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건희 회장 상속세 11兆 재원 마련 어떻게 할까

연부연납·배당·지분매각 등 관측...총수일가 재산분할도 주목

디지털경제입력 :2020/12/23 13:44    수정: 2020/12/24 07:3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가족들이 내야할 주식 상속세가 약 11조원대로 확정되면서 상속안에 관심이 쏠린다. 상속인은 내년 4월 말까지 상속세 신고·납부를 해야 한다.

이는 역대 재계 상속세 중 최대 규모다. 이제까지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선대 회장에게 물려받은 재산 상속세 9천215억원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연간 상속세 신고세액(3조7천억원)과 비교해서도 3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재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이건희 회장의 주식 상속가액은 11조366억4천30만원이다. 이는 고인 사망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주식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산출됐다. 4개월간 이 회장 평균 주식평가액은 18조9천633억원 가량이다. 

고(故)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삼성)

■ 주식에 부동산 등 추가할 경우 상속세 12兆 넘을 수도

9월 말 공시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율은 삼성전자 보통주 4.18%와 우선주 0.0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6%, 삼성SDS 0.01% 등이다.

대기업 최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상속·증여 시에는 할증률 20%가 붙는다. 또 상속세 법령에 따라 증여액이 30억원을 넘을 시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즉 이 회장 주식 평가액 세율은 20% 할증이 붙은 평가액(120%)의 50%인 약 60% 수준이다. 이에 자진 신고로 인한 3% 공제까지 적용해도 총 상속세는 약 11조400억원에 달한다.

또 주식 상속세에 더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부동산, 현금성 자산, 기타 재산 등을 추가하면 전체 상속세 규모는 1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회장은 경기도 용인시 포곡읍 주변 일대 토지를 비롯해 서울 한남동, 이태원동, 장충동 등지에서 단독주택을, 청담동 일대에서 건물 등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재산가치만 해도 수천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 재원 마련 관건…연부연납·배당정책·지분매각 등 거론

최소 11조원이 넘는 상속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관건이다. 사실상 일괄 납부가 불가능한 수준이어서 연부연납을 활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연부연납은 납부세액 일부 요건 충족 시 조세 일부를 법정신고기한을 경과해 납부할 수 있도록 기간을 연장해 주는 것이다. 연부연납 기간인 5년 동안 분납하게 된다. 연 이자 1.8%를 적용해 신고 때 6분의 1을 내고 나머지를 5년간 나눠 내는 방식이다.

재계는 삼성 일가가 재원 마련을 위해 배당정책 강화, 연말 특별배당을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 총수 일가의 지난해 배당 소득은 7천246억원으로 수천억원에 이르지만, 연간 상속세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삼성 서초사옥. (사진=지디넷코리아)

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이건희 회장이 20년 간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구 삼성물산 포함) 등에서 받은 배당금액은 2조5천억원이 넘는다. 이중 삼전전자에서만 1조6천5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았다. 홍라희 여사 등 이 회장 일가가 받은 배당금까지 합치면 3조원 이상 된다. 지금까지 받은 배당금을 수익률이 높은 곳에 재투자해 재산을 늘렸을 것을 감안하면 상속세의 중요한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특히 내년에 수령하게 될 2020년 배당금은 상속세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사실상 이 회장의 유족들이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중요한 재원 중 하나인 셈이다. 지난해 수준으로 배당이 이뤄질 경우 이건희 회장의 주식에 대한 정기 배당금은 5천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여기에 특별 배당금까지 추가 지급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특별 배당금은 연말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배당과 별개로 주주들에게 추가로 지급하는 금액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17년에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간 발생한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근거해 특별 배당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연구소 측은 "주주 입장에서는 지갑을 두둑하게 할 수 있고, 이건희 회장 유족들은 상속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별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 배당을 예상보다 확대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경우 올 12월 28일까지 주식을 보유하는 주주에 한 해 내년에 특별 배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특별 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1천원으로 지급할 경우, 이 회장 유족들은 3천400억원 정도를 추가로 받게 된다. 이건희 회장 주식에 대한 배당금만 8천억원이 넘고, 유족들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배당금까지 모두 합치면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는 5년 동안 이 회장 유족들은 현재 지분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3조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럼에도 부족한 상속세 재원은 일부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하거나 지분 매각을 통해 상속세를 마련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삼성전자 지배구조에 덜 영향을 미치는 지분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상속세 재원 마련과 함께 이건희 회장의 재산이 유족들에게 어떻게 분할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장기적으로 향후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그룹 내에서 홀로서기를 위한 중요한 재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삼성家 재산 분할은 어떻게?

재산 분할의 1순위 기준은 이건희 회장의 유언이다. 이 회장이 유언을 남겼으면 그에 따라 재산 분할이 이뤄지게 된다. 유언이 없다면 2순위로 유족들 간 상호합의로 결정하게 된다. 이럴 경우 홍라희 여사를 중심으로 가족 간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3순위는 법정상속분비율을 따르게 된다. 법정상속분에 따라 재산 분할이 이뤄질 경우 홍라희 여사는 전체 상속 재산의 9분의 3을 갖게 되고,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세 명의 자녀들은 각각 9분의 2에 해당하는 비율대로 상속이 이뤄진다. 삼성 지배구조를 위해 삼성전자의 지분을 누가 얼마나 가져가게 될 지도 예의주시할 대목 중 하나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국내 최고의 재산을 보유했던 이건희 회장의 명성과 사회 공헌 차원에서 이 회장 명의로 상당 액수의 기부금 등을 출연하는 방안도 예상해볼 수 있다”며 “이것이 현실화되면 기부 금액이 어느 정도 될지 여부와 어떤 공익법인 등에 출연시킬 지도 이목이 집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 韓 상속세 최고세율 OECD 2위…"분할납부 기간 확대 등 검토해야"

재계에서는 과세체계가 약 20년 전 수준에 머무르면서 상속세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높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국가들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2위이지만, 기업승계 시 주식가치에 최대주주할증평가(20% 할증)를 적용하면 최고세율 60%를 적용받아 사실상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상속세율 인하가 어렵다면 우선 분할납부 기간을 늘려서라도 납세자의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고, 나아가 상속세 세제개편에도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자료=한경연)

현재 상속세는 소수의 고액 납세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연도별 세수 변동성이 높다. 예컨대 10조원의 상속세 과세액을 10년간 분할납부하는 경우, 첫해의 상속세수 변동률은 28.1%로 일시납(312.5%) 및 현행 5년 분할납부(50.0%)에 비해 세수 변동성이 크게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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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기업승계 시 ‘징벌적 상속세’라는 장애요인을 제거할 수 있도록 단기적으로 상속세율을 인하하고, 추후 기업승계에 한정해 자본이득과세가 도입된다면 기업승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상속재산의 감소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도 불확실하게 해서 기업가 정신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상속세 비율 조정은 상속세율만 아니라 연간 납부해야 하는 법인세와 소득세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상속세율은 낮아지고 법인세와 소득세 등 연간 내야 할 세금이 커지면 결국 조삼모사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