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다각화 나선 소재·장비 업계, '2차전지' 진입 러시

필옵틱스·덕산테코피아·아바코 등 도전...전기차 시장 급성장에 기대감 커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12/18 17:35    수정: 2020/12/19 21:57

전기차 시장이 향후 연평균 25%씩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국내 소재·장비 업계가 2차전지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필옵틱스, 덕산테코피아, 아바코 등은 올해 공시를 통해 2차전지 사업 진출 및 역량 강화를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업체가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것은 각국 정부가 환경규제 정책을 강화하면서 2차전지 산업 전반으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 토요타의 전기차 '프리우스'. (사진=픽사베이)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향후 7년간 연평균 25%씩 급성장해 2025년에는 1천600억달러(약 176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5년에 1천490억달러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넘어서는 수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보고서를 통해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점유율은 지속 성장해 2040년에는 5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전기차에 탑재되는 중·대형 전지 시장은 용량 기준으로 10년간(2020년→2030년) 15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자료=하이투자증권)

또 "이에 따른 수요 확대로 각국의 2차전지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소재 확보에서 전지·완성품 업체 간 협력에 이르기까지 상용화를 염두에 둔 가치사슬(공급망) 형성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2차전지 시장은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을 주축으로, 국내외 소재 업체들이 2차전지의 핵심소재(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를 공급하는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최근 필옵틱스, 덕산테코피아, 아바코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 필옵틱스다. 지난 1월 필옵틱스는 2차전지 사업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물적분할(분할기일 2020년 4월 1일)을 통한 신설회사 '피비엠' 설립을 결정한 바 있다.

필옵틱스의 레이저 타입 노칭 장비. (사진=필옵틱스)

필옵틱스가 주목한 2차전지 사업 분야는 리튬이온 전지 제작에 사용되는 레이저 타입 노칭 장비다. 이는 2차전지 양극과 음극 소재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재단하는 데 사용되며, 필옵틱스는 삼성SDI와 협력해 노칭 장비를 공동개발했다.

시장에서는 필옵틱스가 내년에 2차전지 사업에서 올해보다 더욱 개선된 성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올해 8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578% 늘어난 800억원을 수주했으며, 삼성SDI와 2차전지 설비 다각화를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종합소재 업체인 덕산테코피아도 지난 9월 전고체 배터리 업체 세븐킹에너지의 지분 54%(24만1500주)를 51억원에 취득, 차세대 2차전지 사업(전고체 전지)에 진출했다.

덕산테코피아 역시 기존 주력 사업은 OLED 디스플레이 소재의 원료인 중간체를 제조·공급하는 것으로, 세븐킹에너지가 보유한 전고체 특허를 활용해 산화물계 고체전해질 기반의 전고체 전지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게 덕산테코피아의 목표다.

전고체 전지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2차전지 시장의 주류인 리튬이온 전지 대비 무게와 부피를 줄이는 동시에 안전사고 발생위험은 크게 낮춰 향후 시장성이 주목되는 분야다. 이에 일본 후지경제연구소는 2035년에 전고체 전지 시장이 2조7877억엔(약 30조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자료=SNE리서치)

과거 LG디스플레이가 지분을 투자한 바 있는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 업체 아바코 역시 2차전지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지난 9월 컨버팅머신 사업부를 신설하고, 롤투롤 스퍼터 장비를 활용한 2차전지 제조 장비 개발에 착수했다.

롤투롤 스퍼터는 금속이나 유리판 위에 특수가스를 연속적으로 뿌려서 박막을 형성하는 장비다. 이를 2차전지 제조 공정에 활용하면 기존보다 낮은 비용으로 고용량의 2차전지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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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코의 컨버팅 머신. (사진=아바코 홈페이지)

아바코는 이외에도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용 동박과 알류미늄박에 전극을 도포하는 코팅 장비, 전극 기능향상을 위한 캘린더링 장비, 극판을 일정한 폭으로 절단하는 슬리팅 장비 등도 개발 중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소재·장비 업계에서는 중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굴기에 대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크고, 이 중 가장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분야가 2차전지 사업"이라며 "특히 디스플레이 관련 업종에서 2차전지 사업에 신규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