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업체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한 지 단 4개월 만에 6000억원의 평가손익을 거뒀다. 회사는 올해 8월부터 최근까지 1조2500억원을 투입해 비트코인 7만470개를 매수했는데, 현재 그 가치가 1조8400억원으로 상승한 것이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회사가 보유한 현금 자산 대부분과 채권담보 매각을 통해 추가 확보한 자금으로 비트코인에 '올인 투자'했고 대박을 터뜨렸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사례처럼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 및 기관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돈을 풀자 현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고,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비트코인 투자가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규제기관들이 암호화폐를 제도권에서 관리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시장에 주면서 규제 리스크까지 해소되자, 이런 움직임이 가속화 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기관 투자자도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최근들어 국내에도 기업·기관 대상 비트코인 투자 시장이 개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5대 주요 시중은행 중 한 곳인 KB국민은행이 합작사 형태로 기업 대상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 업체 '코다(KODA, 한국디지털에셋)'를 설립한 것이 중요한 분기점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기관이 비트코인에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
블록체인 분야 전문 투자 업체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22일 진행된 코다 웨비나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비트코인이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한 투자자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위험 대비 투자 수익률을 나타내는 '샤프 비율'을 근거로, 금보다 비트코인이 안정적인 투자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샤프 비율이 높을 수록 동일한 수익률을 올리 때 감수해야 하는 위험도가 더 낮다는 걸 의미한다.
그는 "비트코인은 금 대비 더 높은 샤프 비율을 보이고 있고 최근들어 웬만한 주식보다 더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거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관투자자들은 더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자산을 선호한다"며 "비트코인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킬 때 샤프 비율이 높아진다는 분석에 따라 멀티애셋에 투자하는 펀드회사들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금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보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 국가들이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과도한 유동성에 따라 인플레이션도 가속화되고 있다.
김 대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전 세계적인 불경기가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불경기에는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협의통화(M1)가 급증했다"며 "결국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투자자로서 페르소나를 가지지 않으면 자신의 자산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실제 주식과 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 시장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상승여력을 고려해 비트코인에 주목하는 기관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전체 비트코인의 가치는 400~500조원 정도로 아직 메이저 자산군 대비 규모가 아주 작기 때문에 큰 상승여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래 경제에서 비트코인이 주요 보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개인이 자신의 재능과 적성에 맞는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효율적으로 일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형태의 경제가 커질 것"이라며 "이런 경제에서 비트코인의 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기업 대상 비트코인 투자 인프라 생긴다...KB국민은행, 내년 1월 스타트 끊는다
최근들어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시장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규제당국이 암호화폐 투자와 관련한 규제를 명확히 제시하고, 암호화폐를 제도권 금융 안에서 다루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자 시장이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선물펀드를 승인했고, 통화감독청 가이드라인에 따라 모든 은행이 암호화폐를 수탁할 수 있게 됐다. 영국도 지난해 이미 암호화폐 자산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바 있다.
국내도 내년 3월 시행될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 신고제가 도입된다. 기업들이 법제도 안에서 암호화폐를 취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여기에 기관투자자를 위한 금융인프라도 갖춰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합작사 형태로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 업체 코다를 설립하면서 스타트를 끊었다.
코다는 내년 1월부터 기업과 기관투자자를 위한 암호화폐 투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핀테크 업체들이 비트코인 간편 구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반 인프라도 제공한다. 이 같은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암호화폐 매입, 수탁, 청산, 회계처리에 이르는 모든 기능을 갖췄다는 게 코다 측 설명이다.
문건기 코다 대표 겸 해치랩스 공동대표는 웨비나에서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비트코인 투자도 코인베이스프라임 같은 파트너사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며 "코다는 KB국민은행의 수탁 사업 노하우와 해치랩스의 가상자산 보안기술을 결합해 국내 기업과 기관들을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수탁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KB국민은행이 암호화폐 수탁 사업을 시작하면서, 다른 시중은행들도 이 분야에 뛰어들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