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코로나에도 '초격차' 가속화

[2020년 결산 ①-반도체] 美, 中 제재 속 내년도 실적 성장 기대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12/23 08:08    수정: 2020/12/24 10:59

올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위기 속에서 진짜 실력을 입증하는 한 해를 보냈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의 대확산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실적 성장세를 기록하는 저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접종을 시작하고, D램 가격도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내년 더욱 성장하는 한 해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커다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디넷코리아는 반도체 업계의 이 같은 이슈를 키워드와 함께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 1월 - 코로나19

국내 반도체 업계는 2020년 경자년 새해 코로나19 대확산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년도 반도체 사업에서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 감소하는 부진을 기록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료=삼성전자)
(자료=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곧바로 코로나19 상황에 대비한 비상대응계획(컨티전시 플랜)을 세우고, 신규 투자계획을 수정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나아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경쟁사 우위에 있는 10나노미터 초반 및 10나노미터 중반 공정의 D램과 96단 이상 적층형 낸드플래시 양산에 집중하기로 한다.

"올해 연간으로 D램은 하반기 계절적 성수기 효과가 나타나고, 신규 CPU 출시에 따른 확대량 중심의 수요 성장이 전망된다. 모바일은 주요 업체들이 5G 스마트폰 확대에 따라 볼륨 중심으로 탑재량 증가가 기대된다. 그러나 5G 확산 수준, 이에 따른 D램 수요영향은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일부 고객사가 2019년도에 하반기에 재고를 축적한 것으로 보이고, 재고를 소진하면 수요조정이 될 수도 있다. 대외 환경도 지정학적 이슈가 많다." - 2019년 연간 삼성전자 실적 컨퍼런스 콜.

■ 2월 - 화웨이 추가 제재

미국 상무부는 코로나19가 확산 중인 상황에서 화웨이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사용규제라는 추가 제재조치 검토에 돌입했다. 미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를 이용하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기에 앞서 모두 미국 당국으로부터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

(사진=뉴시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대확산이 완제품 시장의 수요침체를 가져오는 상황에서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국내 반도체 업계에 악재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들이 나왔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10% 이상)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비메모리 반도체(파운드리,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삼성전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왔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중화 동맹(화웨이-TSMC)이 약화되면 삼성전자가 초미세 공정에서 TSMC와 격차를 더욱 좁힐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 3월 - 초격차

세계 1위 D램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극자외선 공정을 활용해 10나노미터 초반급 DDR4 D램 모듈 양산을 시작했다. 나아가 극자외선 공정을 통한 10나노미터 이하 D램 기술 개발에 착수하고, 내년에는 최신 D램 표준규격인 DDR5 D램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가 양산하는 16기가바이트 용량의 LPDDR5 D램. (사진=삼성전자)

DDR5 D램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의 차세대 시스템에 최적화된 메모리 반도체다. 성능은 기존 DDR4 D램과 비교해 데이터 전송속도(최대 초당 6천400메가비트)는 2배가량 빠르고, 소비전력(1.1볼트)은 9%가량 낮은 게 특징이다. 용량은 칩셋 하나당 집적밀도(최대 64기가비트)가 4배 이상 증가해 단면 기준으로 64기가바이트 용량의 메모리 모듈을 구현할 수 있다.

■ 4월 - 깜짝실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로나19 대확산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깜짝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 침체 속에서도 비대면 경제활동의 증가로 서버와 PC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다만, 양사는 서버 및 PC 시장의 지속적인 수요 확대 전망에도 투자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자료=삼성전자)
(자료=SK하이닉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수급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연간 가이던스를 제시하기 어렵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유지, 미래 수익을 창출하는 기본적인 것조차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코로나19가 개선되고 불안감이 해소되면 자연스럽게 회복 수단, 즉 5G와 서버 중심 매출 성장은 더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고 본다. 당분간 지속될 불확실성에 대비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향후 경영정상화가 되면 이번에 확인한 5G와 서버 중심의 메모리 혁신을 할 수 있도록 기술혁신과 인프라 구축에 만전을 기하겠다." - 2020년도 1분기 SK하이닉스 실적 컨퍼런스 콜.

