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R(개인건강기록) 기업은 앱을 통해 의료기관과 연결해야 하는데, 의료기관 시스템은 주민등록번호 기반으로 데이터를 쌓지만 앱 생태계에선 주민등록번호를 쓰지 못하게 돼있다. 그러다보니 앱 수준에서 의료기관과 연결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휴대폰이나 신용카드 인증을 지원하느냐? 지원하는 병원은 국내에 한 곳도 없다. 환자가 어떻게 인증할 것이냐가 문제다.”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는 21일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진행한 개인주도형 의료데이터 이용 활성화를 위한 기업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 2019년 4차위가 의결한 개인주도형 의료데이터 이용 활성화 전략에 이어, 이를 사업화 할 기업 측 의견을 청취하고자 마련됐다.
정부는 개인 의료데이터를 연계하고 참여 주체를 인증하는 ‘마이헬스웨이’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내년께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디지털헬스 기업들은 PHR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통일된 표준을 활용하도록 독려하는 등 제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메디블록은 병원과 환자, 보험사 등을 연결해주는 서비스 '메디패스'를 운영한다.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상급 종합병원과 연동한 사례를 보유했다.
이 대표는 “전자의무기록 기능을 제공하는 의료회사 의료기관마다 데이터 모델도 다르다”며 “특히 의료기관 규모가 커질수록 의료기관 자체 시스템이 제각각이라 표준화 된 모델을 사용하기도 어렵고, 표준 규율이 있더라도 국내 의료기관들이 안 따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길영준 휴이노 대표도 “작은 PHR 기업들은 국내에 국한한 플랫폼만으로는 생존하기 대단히 힘들다”며 “해외에 서비스하기 위해 또 다른 표준위원회 프로토콜이 아닌 다른 형태로 구축해야 한다면,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목적이지만 복수적으로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게 전 글로벌의 흐름에 맞게끔 정책을 충분히 다듬어 나가야 한다”며 “거기에 맞춰 우리 나라도 글로벌 서비스 하는데 충분히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플랫폼화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PHR 기업들이 사업화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주장들도 제기됐다. 가령 의료기관 진료 건수에 대한 수가, 의무기록을 환자에게 이관해줄 때 얻던 수입과 CD 복사본 수익 등을 보전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은솔 대표는 “의료기관은 그동안 의료를 위한 곳이었지 IT 프로젝트 진행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며 “또한 의료기관은 환자 진료 건수에 비례해 보험공단에서 수가를 받아 운영되고 있는데, 정부가 강제로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해서 직접 얻는 이익도 없고 이런 IT 시스템 개선에도 미온적이다”고 밝혔다.
이진천 GC녹십자홀딩스 상무는 “정부가 주도해서 하고 민간 사업자들이 이어받아서 활성화 해야 하는 측면이 있는데,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성공사례가 거의 없고 민간 쪽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하는데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면서 “그동안 PHR 추진하면서 기술, 데이터 통합 및 유통 등에 노력을 많이 했는데 실제 사업화가 잘 이뤄지려면 정부의 제도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상무는 “녹십자 그룹도 디지털헬스에 관심이 많아 1차 의료기관들 50% 점유율을 가진 EMR 솔루션 제공사 유비케어를 인수하는 등 굉장히 오랜기간 투자하고 PHR 기술적 준비들을 마쳤다”며 “하지만 활용적 측면에서 사업 기회를 찾지 못해 계속 고민을 가지고 있고, 정부의 마이헬스웨이를 이용해 향후 궁극적으로 의원급 시장으로 퍼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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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식 헤셀 대표는 “모바일로 의무기록을 다운받게 한다든지 CD에 복사하면 환자에게 분명 편리한 점은 있지만, 병원은 CD 복사 수익, 진단서 발급 수익 줄어든다”면서 “그만큼 병원 수익을 보전해줄 수 있는 현실적인 보상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윤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원단장은 "자신의 의료기록을 보프라인으로 본인이 확보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에 별도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입법 과제는 달성됐다 볼 수 있다“면서 ”4차위는 이런 의견에 대해 하나씩 보안장치를 마련해나가면서, 현안과 쟁점이 생기면 지속적으로 사회적 합의와 토론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