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데이터 잘 쓰게 하려면, 방법·절차 명확히 제시해줘야"

국내법, 활용 불가 데이터만 규정…EU는 심사·전문기관·정보창구 등 세부사항 명시

컴퓨팅입력 :2021/01/20 09:47    수정: 2021/01/20 09:48

데이터 활용 촉진을 위한 유럽 법제 사례를 살펴볼 때, 국내법 상에서 공공 데이터 활용 방법과 절차를 구체화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재사용이 가능한 공공 데이터 범주를 규정하고, 재사용에 대한 요건을 명시한 법안을 내놨다. 지난해 11월25일 발표한 '데이터 거버넌스 법안'이다. EU 회원국과 회원국 시민에 적용되며, 그간 소극적으로 활용됐던 공공 데이터가 활발히 활용되게 하기 위해 국가별 전문기관 지정, 데이터 재사용 평가·심사, 단일 정보창구 운영 등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법인 '공공 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공공데이터법)'에서는 재사용이 불가한 공공 데이터 요건만 명시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상 비공개대상정보와 저작권법 등에서 보호하는 제3자 권리가 포함된 정보 중 이용 허락을 못 받은 정보가 이에 해당된다.

EU의 입법 사례를 참고할 경우 현재 개방되고 있지 않는 공공 데이터에 대해 재사용 관련 법제 및 기술적 조치를 마련해 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경훈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19일 열린 '데이터법정책 온라인 월례 포럼'에서 'EU의 데이터거버넌스 법안의 주요 내용 및 시사점'에 대해 발표하면서 이같은 의견을 내놨다.

데이터법정책 온라인 월례 포럼 발표 화면

김경훈 연구위원은 EU 데이터 거버넌스 법안에 대해 "공공 데이터에 대한 재사용을 보장했음에도 특정 범주 데이터가 여전히 활용이 저조한 것에 대해 EU 전역의 재사용을 촉진하고자 한 법안"이라며 "공공기관의 기존 생산 수집 목적에서 벗어난 특정 범주의 공공 데이터에 대해 재사용 요건을 규정했다"고 첨언했다.

공공 데이터 개방이 상대적으로 더 미진한 우리나라도 이런 사례를 참고해 기술적, 법적 기반을 구축, 데이터 개방 및 활용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거버넌스 법안 내용 중 데이터 중개자(데이터 공유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요건을 구체화해 데이터 공유 서비스의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한 부분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이 법안에서는 데이터 공유에 대한 정의 및 서비스 범위, 서비스 신고 절차와 제공 조건, 각 회원국별 관할당국 지정 의무화, 비영리단체에 대한 예외 적용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EU 전역에서 공유되는 데이터 공간을 구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자 하는 조치다.

이에 대해 데이터 중개자 관련 요건을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데이터기본법'과 비교해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데이터기본법은 데이터거래사업자의 신고 관련 내용은 적시하고 있지만, 해당 사업자의 신뢰 요건에 대해서는 따로 명시하지 않고 대통령령에서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데이터 중개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 중개자가 신뢰성을 갖출 수 있는 요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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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에서 추구하는 '데이터 이타주의'도 언급했다. 데이터 이타주의는 데이터 거버넌스 법안에 따르면 공익을 위해 보상 없이 정보 주체가 개인정보 처리에 동의하거나 기타 데이터 보유자가 보유한 데이터를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것을 뜻한다. 이 법안에서는 대규모 데이터를 이런 관점에서 제공하는 비영리 법인에 대해 '데이터 이타주의 조직'으로 등록할 수 있게 하고, 데이터 이타주의에 대한 동의서 조건을 명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데이터 이타주의에 대해 "국내에서 실현 가능한 개념일진 모르겠으나, 공익적 목적으로 데이터를 기부하는 문화인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상호 이익이 발생하는 시스템이 구현된다면 방대한 데이터 풀이 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고려해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