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삼성 준법감시제도', 어떤 평가 받았나

전문심리위원 평가 보고서 일반 공개…'캐스팅 보터' 평가 긍정적

디지털경제입력 :2020/12/18 18:06    수정: 2020/12/19 21:5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 관련 '삼성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평가한 전문심리위원 보고서가 공개됐다. 

'캐스팅 보터'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가운데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양형 정도를 판단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18일 서울고법 홈페이지를 통해 전문심리위원 보고서를 공개했다. 전문심리위원단(3명)은 재판부가 지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특검 측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회계사, 삼성 측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로 구성됐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 측에 "향후 정치권력자 요구에도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안 마련을 요청했고, 지난 2월 삼성그룹의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독립 출범해 11개월가량 활동을 이어왔다.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제도가 제대로 시행되는지 엄격하게 점검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했고, 이들 위원의 평가는 이 부회장의 양형 판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검 측과 삼성 측의 전문심리위원이 예상대로 각각 부정적, 긍정적 평가를 내놓으며 엇갈리면서 재판부 직권으로 지정된 강 위원의 세부 평가에 관심이 높다.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사진=뉴시스)

강 위원은 보고서에서 크게 ▲법령에 따른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 ▲강화된 준법감시제도의 지속가능성으로 나눠 결론을 내렸다. 

■ '삼성 준법감시제도 실효성' 평가는...'긍정적'

강 위원은 삼성 준법감시제도 실효성 항목에서 최고경영진의 위법 행위가 어려워진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 위원은 "준법감시조직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회사 내 조직을 이용해 위법행위를 하는 것은 과거에 비해 어려워진 게 분명하다"며 "준법위가 회사 내부 준법감시조직과 유기적으로 연계 활동해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준법감시조직이 회사 주요사항 결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된 것으로 판단했다. 파기환송심 재판 이후 준법위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증권도 준법 조직 위상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인력을 보강한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비공개 내외부 제보 시스템을 강화해 실제로 신고 건수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정의하고 선제적 위험 예방·감시하기 위한 체제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삼성 측은 준법위 권고에 따라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지속가능한 준법경영체제 관련 의뢰를 했지만, 컨설팅 결과가 내년에 나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물산 합병 형사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사건에 대한 준법활동은 소극적이라고 봤다. 

■ '준법감시위원회 실효성' 평가는...'임기 2년 위원, 독립성 약화 우려'

다음으로 준법위 실효성에 대해서는 삼성 관계사와 최고경영진에 대해 독립적인 위치에서 폭넓은 준법감시·통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회사 내부 조직이 하기 어려운 최고경영진 감독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사건에 관여한 임원 직무 배제를 권고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준법위가 이재용 부회장에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3가지 의제와 관련 대국민 약속을 이끌어낸 데 대해서는 "준법경영을 위협하는 위험을 정의하고 사전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효과적인 의제 선정이다"고 평가했다. 준법위가 회사 내 준법문화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했다.(사진=뉴스1)

다만 위원 임기 2년이 끝난 이후 관계사들의 협의, 이사회 인선 여부에 따라 독립성이 약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준법위 권고를 관계사가 제도적으로 이행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강 위원은 "준법감시위원회의 독립성 유지와 실효성 확보는 결국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지와 회사 내 준법문화 및 여론의 감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 '강화된 준법감시제도의 지속가능성'은...'문제 없을 것'

끝으로 강화된 준법감시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강 위원은 "법령에 따른 준법감시제도는 법령의 개정이 없는 한 지속될 게 분명하고, 준법위 존속 여부는 관계사들의 의사에 달려 있다"며 "준법위 조직과 구성, 최고경영진의 지원, 회사 내 준법문화, 여론의 관심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준법감시위원회의 지속가능성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재판부의 권고로 준법감시위원회가 구성되고 관계사 및 계열사의 준법감시조직이 강화된 것은 긍정적 변화이며, 그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은 궁극적으로는 최고경영진의 의사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같은 전문심리위원의 지적사항과 관련 준법위는 전날(17일) 진행한 임시회의에서 전문심리위원 의견에서 지적된 사항인 ▲위원회 권고의 실효성 보장 강화 ▲위원회 협약 탈퇴 관련한 절차적 요건 강화 ▲위원회의 인력, 예산에 관한 권한의 실효성 보장 강화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관련 내용을 반영해 현행 제도를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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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위 측은 "위원회에 대한 전문심리위원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그 자체로 위원회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로 삼고 위원회 운영에 개선, 보완할 점을 찾아 구체적 실현 방안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는 21일 열리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에서는 특검과 삼성 측이 준법위 활동 평가에 대한 추가 의견진술을 진행한다. 결심 공판은 해당 기일에 확정되며 예정일자는 오는 30일이다. 최종 선고는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께로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