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에 두고 혁신 제품과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삼성 CES 2021 프레스 컨퍼런스 中)
"CES에서 ESG 성장을 위한 기술과 트렌드를 직접 찾아 실행력을 키워갈 기회로 만들겠습니다."(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친환경 트렌드가 올해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 2021에서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 기업들도 ESG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환경과 각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ESG 경영 기조가 향후 5년 동안 본격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막 오른 CES 2021에 참가한 삼성·LG·SK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친환경 제품과 솔루션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CES는 한해 최신 기술과 신제품 트렌드를 한 눈에 보여주는 전시회로 올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1967년 이래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열렸다.
유로모니터 강정현 연구원은 "환경보존 이슈가 유럽 중심으로 지속 제기된 데 따른 에너지 효율 트렌드와 코로나19로 인한 플라스틱 배출, 쓰레기로 인한 환경파괴 예방에 대한 인식 증가, 미국 바이든 정부의 ESG 기조가 모두 맞물린 상황"이라며 "이에 테크 기업들의 ESG 경영 기조는 향후 5년 동안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CES에 '친환경' 제품·솔루션 대거 등장…지속가능경영 '속도'
삼성전자는 '모두를 위한 보다 나은 일상'을 주제로 한 온라인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 비전을 전했다. 삼성전자는 "가장 많이 쓰는 제품부터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친환경 솔루션을 소개했다.
영상에서는 ▲인공지능(AI) 세탁기가 물, 세제, 세탁 코스를 최적화해 물과 전기를 절약하는 모습 ▲새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개인 취향에 맞춰 디자인과 기능을 바꿀 수 있는 비스포크 가전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해 만들고 태양광과 실내 조명으로 충전해 배터리 폐기물을 줄이는 TV 리모콘 등이 등장했다.
반도체를 통한 에너지 절약도 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서버에 삼성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D램을 사용할 경우 매년 최대 7테라와트시(TWh)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이는 캘리포니아 모든 가구가 한 달에 사용하는 에너지 양과 맞먹는다. '삼성 갤럭시 업사이클링' 프로그램과 지난해 포장재를 활용한 가구 제작에 이어 올해 TV 제품 대부분에 친환경 포장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개인이 집에서 스스로 갤럭시 기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 '갤럭시 업사이클링 앳 홈' 신규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삼성전자 환경관련 지속가능경영 스페셜리스트인 샌딥 라나는 삼성의 사회공헌 활동을 함께 소개하며 “환경과 사회, 인류 전체를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한두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며, 이것이 삼성의 또 다른 목표”라며 "삼성의 차세대 기술은 더 밝고 희망찬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가 CES와 맞물려 공개한 제품들에도 친환경 요소가 속속 적용됐다. 2021년형 LG 올레드 TV는 스위스 인증기관 SGS로부터 ▲새집증후군 유발물질로 알려진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량이 액정표시장치(LCD) 대비 절반 이하 ▲카드뮴, 인화인듐 등 국제암연구기관이 분류한 발암물질 포함 부품 미 사용 ▲뛰어난 자원 효율성 등 친환경 요소를 두루 인증받은 패널을 탑재했다.
또 TV와 세트로 사용하는 사운드 바 제품에도 친환경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LG 사운드 바 주요 신제품은 수거된 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져지나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포장재에도 스티로폼 대신 친환경 소재만을 사용한다. LG 생활가전은 인버터, 모터, 컴프레서 등 기술을 통해 친환경·고효율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TV 제조 과정에서 유해물질 모니터링을 강화, 유해물질 대체기술을 지속 확보하고 있다"며 "협력사 친환경 관리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입고되는 부품의 유해물질 함유여부를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CES에서 ESG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다. 회사는 2019년부터 CES에 참가해왔다. 지난해 행사에선 SK종합화학·SK루브리컨츠·SKIET 등 자회사들과 배터리, 초경량·친환경 소재, 윤활유 제품을 묶은 'SK 인사이드(Inside)'를 선보이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통해 파이낸셜 스토리 기반의 ESG 성장을 위해 강력하게 추진하는 그린밸런스 전략을 완성할 방침이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ESG 경영을 기반으로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래 비전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각 기업의 총체적 가치를 높여 나가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 전략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CES가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것은 ESG성장 중심의 딥 체인지를 고민하는 더 많은 구성원들이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라며 "CES 현장에서 전사적으로 ESG 성장을 중심으로 수립된 파이낸셜 스토리를 완성할 수 있는 기술과 트렌드를 직접 찾아 실행력을 키워갈 기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 "韓 기업 ESG 경영, 선택 아닌 필수…해외보다 다소 뒤처져"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올해부터 ESG 경영을 전략적으로 본격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가전, TV, 스마트폰 등 세트 제품들과 부품을 아우르는 그룹 제조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와 기업 안팎에서 강하게 나오면서 더 이상 소홀히 할 수도 없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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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해외 기업들과 비교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도 나온다. 미국, 유럽 등을 큰 시장으로 두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중립선언, 탄소배출 등 성적을 보면 애플, 아마존 등 해외 기업과 비교해 뒤처지고, 국내 일부 기업들은 관련 선언도 아직 쉽사리 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OECD 국가들 중 비슷한 분위기"이라며 "친환경 트렌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북미, 유럽 공략 과제를 안고 있는 국내 제조사들은 친환경 흐름에 발맞춰 제품을 선제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