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봐주기 없는’ 2차 전쟁 시작된다

[백기자의 e知톡] 1·2위 굳히기 전략 속 대기업 공세 커질 듯

인터넷입력 :2020/12/29 10:24    수정: 2020/12/30 08:00

규제당국이 1년 가까이 끌어온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가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 나면서 ‘배달앱 전쟁’ 2차 전쟁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독일 자본으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 시장을 넘보는 배달의민족, 새 주인을 찾아 성장 모멘텀을 찾게 될 요기요를 비롯해 카카오·네이버·쿠팡 등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온라인 기반 대기업들의 공세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배달앱 시장은 스타트업 혹은 작은 기업들이 다투는 영역이었지만, 이제는 체급이 높아진 국내외 기업들이 ‘봐주기 없는’ 경쟁을 벌이는 큰 판이 됐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 공정위 '요기요 매각' 조건 수용

배달앱 로고

지난 2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론을 냈습니다. 단,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질 경우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이 높아져 경쟁제한성이 커지는 만큼, 요기요를 6개월 내에(연장 신청 시 최대 1년) 제3자에게 매각하라는 조건을 부과했습니다.

배달의민족을 인수합병 하기로 한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는 당초 이 같은 공정위 판단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결국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국에서 2위 사업자인 요기요를 계속 키우는 것보다,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을 품고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그림이 더 유리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또 만약 공정위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배달의민족 인수합병 계획을 철회할 경우, 지분을 팔기로 한 힐하우스,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등 배달의민족 대주주의 눈치도 살짝 보이지 않았을까요.

판 커진 국내 배달앱 시장..."눈치볼 것 없다"

배달의민족 앱 아이콘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DH의 배달의민족 인수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면서 국내 배달앱 시장은 이제 무한경쟁 체제를 갖출 것으로 보입니다. 그 동안 대기업들이 발을 담글라치면 스타트업들이 힘들게 일궈놓은 시장을 큰 기업이 기웃댄다는 날선 시각이 보이지 않게 존재했던 게 사실입니다. 카카오나 네이버도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해 배달앱 사업에 있어 숨을 죽이거나, 확장 속도를 늦추기도 했습니다.

2015년 배달의민족은 카카오의 주문하기 서비스 출시를 의식한 듯 ‘바로결제’ 수수료 제로를 발표하고, 지난해 쿠팡이 ‘쿠팡이츠’를 출시할 무렵에는 거대 사업자가 배달앱 시장에 진출하면서 불공정 영업을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국내 배달앱 시장 규모는 올해 15조원 돌파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공정한 룰을 지키는 선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공격적인 영업과, 대규모 마케팅,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장 점유율을 키우려는 시도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네이버도 배달의민족 지분을 4.7% 소유한 주주였으나, 더 이상 관계가 없어진 만큼 독자적인 행보가 더욱 손 쉬워졌습니다. 카카오 역시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배달앱 시장이 급성장한 만큼 카카오톡 기반의 주문하기 서비스에 더 힘을 불어넣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쿠팡 또한 지난 1년 간 배달앱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기반을 다진 상태라, 든든한 충성 고객들을 바탕으로 한 배달앱 사업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요기요 새 주인 누가 될까...재무적 투자자 유력

요기요 새 BI

배달앱 2차 전쟁에 있어 여전히 강력한 세력 중 하나는 요기요입니다. 정확히는 이 회사를 사들일 '새 주인'입니다.

딜리버리히어로 입장에서 배달의민족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을만한 요기요의 새 주인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잘 난’ 기업들은 후보 명단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조원에 가까운 요기요를 품을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추면서도, 2등에 만족할 수 있는 사모펀드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가 요기요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결국 기업가치를 높여 더 웃돈을 받아 시장에 팔거나, 주식 상장으로 더 큰 돈을 벌 목적의 새 주인이 요기요를 품어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펼 것으로 관측됩니다. 1위까지는 아니어도 굳건한 2등 전략 하에 사업 및 마케팅 비용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하위 그룹을 완전히 따돌리는 그림이 유력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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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자료사진(제공=픽사베이)

요약하면 이제 국내 배달앱 시장은 아직 어리다고 봐주거나 눈치보지 않는 시장이 됐습니다.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은 독일 회사의 막대한 자본력과 해외 네트워크 힘을 갖게 됐고, 2위 사업자인 요기요 역시 2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지닌 작지 않은 기업이 됐습니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유통기업이 진입해도,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대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해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시장이 됐습니다.

1차 전쟁을 이제 막 끝낸 국내 배달앱 시장은 지금 ‘폭풍의 눈’에 서서 내년부터 본격 시작될 2차 전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