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팩트체크] 아우디 e-트론 전기차 주행거리 논란, 사실관계 파악해보니

제조사가 자발적 주행거리 수정…환경부 대응 논란 예상

카테크입력 :2021/01/19 13:46    수정: 2021/01/19 16:01

지난해 7월 아우디가 국내에 출시한 순수 전기차 ‘e-tron(e-트론)’ 주행 가능거리 측정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일부 매체는 지난 18일부터 아우디 e-트론이 엉터리 주행 인증을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국내에 출시된 상당수 전기차는 상온(평균 20도 이상)과 저온 (영하 6.7도 이하) 주행거리 차이가 수십 km에 이르지만 아우디 e-트론은 1km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환경부 저공해차 통합 홈페이지에 따르면 95.3kWh 배터리를 탑재한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는 상온에서 307km, 저온에서 306km를 인증받았다. 왜 이런 측정방식이 나온 것일까.

아우디 순수 전기차 e-트론 55 콰트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지난해 12월 수정 주행거리 환경부에 보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e-트론 출시 전 미국 주행거리 측정방식을 사용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가솔린 인증을 진행할 때는 미국 측정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디젤은 유럽 측정방식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주행거리 측정은 어떤 지역 기준을 따라야 하는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아우디 본사는 미국 측정방식으로 주행거리를 측정해보자는 지침을 내렸다. 독일에서는 별도로 전기차 저온 주행거리 측정에 대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저온 주행거리를 측정할 때 성에 제거 기능이 있는 히터만 작동시키고 주행거리를 측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 전기차 저온 주행거리를 측정하는 기준은 미국과 달랐다. 환경부 방침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모든 히터 기능을 작동시킨 채 저온 주행거리를 측정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사전에 제출한 e-트론 55 콰트로 주행거리 측정방식이 잘못됐다는 점을 지난해 12월 중순께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비슷한 시기에 자체 수정한 주행거리 측정 결과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 제출했다.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 전기차. 차량 양쪽에 사이드미러가 없고 카메라가 장착됐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저온 주행거리 방식을 인지하지 못해 미국 방식으로 측정한 것은 우리 잘못이 맞다”고 시인했다.

환경부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서 받은 e-트론 주행거리 수정 결과를 제때 일반인에게 알리지 않았다. 여전히 저공해차 통합 홈페이지에는 지난해 7월 출시 기준 e-트론 55 콰트로 상온 및 저온 주행거리가 표기돼 있다.

이후 일부 국내 매체에서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의 ‘엉터리 주행인증’ 관련 보도가 나오고 논란이 커지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은 당혹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교통환경연구소와 환경부 등은 수정된 e-트론 55 콰트로 저온 주행거리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상대로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실제 조사를 통해 주행거리를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수정된 e-트론 55 콰트로의 저온 주행거리는 기존 측정치의 8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행 깨고 직접 주행거리 실증 나서는 환경부…형평성 논란 커질 듯

국내에서는 자동차 제조사 측이 정부가 지정해놓은 법칙을 토대로 전기차 주행거리를 측정하고 있다. 교통환경연구소는 자동차 제조사가 측정한 전기차 주행거리에 신뢰가 있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 주행거리 논란이 확산하면서 환경부는 관례를 깨고 직접 해당 전기차 주행거리 실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환경부 스스로 실증에 나서겠다고 밝힌 차량은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가 처음이다.

환경부 입장은 앞으로 더욱 큰 논란을 낳을 전망이다. 일부 업체가 환경부 지침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하면 e-트론 뿐만 아니라 모든 전기차 주행거리 측정방식이 다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전체 전기차 주행거리 실증이 이뤄지지 않고 특정 업체의 전기차 주행거리 실증이 이뤄진다면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아우디 순수 전기차 e-트론 55 콰트로 뒷모습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이 자체 주행거리 측정 방침에 대해 동의를 했다”고 밝혔다.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는 특별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는 지난해 9월 전기차 보조금 혜택 명단에 올랐다. 국내 출시된 지 2개월 만에 받은 인증이다. 아우디 e-트론의 지난해 기준 국고 보조금액은 63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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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는 출시 2개월여 만에 완판됐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7월 394대, 8월 177대 등 총 595대가 판매됐다. 아우디코리아가 준비한 국내 물량의 최대치다. 이 때문에 국내에 있는 모든 e-트론 55 콰트로 고객은 올해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혜택 명단에서 빠질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보조금 제외 판매가 9천만원 넘는 전기차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안을 내렸기 때문이다. 해당 차량의 지난해 기준 국내 판매가격은 1억1천7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