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뇌, 신경망 가속칩이 뜬다

[4차산업혁명 2021 전망]②차세대반도체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1/01/03 13:14    수정: 2021/01/04 11:11

양태훈, 권봉석 기자

코로나19는 날벼락처럼 찾아왔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중 하나가 '4차산업혁명의 대중화'다. 4차산업혁명은 그동안 일부의 선언적인 구호로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그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4차산업혁명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신축년(辛丑年) 새 해를 맞아 10개 키워드로 4차산업혁명의 진화 방향을 전망해본다.[편집자주]

②차세대반도체: AI의 뇌, 신경망 가속칩이 뜬다

인텔이 개발한 신경망 가속칩 너바나(Nervana). (사진=인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AI)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신경망 가속칩과 같이 딥러닝과 추론 등 AI 처리에 특화된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신경망 가속칩은 기존 CPU보다 전력을 덜 소모하면서 훨씬 빠른 속도로 연산을 수행할 수 있어 PC나 스마트폰은 물론 AI 처리가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1년 신년에도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개발과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시스템반도체(SoC)에 강점을 지닌 글로벌 기업과 팹리스 뿐만 아니라 기존 반도체 업체도 비(非) 메모리 반도체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신경망 가속칩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리포트링커 등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딥러닝을 수행하는 신경망 가속칩 시장은 오는 2025년 245억 달러(약 3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 시장 성장률도 37%로 매우 가파르다.

■ 기존 프로세서 보완해 AI 연산 가속

원래 신경망 가속칩은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여러 단계를 거쳐 처리해야 했던 복잡한 연산을 명령어 하나로 처리하거나, AI 처리에 필요한 데이터에 특화된 연산을 훨씬 빠르게 수행한다.

신경망 가속칩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딥러닝이나 추론 등 AI 구현을 위한 각종 연산을 가속하는 칩이다. 비트 수가 서로 다른 자료를 처리하거나, 행렬 곱셈과 덧셈 등 연산을 전담해 전력 소모와 처리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신경망 가속칩과 기존 프로세서 비교도. (그림=ASML코리아)

다음으로 AI에 필요한 연산을 가속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인간의 뇌세포 자체를 모방해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칩을 들 수 있다. IBM 트루노스(TrueNorth),인텔 로이히(Loihi) 등 일부 제품이 나와 있지만 이를 이용한 상용화 제품은 아직 손에 꼽는다.

■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출범...2029년 총 1조여원 투입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사이클(2017~2018) 이후 공급과잉으로 인한 단가 하락 등으로 위기가 찾아오자, 정부는 비(非)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9년부터 시스템 반도체(SoC) 육성에 나섰다.

지난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국가 차원의 정책 지원에 대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에는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 발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강국에서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공개했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9월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을 출범하고 오는 2029년까지 총 1조 96억원을 투입해 AI 관련 반도체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AI 반도체 수요기업인 현대모비스, 삼천리, SK텔레콤, 한화테크윈과 이를 개발하는 텔레칩스, 스카이칩스 등 국내 팹리스, 이를 후원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 등이 개념 검증과 개발, 생산 전 단계에서 긴밀히 협력하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9월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출범식.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지난 해에는 103개 기업, 32개 대학, 12개 연구소가 총 82개 관련 과제에 참여했다. 또 올해부터 오는 2023년까지 약 3년간 초고속·저전력 메모리, 신경망 하드웨어, 두뇌모사 프로세서 등 신경망 가속칩에 필요한 원천기술 확보에 총 6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 신경망 가속칩, 2025년 36조 규모로 성장

신경망 가속칩은 과거 클라우드 컴퓨팅에 의존해야 했던 AI 처리를 말단(엣지)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기기 내부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전송하고 결과값을 다시 받아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시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5G 보급에 따라 데이터 전송시 지연시간은 비약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국방이나 의료 등 분야에서는 데이터 유출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또 음성인식이나 자율주행 등 실시간 처리가 필요한 분야에서도 신경망 가속칩의 중요성이 크다.

애플 A14 바이오닉 AP. 16코어 뉴럴 엔진을 블록 형태로 내장하고 있다. (사진=애플)

지난 해 출시된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안에 신경망 가속칩 블록을 내장하고 있다. 신경망 가속칩은 컴퓨팅 관련 기기 뿐만 아니라 산업용 로봇, 가전제품 등 AI 관련 처리가 필요한 모든 기기에 기본 탑재될 전망이다.

리포트링커 등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딥러닝을 수행하는 신경망 가속칩 시장은 오는 2025년 245억 달러(약 3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한해 시장 규모는 각 업체 기준에 따라 최저 39억 달러(트랙티카 기준)에서 최고 97억 달러(가트너 기준)까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효과적인 AI 처리가 요구되는 시장 상황 속에서 규모 축소는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 글로벌 AP·프로세서 업체들 각축전

현재 시장에 출시된 신경망 가속칩은 대부분 독립된 형태가 아니라 AP나 PC·서버용 프로세서 안에 블록 형태로 내장된다. 

애플은 2017년 이후부터 '뉴럴 엔진'을 포함하고 있고 퀄컴은 지난 12월 공개한 스냅드래곤 888 AP에 AI 처리를 가속하는 헥사곤 프로세서를 내장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NPU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역시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 아래 NPU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AP인 엑시노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벗어나겠다는 의도에서다.

지난 해 출시된 갤럭시노트 20 등에 탑재된 엑시노스 990 AP에는 AI 연산 성능 강화를 위해 자체 개발 NPU 2개와 DSP를 탑재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처럼 독립된 신경망 가속칩을 출시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모바일 제품군은 물론 생활가전 등 폭넓은 제품에 탑재할 수 있는 신경망 가속칩과 관련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기사

인텔의 인공지능 칩 로이히 프로세서 (사진=인텔)

인텔은 2017년 인간 뇌세포를 모방한 칩인 로이히(Loihi) 칩을 개발했다. 기존 프로세서 대비 전력 소모는 1/45 수준이지만 처리 속도는 100배 이상이라는 것이 인텔 설명이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국립대 연구진이 로이히 칩을 이용해 촉각을 지닌 로봇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IBM이 개발한 트루노스 칩은 소비 전력을 최대 200mW로 억제하며 초당 46억 회 실행되는 시냅스 연산을 수행 가능하다. 미 공군은 이런 특성을 살려 향후 5년 내 무인기(드론)에 트루노스 칩을 탑재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