■ 5월 - 화웨이 제재 현실로

미국 상무부는 안보상의 이유로 미국의 기술과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의 화웨이 제재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기술을 사용한 제품(장비 포함)을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9월부터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강력한 중국 반도체 굴기 압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예상들이 나왔다. 특히,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조치가 중국의 반도체 육성전략(중국 제조 2025)에 제동을 걸어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2020년 1분기 글로벌 톱10 파운드리 업체 점유율 추이. (자료=트렌드포스)

실제로 미국 정부의 규제 발표 이후, TSMC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안을 고려해 하이실리콘(화웨이 자회사)의 반도체 주문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곧바로 평택에 극자외선 공정 기반의 파운드리 라인 구축을 발표하고,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할 계획을 밝혔다.

■ 6월 - 초초격차

세계 1위 낸드플래시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낸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경쟁사를 압도하는 적층 기술과 양산능력을 무기로 선두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평택 캠퍼스 2라인에 추가 생산시설 구축 계획을 밝혔다. 양산 일정은 2021년 하반기 예정으로, 삼성전자는 평택 2라인에서 6세대 및 7세대 V낸드를 주력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2020년도 2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추이. (자료=트렌드포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세계 1위 업체인 TSMC와 6.5%포인트 가량 격차 좁히기에 성공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18.8%의 점유율을 기록해 시장 2위에 올랐다. 1위 TSMC의 점유율은 51.5%로,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32.7%포인트에 달했다.

글로벌 톱10 파운드리 업체 매출 추이. (자료=트렌드포스)

앞서 TSMC와 삼성전자는 1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각각 54.1%, 15.9%의 점유율을 기록해 38.2%포인트의 점유율 격차를 기록한 바 있다.

■ 7월 - DDR5 시대의 서막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 제덱(JEDEC)이 PC·서버용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 D램(JESD79-5 DDR5 SDRAM)의 표준안을 확정·발표했다.

DDR5 D램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의 차세대 시스템에 최적화된 메모리 반도체다. 성능은 기존 DDR4 D램과 비교해 데이터 전송속도(최대 초당 6천400메가비트)는 최대 2배가량 빠르고, 소비전력(1.1볼트)은 9%가량 낮은 게 특징이다. 용량은 칩셋 하나당 집적밀도(최대 64기가비트)가 4배 이상 증가해 단면 기준으로 64기가바이트 용량의 메모리 모듈을 구현할 수 있다.

DDR4 규격과 DDR5 규격 비교도. (자료=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DDR5 D램 표준이 확정됨에 따라 곧바로 DDR5 D램 양산을 위해 인텔, AMD 등과 협력에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DDR5 D램 시장은 2021년 전체 D램 시장의 25%를 차지한 후, 2022년에 44%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 8월 - SK하이닉스, 세계 최초 128단 적층형 낸드플래시 생산 돌입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 1위 도약을 목표로 기술력을 강화 중인 가운데 업계 최초로 7나노미터 극자외선 공정에서 3차원 적층 기술인 엑스-큐브를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엑스-큐브는 전공정(반도체 제조)을 마친 웨이퍼 상태의 복수의 칩을 위로 얇게 적층해 하나의 반도체로 만드는 패키징 방식으로, 칩셋에 구멍을 뚫어 전극을 연결하는 실리콘관통전극 기술이 사용된다. 이를 활용하면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를 위로 적층해 전체 칩셋 면적을 줄이면서 고용량 메모리 솔루션을 구현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엑스-큐브가 슈퍼컴퓨터, 인공지능, 5G 등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를 요구하는 분야는 물론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최첨단 EUV 시스템반도체에 적용한 3차원 적층 기술 '엑스-큐브'. 사진=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128단 적층형 낸드플래시 기반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골드 P31) 생산에 돌입했다.

골드 P31은 PCIe NVMe 규격의 소비자용 SSD로, 500기가바이트 및 1테라바이트 용량으로 출시됐다. 성능은 초당 3천500메가바이트의 읽기 속도와 초당 3천200메가바이트의 쓰기 속도를 제공하며, 평균 150만 시간을 고장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신뢰성도 갖췄다. 보증기간은 5년이다.

