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환의 카테크] 현대차 애플카 입장에 ‘애플’이 빠진 이유

다수 기업 협력요청 받았기 때문...다음달 8일 재공시 예정

카테크입력 :2021/01/10 12:15    수정: 2021/01/10 12:18

현대자동차와 애플 간 협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한 경제 매체 TV 보도에서는 현대차가 애플과의 협업을 인정했다는 내용의 제목으로 심층분석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8일자로 올라온 현대차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내용을 살펴보면, 시장의 기대감과 다르게 해석되는 내용이 나온다.

박해성 현대차 재무관리실장은 현대차와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애플카)를 공동개발하고, 해당 차량이 2027년 출시한다는 보도 내용의 해명글을 올렸다.

해명글을 보면 “당사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요청을 받고 있다”며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박 실장이 올린 글의 주어에는 ‘애플’이 없었다. 애플을 포함한 수많은 기업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애플의 제안내용이 현시점에서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현장
현대차가 최근에 업로드 한 애플카 협력 관련 보도 해명 공시 글 (사진=DART 캡처)

자동차 업계, 2015년부터 애플카 우려 제기

현대차가 이처럼 애플과의 협력을 중요한 의제로 보지 않는 이유는 애플카에 대한 자동차 업계의 우려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카에 대한 대중의 기대는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블룸버그 등 여러 외신에서는 애플카가 2019년 출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반영한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카에 대한 자동차 업계 우려는 컸다. 애플의 자동차 시장 점령으로 인한 자체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될 수 있다.

댄 애커슨 GM 전 CEO는 지난 2015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자동차 제조 대신 인포테인먼트 사업에 전념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는 내가 만일 애플의 주주라면 애플의 자동차 제조 사업 소식에 기뻐하지 않을 것”이라며 “마진이 적은 중공업에 뛰어든다는 움직임에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동차 사업은 규제, 안전 요구 사항 등 지켜야 하는 것들이 많아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GV80에 애플 카플레이를 연결한 모습. 애플은 카플레이 등 인포테인먼트 개발에 힘썼지만, 직접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애플은 한 때 다임러와 BMW 등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과 함께 애플카를 직접 만들 것이라는 시장 예측도 나왔다. 실제로 두 회사는 애플의 제안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애플과 독일 자동차 제조사 간 이견은 컸다.

독일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에 따르면, 애플이 아이클라우드(iCloud) 서비스와 융합한 차량을 원했지만, 다임러와 BMW는 자체 고객 예측 데이터에 기반한 차량 제작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프로젝트를 이끌까’에 대한 협상 부분에서도 세 회사간 이견이 있었다. 만약 BMW와 다임러가 애플의 차량을 위탁받아 생산한다면, 애플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에 대한 자동차 업계 의견이 이미 2015년부터 현재까지 부정적인 기류로 이어진 만큼, 현대차 입장에서는 애플과의 협업 관련 추진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아무리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플랫폼과 미국 내 공장 라인을 가동한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실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애플카 프로젝트에 선뜻 나설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직까지 눈길 끌만한 자동차 관련 기술 없는 애플

일단 더 지켜봐야 할 것은 현대차의 추가 입장이다.

현대차는 공시 해명문을 통해 1개월 내에 입장을 재정리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늦어도 다음달 8일까지 애플과의 협업에 대한 추가 입장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이미 미국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와 로봇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손을 잡았다. 자율주행차와 자율주행 센서 기반으로 한 로봇 기술을 이미 확보한 것이다.

현대차가 이들 업체와 손을 잡은 배경은 앱티브와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그동안 보여준 성과와 연관된다. 앱티브는 센서 크기를 줄인 BMW 기반 자율주행차를 선보여 외신의 주목을 받았고,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미 2족 보행, 4족 보행 로봇 공개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애플 아이폰에 탑재된 디지털 키로 BMW 차량 문을 여는 모습 (사진=BMW)

아직까지 애플은 자동차 관련된 주요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카플레이와 BMW와 협력한 아이폰 기반 디지털 키가 자동차 분야 성과 전부다. 이미 현대차는 국내외 시장에서 다양한 IT 전문 업체와 손잡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했고, 안드로이드폰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키 기술 보급을 확대했다. 애플이 만약 현대차가 할 수 없는 차량용 전장 기술을 보유하거나, 자율주행 센서 기술을 확보한다면 현대차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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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제 매체 보도에서는 현대차가 애플과 손잡고 만들 애플카의 출시 시기가 2027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이 부분은 정확하지 않다. 심지어 애플과 현대차가 서로 협력해 새로운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내놓는 부분도 현 시점에서 확인된 사항이 아니다. 

현대차와 애플은 차량 출시에 대한 어떠한 입장 표명도 내놓지 않았다. 차량 출시에 대한 일정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