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 년간 10nm(나노미터) 이하 미세 공정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인텔이 30여 년간 인텔에 재직했던 팻 겔싱어(Pat Gelsinger) VM웨어 CEO를 통해 다음 달부터 본격 리빌딩에 나선다.
그러나 현재 인텔 상황은 2018년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불명예 사임 당시보다 더 험난하다.
AMD는 TSMC 7nm(나노미터) 공정을 앞세운 라이젠 프로세서로 추격하는 한편 2005년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애플은 자체 설계한 M1 칩을 내세워 독자 행보를 시작했다.
물론 CEO 교체가 극적인 개선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바로 잡는데 팻 겔싱어만큼 적합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미국 내 주요 IT 매체와 투자자들의 평가다.
■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 선언했던 팻 겔싱어
사실 팻 겔싱어는 2018년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사임 당시 CEO 후보 1순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비록 2009년 이후 인텔을 떠나 EMC를 거쳐 VM웨어 CEO에 올랐지만 인텔 사상 첫 CTO(최고기술책임자) 자리에 오른만큼 상징성은 충분했다.
당시 팻 겔싱어는 개인 트위터를 통해 "나는 VM웨어 CEO인 것에 만족하며 아무데도 가지 않을 것이다. 미래는 소프트웨어다"라고 밝혔다. 적어도 당시에는 인텔 CEO 자리에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팻 겔싱어는 인텔 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인텔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회사(인텔), 업계와 국가에 중요한 시기에 다시 합류해 인텔을 이끌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 인텔 현재 상황, 사면초가 넘어선 '오면초가'
오리건라이브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팻 겔싱어는 기본급으로 125만 달러(약 16억원), 계약 보너스로 175만 달러(약 19억원)를 받는다. 여기에 경영 성과에 따라 최대 340만 달러(약 37억원)를 더 받는다.
일각에서는 팻 겔싱어가 3년만에 마음을 돌린 이유를 이런 금전적인 측면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팻 겔싱어가 단순히 막대한 연봉만 보고 복귀 결정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텔을 둘러 싼 상황은 3년 전보다 더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AMD는 지난 해 젠2(Zen 2) 아키텍처를 적용한 라이젠 3000 시리즈로 PC 시장에서 20%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머큐리리서치 2020년 3분기 기준). 올해는 주요 PC 업체들도 라이젠 5000 프로세서 기반 고성능 PC를 출시할 예정이라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고객사 중 하나였던 애플의 이탈도 인텔에는 뼈아프다. 애플이 자체 설계한 칩인 M1을 탑재한 맥북에어와 맥북프로(13형)는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전세대 제품은 물론 일부 영역에서 현재 출시된 11세대 코어 프로세서(타이거레이크) 이상의 성능을 낸다는 평가다.
팻 겔싱어 역시 이 점을 의식한듯 지난 주 인텔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미팅에서 "쿠퍼티노의 라이프스타일 회사(애플을 지칭)보다 더 나은 제품을 PC 생태계에 출시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팻 겔싱어 이상 적절한 인물은 없다"
팻 갤싱어는 2018년 이후 지연과 시행착오를 거듭한 10nm 이하 미세 공정 로드맵 재정비는 물론 주요 고객사들의 이탈까지 막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다만 CEO 한 명이 교체되었다 해서 하루아침에 극적인 성과를 거두기란 어렵다.
무엇보다 가장 뼈아픈 것은 핵심 인력 이탈이다. 브라이언 크르자니치가 재임중이던 2016년과 2017년 사이 진행된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중견급 엔지니어 중 상당수가 인텔을 떠났다.
인텔이 상황 타개를 위해 2018년에 깜짝 영입한 프로세서 업계의 거물, 짐 켈러도 지난 해 6월 사임해 현재는 캐나다 머신러닝 스타트업인 텐스토렌트로 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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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 내 주요 IT 매체와 투자자들은 인텔의 현재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사람이 팻 겔싱어 뿐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대니얼 로엡 서드포인트 대표는 인텔 CEO 교체가 발표되자 트위터를 통해 "(밥)스완은 일류이며 (팻) 겔싱어를 위해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은 모든 이해 당사자를 위해 올바른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