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게만 느껴졌던 일상 속 로봇 시대가 눈앞까지 성큼 다가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할 예정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을 실제로 본 순간 든 생각이다.
네 발로 걷는 움직임이 꽤 자연스러워 물류 등 당장이라도 산업 현장에서 사람의 고된 노동을 덜어줄 수 있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시연했다. 11일 현대차그룹이 공식적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선언한지 약 5일만이다.
현대차그룹이 스팟 시연에 나선 것은 향후 로봇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단순한 로봇이 아닌 모빌리티 산업과 연동된 로봇을 만들어 인간의 이동 편의성을 돕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직접 본 스팟은 정말 개를 닮았다. 이동하는 모습 자체가 개의 움직임과 유사하다. 멀리서 보면 정말 로봇개 같은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스팟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목적의 로봇이 아니다. 산업 현장에 생길 어려움을 해결하거나, 건물 내 공간 정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스팟의 본체를 살펴보면, 다양한 형태의 모듈을 결합할 수 있는 고정 장치가 있다. 이 장치로 라이다 센서나 다양한 하드웨어 모듈을 결합할 수 있다.
스팟의 다리 4개는 최대 14kg 무게의 모듈이 들어가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스팟의 다리에 대해 “다이내믹하게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 측은 모터스튜디오 고양 전시 공간 내부와 야외 데크 광장에서 스팟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스팟은 360도의 시야를 볼 수 있다. 시야가 넓기 때문에 사람이나 다양한 지형 지물을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스팟을 원격 조종할 수 있는 컨트롤러가 있어 혹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옆으로 움직이는 것도 스팟이 가진 장점 중 하나다. 다리에 있는 모터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이동을 유도시켜준다.
모터스튜디오 고양 3층 야외광장은 약간 가파른 계단이 있는데, 스팟에겐 어려운 공간이 아니었다. 머뭇거리지 않고 빠르게 계단을 오고 내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현대차가 인수하기로 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카네기 멜런 대학교와 메사추세츠 공과 대학교(MIT) 교수로 재직했던 마크 레이버트 대표가 만들었다. 이 회사는 1992년 대학 내 벤처로 시작해 2013년 구글,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에 인수됐으며, 다양하고 혁신적인 로봇 개발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2004년 미항공우주국(NASA), 하버드 대학교 등과 4족 보행이 가능한 운송용 로봇 ‘빅 도그(Big Dog)’를 개발해 화제가 됐으며, 이후 훨씬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빠르며 무게까지 줄인 4족 보행 로봇 ‘리틀 도그(Little Dog)’, ‘치타(Cheetah)’, ‘스팟(Spot)’ 등을 공개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16년부터 사람과 같이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인 ‘아틀라스(Atlas)’를 선보였으며, 지난해에는 물구나무서기, 공중제비 등의 고난도 동작까지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하는 등 로보틱스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스팟은 별도의 프로그램을 넣으면 춤을 출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해 물건을 집고 옮길 수 있는 물류용 로봇인 픽(Pick), 바퀴가 달려 직접 물건을 들고 목적지까지 자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핸들(Handle) 등도 선보이며 로봇 사업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스팟은 아직 일반인이 구매할 수 없다. 현재 연세대학교 등에서는 스팟을 렌탈 형태로 데려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국내법이 완화되면 누구나 쉽게 스팟을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는게 업계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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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우선은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하고, 이어 건설 현장 감독이나 시설 보안 등 각종 산업에서의 안내/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형 로봇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로봇의 센싱(인지) 기술은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응 및 판단 기술,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정밀하게 구동시키는 제어 기술 등은 향후 완전한 자율주행 구현에 필수적인 요소”라며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이같은 기술을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