이)

비대면 서비스 이용이 크게 늘면서 수혜를 본 네이버, 카카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과 같은 IT 기업들이 이익공유제 자발적 동참을 요구받는 상황입니다. 나아가 플랫폼 기업을 넘어 금융권까지 참여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은행들도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외출이 줄고 실내 생활이 늘면서 네이버, 카카오, 구글, 넷플릭스 등과 같은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이 점점 더 많은 수익을 거두는 게 사실입니다. 또 식당 대신 집에서 음식을 배달 시켜 먹는 경우가 크게 증가하면서 배달의민족, 요기요와 같은 배달앱 주문량이 대폭 증가했습니다. 급격히 늘어난 주문량 때문에 이를 소화할 수 있는 배달 기사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쓰고 ‘강제적’으로 읽히는 이익공유제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은 적지 않습니다. 이미 비대면 시대를 맞아 중소상공인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던 기업들은 말로만 자발적일뿐 사실상 기업 팔목 비틀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전국 17곳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 당시에도 정부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했던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건 그저 기분 탓일까요. 자발적인 기부금만 받았다고 주장한 최순실 ‘미르 재단’과도 묘하게 겹쳐 보이는 건 착시현상에 지나지 않을까요.

구글 자료사진(픽사베이)

이익공유제를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형평성 부분입니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외부감사와 공시의무가 없는 유한회사와도 이익을 공유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어서입니다. 구글의 경우 지난해 국세청이 구글코리아가 외국에 서버를 두고 조세를 회피했다는 판단 하에 법인세 6천억원을 추징했지만, 이 회사는 해당 세금을 우선 납부한 뒤 조세심판원에 불복 절차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년 간 반복된 구글 세금 회피 논란에서도 미국과의 무역 마찰 등의 이유로 큰 소리 내지 못했던 우리 정부의 요구에 외국계 IT 기업들이 선뜻 나설지 의문입니다. 또는 반대로 세금 이슈에 대해 잘 좀 봐달라는 뜻에서 이익공유제에 ‘동참하는 척’ 생색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관련기사

기업들을 상대로 한 이익공유제 도입 논의가 여당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면서 기업들의 눈치 보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카카오가 참여할 경우 네이버가 빠질 수 있을까요? 누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카카오도 했는데 네이버는 정말 안 해?”라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유무를 결정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기업과 정부가 나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지원하자는 정책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겉포장만 그럴듯한 말로 결국 국내 기업들만 옥죄는 결과를 초래할 이익공유제는 대중의 인기를 의식한 선거용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