SK하이닉스 128단 적층형 낸드플래시. (사진=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3차원 적층 기술 적용에 이어 업계 최초로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10나노미터 초반급 LPDDR5 D램 양산도 시작했다. 이는 양산 D램 중 최초로 극자외선 공정이 적용된 제품으로, 16기가비트의 역대 최대 용량과 초당 6천400메가비트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동작 속도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10나노미터 초반급 LPDDR5 D램을 통해 내년 출시되는 5G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 9월 - SMIC 제재

미국 국방부가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 SMIC를 무역 제재 대상 기업에 추가하기로 했다. SMIC는 세계 5위의 파운드리 업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4.5%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매출은 31억1567만달러에 달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SMIC 제재로 중국의 스마트폰 및 팹리스 업체들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나 이미지 센서, 지문인식 센서 등의 핵심 부품 수급을 위해 삼성전자와 DB하이텍에 주문 물량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기즈차이나)

특히, 8인치 팹에서 생산되는 이미지 센서, 무선주파수 및 사물인터넷 센서, 지문인식 센서 등의 물량이 집중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10월 -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사업 인수

SK하이닉스가 인텔의 옵테인 사업부를 제외한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 전체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대상은 ▲인텔의 낸드플래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낸드플래시 단품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공장 등으로, 인수 총액은 90억달러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말까지 각국 정부의 규제 승인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자회사를 설립해 인텔의 중국 다롄 생산시설과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사업 부문(관련 지식재산 및 인력포함)을 이전받을 계획이다. 나아가 2025년 3월까지 인텔로부터 그 외 낸드플래시 지식재산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운영 인력 등도 이전받을 예정이다.

(사진=인텔)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 인수 효과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시장의 경쟁 구도가 삼성전자 대 SK하이닉스의 양강체제로 굳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희 회장 영결식에 참석하고 나온 홍라희 여사,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모습. (사진=지디넷코리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향년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6년 5개월 만의 일이다.

고 이건희 회장은 1974년 선대회장인 고 이병철 회장을 설득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진출을 건의하고, 이후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반도체 불모지였던 한국이 오늘날 세계 최고의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한 한국 반도체 업계의 큰 별이다.

이 회장은 삼성 반도체의 본산인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 마지막으로 출근한 뒤 수원 가족 선영에서 영면에 들었다.

■11월 - 어닝서프라이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실적에서도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3분기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매출 18조8천억원·영업이익 5조5천400억원을, SK하이닉스는 매출 8조1천288억원·영업이익 1조2천997억원을 달성했다.

(자료=삼성전자)
SK하이닉스 분기별 실적 추이. (자료=SK하이닉스)

이는 삼성전자는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81.64%,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75% 증가한 수치다. 양사 모두 모바일과 PC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신규 게임 콘솔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판매를 확대하면서 성과를 냈다.

■12월 - 삼성·퀄컴의 파운드리 동맹

퀄컴이 삼성전자와 협력해 5나노미터 공정 기반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88 5G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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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드래곤 888 5G는 ▲최대 2.84기가헤르츠로 동작해 기존 대비 25%가량 향상된 성능을 제공하는 크라이오680 중앙처리장치 ▲기존 대비 최대 35% 빠른 그래픽 렌더링을 제공하는 아드레노 660 그래픽처리장치 ▲5G 주파수집성과 밀리미터파 기술을 통해 최대 7.5기가비피에스의 네트워크 속도를 구현하는 스냅드래곤 X60 5G 모뎀-무선주파수 시스템 ▲전작 대비 와트당 성능을 세 배 가량 높여 초당 26조번의 연산이 가능한 헥사곤 780 프로세서와 6세대 AI 엔진 ▲초당 최대 2.7기가픽셀의 처리 속도로 3대의 카메라에서 동시에 캡처가 가능한 스펙트라 580 이미지처리장치 등을 주요 사양으로 갖췄다.

퀄컴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88 5G'. (사진=퀄컴)

이는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21(가칭)을 비롯해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대거 적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