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서 경쟁 본격화…플랫폼 4사4색 '눈길'

[이슈진단+] 전자서명 시장 재편 움직임

컴퓨팅입력 :2020/12/18 15:28    수정: 2020/12/19 21:57

공인인증서의 법적 우월성을 없앤 개정 전자서명법이 시행되면서 인증서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새 인증서 시장에 뛰어든 IT 플랫폼사들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17일 전자서명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사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 핀테크 기업인 토스가 주요 시장 플레이어로 거듭나고 있다. 이 중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인 네이버를 제외하면 법 개정 소식이 전해진 지 반년여만에 인증서 발급 건수가 2천만건을 넘어서는 등 사설 인증서 이용자 수가 급성장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인증서 서비스 경쟁력보다, 인증서 업체들이 운영하는 플랫폼 영향력이 시장 주도권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문, 홍채 등을 활용하는 생체인증이나 PIN번호, 패턴 등을 활용한 간편인증, 인증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한 보안 기술들은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인증서 서비스 품질이 대동소이한 상황에서, 시장점유율을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는 접근성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체들은 개정 전자서명법 시행에 맞춰 공인인증서(현 공동인증서)가 아닌, 사설인증서를 확대 도입하고자 하는 기관들에 서비스를 공급하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공공, 금융 등 서비스 신뢰성이 전제돼야 공급이 가능한 분야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카카오톡으로 '신원확인' 하고 고지서 열어본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페이를 통해 지난 2017년부터 인증서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전자문서 고지 및 간편결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시너지를 꾀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작년 행정·공공기관에 전자문서 유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인전자문서중계자 자격을 획득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ICT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아 민간?금융기관에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여기에 회사 주력 플랫폼인 메신저 앱 '카카오톡'과 인증서 기술을 결합, 모바일 신분증 플랫폼을 출시한 점이 눈에 띈다. 카카오는 지난 16일 카카오톡에 '카카오톡 지갑'을 출시하면서 향후 인증서를 비롯해 신분증, 자격증, 증명서, 간편결제 정보 등을 담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회사는 지난 9월 ICT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에 대한 임시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카카오톡 지갑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톡 지갑의 경우 신분증이나 자격증을 담는 목적 하에 인증서가 활용되는 것으로, 사업화에 중점을 뒀다기보다 신분증과 자격증 사용에 불편함을 느꼈던 영역에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카카오페이 인증서는 공과금 납부 등 주로 전자문서 유통, 간편결제 등 보유한 인프라가 활용될 수 있는 영역에서 발급처를 확대해나간다는 점에서 서비스 방향성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연말정산, 정부24, 국민신문고 등 주요 공공 웹사이트에 민간 전자서명을 탑재하는 시범 사업의 후보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다. 시범 사업자로 최종 선정되면 카카오톡 지갑을 통해 공공 웹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본인확인기관 지정 심사도 기다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심사 신청 배경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서비스 경쟁력을 갖춰나가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면서, "본인확인 서비스와 인증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수 있게 되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첨언했다.

■패스 인증서, 증권·보험 이어 공공 시장 공략

패스 인증서는 이통 3사가 운영하는 본인확인 앱 '패스'에서 제공되는 인증서 서비스로 작년 4월 출시됐다. 본인확인기관이 아닌 사업자 서비스에 비해 접근성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주민번호 등 실지명의 기반 인증을 요하는 공공·금융 분야 진출이 가능해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이통사 기본 앱으로 탑재된다는 점도 플랫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었다.

패스 인증서 차별점

그러나 개정 전자서명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까지는 패스 인증서 공급처가 세 곳에 그치는 등 지지부진했다. 법적 한계로 사업 확대가 여의치 않았다는 설명이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로는 인증서 도입이 활발해졌다. 인증서 서비스를 구축한 아톤이 주로 금융 분야에 보안 제품을 납품해온 만큼, 증권사·보험사 등 금융기관과 핀테크 업계 위주로 고객사 유치가 늘었다. 공공 분야에서도 일부 기관이 패스 인증서 도입을 준비 중이고,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공공 웹사이트 시범 사업 후보 사업자로 선정돼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다.

이통사는 인증서 서비스가 담기는 패스 앱의 기능을 확대해가고 있다. 지난 3월 휴대폰 번호 기반 모바일 앱 로그인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ICT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거쳐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를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편의점, 공유 차량 이용, 경찰 검문 등에서 실물 형태의 운전면허증을 대체할 수 있다. KT의 경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패스 앱 기반 비대면 이동통신 가입 서비스를 지난 9월부터 제공하고 있다.

■금융 소비자 공략한 토스, 인증서 시장 선도

토스는 지난 2018년 11월 수협은행에 인증서 발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인증서 사업을 시작했다. 토스 앱을 통해 생체인증, 패스워드 기반 본인인증을 지원한다. 개정법 국회 통과 직후인 지난 5월부터 공인인증기관 자격을 갖고 있던 한국전자인증과 인증서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인증서 발급 건수만 보면 토스가 가장 앞선 상태다. 토스는 지난 7일 인증서 누적 발급 건수가 2천300만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인증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발급 건수가 크게 늘어난 점과 함께, 앱 가입 과정에서 인증서 발급을 택하는 사용자들이 많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인증서가 자주 쓰이는 금융 분야 위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인증서 이용 확대를 불러일으킨 요인으로 분석된다. 토스 인증서는 토스 앱 외 SC제일은행·삼성화재·하나손해보험·KB생명 등의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다.

토스는 향후 출범할 증권 서비스와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인증서 접근성을 더욱 높여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이 관계자는 “공공 및 금융 분야에 토스인증 도입을 확대해나가는 동시에, 내년 출범을 앞둔 토스증권과 인터넷은행의 인증 절차에도 토스인증을 활용해 사용자들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본인확인기관 신청 절차도 밟고 있다. 

■네이버 "'PC 원스톱' 브라우저 인증서로 차별화"

개정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네이버도 작년 6월 출시한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 '네이버 고지서' 공급을 확대하고, 고지서 서비스에 쓰여온 네이버 인증서의 자체 사용처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런 목적에서 네이버 계정 로그인의 2단계 인증 체계로서 인증서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네이버는 인증서 서비스에 있어 PC와의 연동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타사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와 달리 PC 상에서 전자문서를 열람할 수 있게 했으며, 지난 9월에는 자사 웹브라우저 '웨일'에 네이버 인증서를 탑재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다양한 PC 환경에서 웨일을 사용해 인증서를 쓸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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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웨일 브라우저에 네이버 인증서가 기본 탑재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공공 서비스 이용이나 보험 가입 등 인증서 사용이 필요할 때는 PC 환경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PC 환경에서 모바일 인증서 서비스를 이용할 땐 스마트폰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이런 불편함을 해소해준다는 게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인증서 사업을 본격화한 지난 3월 이후 약 9개월만에 54곳의 제휴처를 확보했다. 인증서 발급 건수는 200만건을 기록, 타사에 비해 적은 편이다. 내년 말까지 10배 이상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ICT 규제 샌드박스 기반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도 준비하는 등 모바일 신분증 플랫폼으로 키워나갈 계획도 갖고 있다. 본인확인기관도 신청, 심사를 기다리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