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의사당 폭력 사태로 임기 막판 탄핵 위기까지 내몰렸던 트럼프는 시끌벅적했던 4년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공식적으로 20일(현지시간) 정오 종료된다. 미국 수정헌법 20조 규정에 따라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 취임식 여부와 상관 없이 이 때부터 대통령으로서 모든 권한이 끝나게 된다.
당선부터 ‘깜짝쇼’에 가까웠던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4년 동안 끊임 없이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IT업계와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
트위터로 뜬 트럼프, 임기 내내 트위터와 갈등
역대 대통령 중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했던 트럼프는 정작 해당 기업들과는 날선 공방을 계속했다.
트럼프 4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키워드 중 하나는 ‘통신품위법 230조’다. 1996년 제정된 이 조항은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를 ‘발행자’가 아니라 중개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덕분에 인터넷 초창기 야후를 비롯해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사업자들은 제3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고 마음껏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이 부분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주된 이유는 실리콘밸리의 플랫폼 사업자들이 보수 의견을 홀대하고 진보 편향된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불만을 타개 하기 위해 트럼프는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을 위해 많은 힘을 쏟았다. 지난 해 5월엔 연방통신위원회(FCC)에 통신품위법 230조의 문제점을 분석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소셜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놓긴 했지만,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중 소셜 플랫폼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인물이었다. 공식 계정만 운영했던 전임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는 개인 계정을 통해서도 쉴 새 없이 발언했다.
특히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은 팔로워가 8천7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데는 트위터를 활용한 대중 소통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소셜 플랫폼 정치’는 빛 보다는 어두움이 더 강했다. 대통령 자신이 정파성 강한 선동과 허위정보를 거침 없이 유포하면서 수시로 차단 조치를 당했다.
결국 지난 6일 발생한 미국 의사당 폭력 사태 여파로 트위터에서 영구 퇴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페이스북, 유튜브, 스냅챗 등 다른 소셜 플랫폼들도 트럼프 계정을 일시 정지하건, 영구 퇴출하는 강경 조치를 단행했다.
트럼프는 임기 내에 소셜 플랫폼을 규제하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의사당 폭력 사태를 비롯해 임기 막판에 소셜 플랫폼들과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차기 정부가 플랫폼에 좀 더 강한 책임성을 부여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트위터 등이 트럼프 계정을 영구 차단한 조치는 역시 통신품위법 230조를 어떤 형태로든 손 보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는 좋은 선례가 될 전망이다.
폭력 선동 등의 이유로 트럼프 개인 계정을 영구 차단한 조치는 ‘통신품위법 230조’가 보장한 중개사업자의 행위라고 보기 힘든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차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 열띤 공방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파리 기후협약 탈퇴 등 잇단 조치로 IT업계와 불편한 관계
트럼프는 4년 임기 내내 애플, 아마존을 비롯한 거대 IT 기업들과도 긴장 관계를 형성했다.
미국 씨넷에 따르면 트럼프는 임기 초반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뿐 아니라 무선통신 사업자들과 다양한 회동을 했다. 2017년엔 미국 정부 운영을 현대화하기 위한 미국기술산업자문위원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밀월관계도 오래 가지 못했다.
트럼프는 미국기술자문위원회를 조직한 지 한 달 여만에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 그러자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곧바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기후협약을 여전히 존중한다면서 트럼프의 협약 탈퇴 조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럼프의 조치에 반발해 기술자문위원회를 탈퇴했다.
트럼프는 또 철저한 미국 중심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해외 유학생이나 해외 기술자의 비자 발급도 극도로 제한했다. 이 때문에 고급 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트럼프 정부 조치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취임하자마자 오바마 행정부 시절 확립했던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한 부분 역시 실리콘밸리의 인터넷 기업들에겐 불만 요소 중 하나였다.
친 통신 성향인 아짓 파이를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으로 지명하면서 망중립성 폐지 작업을 진두지휘하게 했다.
이런 여러 조치들 때문에 트럼프는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과는 냉랭한 관계를 유지했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업 CEO들이 트럼프와 거리를 유지한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이제 트럼프는 하루 뒤면 백악관을 떠난다. 임기 내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트럼프 4년을 요약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실리콘밸리와의 불화’다.
거대 IT기업들 독점 관행 규제에는 바이든이 더 강경할 듯
그렇다면 실리콘밸리의 거대 IT 기업들은 트럼프의 퇴장과 바이든의 등장을 반기고 있을까?
4년 간의 갈등과는 별개로 오히려 거대 IT 기업들에겐 바이든 행정부가 더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도 있다.
트럼프는 실리콘밸리 거대 IT 기업들, 특히 인터넷 기업들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지만 제대로 규제하지는 못했다.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에도 실패했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영향력을 제어하지도 못했다.
이 작업은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가 더 강하게 밀어부칠 가능성이 많다. 바이든은 트럼프와는 다른 이유로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에 적잖은 관심을 갖고 있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 플랫폼 사업자들이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막판 트럼프가 주고 간 선물 덕분에 바이든의 ‘통신품위법 230조’ 손보기는 좀 더 수월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많다.
여기에다 바이든이 몸 담고 있는 민주당은 거대 IT 플랫폼 사업자들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미 지난 해 8월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하원이 애플,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빅4 IT 기업의 불법 행위를 집대성한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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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주 보궐선거 승리로 상원까지 장악하게 된 민주당은 하원 보고서가 제기한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 행위를 규제하는 데 본격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결국 IT 강자들은 ‘불편하고 시끄러운 트럼프’는 떠났지만, ’조용한 반면 좀 더 무서운’ 바이든이 등장해 긴장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