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째 무소식"…교보생명, AXA손보 인수 신중

'매각 가격' 입장차 여전…거래 무산 가능성도

금융입력 :2021/01/11 16:37

프랑스계 악사(AXA)손해보험의 매각 작업이 수개월째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홀로 인수에 뛰어든 교보생명이 신중을 기하는 가운데, 매각 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거래가 지지부진한 양상을 띠는 것으로 감지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악사손보의 매각 예비입찰이 종료된 후 약 4개월이 지났으나, 매각 측인 프랑스 악사그룹은 아직까지 본입찰을 비롯한 추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교보생명도 AXA손보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 외의 상황에 대해선 어떤 내용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는 모습이다.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사옥.(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은 지난해 9월 삼정KPMG가 진행한 악사손보 매각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특히 2007년 악사그룹에 매각한 악사손보를 13년 만에 되찾으러 나선 격이어서 눈길을 모은 바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역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조건이 맞으면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들의 협상이 좀처럼 마무리되지 않는 이유는 가격에 대한 이견 때문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악사손보 지분 100%의 가격은 2천억원 안팎으로 추산되는데, 이 숫자가 매각 측과 인수자 모두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것이란 진단에서다.

먼저 교보생명 내부에선 높은 가격에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사업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는 해도 보험업황이나 기업가치 등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많은 돈을 지불한다는 이유다. 실제 교보생명은 2007년 악사손보 지분 74%를 약 900억원에 매각했다. 따라서 이 가격을 받아들이면 당시의 두 배 가격에 회사를 되사오는 셈이 된다.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악사그룹도 마찬가지다. 푸르덴셜생명이 예상보다 높은 약 2조3천억원에 KB금융그룹으로 매각된 것을 감안해 더 높은 가격을 기대하고 있지만, 매각 흥행 참패로 협상력이 약해지면서 고민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일각에선 악사손보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올 시나리오에도 주목하고 있다. 악사그룹이 교보생명과 협상을 이어가는 대신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사실 교보생명의 인수전 완주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예비입찰이 구속력 없는 '논바인딩(non-binding)' 방식으로 이뤄진 만큼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연구 차원에서 접근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관련기사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비입찰 흥행 실패 이후 악사손보의 매각 작업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라면서 "가격에 대한 교보생명과 악사그룹 측 이견이 커 거래 성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악사그룹 측이 매각 자체를 중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교보생명과의 협상이 무산될 경우 다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