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라임과 디스커버리 등 사모펀드 판매 은행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면서 첫 타깃인 기업은행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징계가 떨어질 경우 은행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신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8일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어 라임펀드와 디스커버리펀드 등을 판매한 기업은행의 징계 방안을 논의한다.
대심제 방식으로 열리는 이번 제재심에선 펀드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놓고 금감원과 기업은행 측이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7~2019년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 총 6천792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914억원 상당의 환매가 지연된 상태다. 또 기업은행의 라임펀드 판매 규모는 294억원에 이른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해 6월부터 약 1개월의 현장검사를 통해 기업은행의 라임·디스커버리펀드 판매 실태를 점검한 바 있다.
아울러 금감원 측은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 등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펀드가 전 행장의 재임 중 판매됐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읽힌다.
관건은 징계 수위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사회적 이목이 쏠려있는데다, 금감원 측도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자칫 무거운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점쳐져서다. 기업은행이 라임·디스커버리 등 사모펀드 사태로 금감원의 심판을 받는 첫 번째 은행이라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말 증권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제재심에서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에 과태료와 함께 중징계에 해당하는 일부 영업정지 등을 통보했다. 이어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와 나재털 전 대신증권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에겐 '직무정지'를,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겐 문책경고'를 내렸다.
기업은행 역시 금감원 검사 결과 잘못한 부분이 드러난다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었다.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그 중 기관경고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대주주 적격성에 결격사유가 발생해 자회사 인수가 어려워지고 1년간 신사업 진출도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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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피해 구제를 위한 그간의 노력이 감경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앞서 기업은행 측은 소비자의 보상 요구가 이어지자 투자 원금의 50%를 투자자에게 돌려줬다. 일단 가지급금을 지급하고, 추후 금감원 분쟁조정을 거쳐 보상액이 결정되거나 환매 중단된 펀드의 회수액이 확정되면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측이 사전에 예고한 징계 수위를 공개하긴 어렵다"면서도 "제재심과 앞으로의 분쟁 조정에 적극 참여해 금융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