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전 세계 약 4억7천명의 난청 인구 중 89% 이상이 개발도상국, 저개발국에 거주하고 있지만 비싼 가격 탓에 인공 달팽이관(인공와우) 보급률은 1% 미만인 실정입니다. 저희는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신경전극 생산방식을 혁신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인공와우를 사용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전자신경 솔루션 전문 기업 '토닥'은 인공와우의 핵심기술인 신경 인터페이스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고 최대 22개였던 신경전극 채널을 32개까지 확장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제품가격을 절반으로 줄이고 외부 소리를 감지하는 성능을 높여 전 세계 인공와우 보급에 앞장설 계획이다.
중국과 인도만 합쳐도 매년 태어날 때부터 듣지 못하는 아이들이 6만~7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토닥 민규식 대표(41)는 "전 세계 2조원 규모 인공와우 시장 대부분을 선진국이 소화하고 있지만 90%가량 청각장애인이 개발도상국, 저개발국에 살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한다.
민 대표에 따르면 인공와우는 크게 귀 뒤쪽에 직접 이식하는 신경자극기와, 외부 소리를 듣고 디지털화해서 무선으로 신경자극기에 전달하는 음성처리기로 구성된다. 신경자극기를 구성하는 신경전극은 청신경을 자극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다. 문제는 현재까지도 신경전극을 실리콘에 부착해 신경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인공와우를 구매해 이식하려면 평균 2천여만원에 달하는 기기 비용이 들고 생산량도 턱없이 부족했다.
토닥은 피코초 레이저 마이크로 머신 공정을 이용해 신경 인터페이스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고안했다. 32개 신경전극은 3차원 구조로 제작한 뒤 실리콘을 입히는 방식으로 집적도를 높였다. "기존 신경전극과 비슷한 크기 안에 50~100%가량 많은 전극을 집적할 수 있다"고 민 대표는 설명했다.
2014년 대량생산 가능한 인공와우 전극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민 대표는 국내 대기업 연구소 생활을 뒤로하고 2015년 토닥을 창업했다. 사업 초기에는 박사 논문을 받았던 '액정폴리머'라는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한 인공와우를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생물학적 안정성 실험 등 수년에 걸쳐 검증을 받아야 하는 탓에 당장 사업화가 힘들다고 판단, 방향을 전환했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2018년부터 수작업 과정을 양산 가능한 공정으로 바꾸는 작업을 1년여에 걸쳐 연구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관련기사
- [eCEO] "건강검진 대기시간 ‘메디링스’로 확 줄이세요”2020.11.22
- [eCEO] "협동로봇 안전검증비, 1/10로 낮춘 게 기술”2020.11.14
- [eCEO] "원격모니터링-블랙박스까지…한 단계 진화한 산업용 드론 낙하산”2020.11.06
- [eCEO] "기후변화로 더 어려운 농사, 스마트폰으로 쉽고 편하게”2020.09.06
토닥은 자사가 개발한 인공와우를 업그레이드해 내년 하반기에 판매허가를 받고 임상시험을 본격 시작할 계획이다. 이 같은 내용은 오는 2023년 국내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 인공와우 국제심포지엄(APSCI 2023)'에서 상세히 공개될 예정이다.
카페24를 통해 구축한 토닥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이 기업은 신경 인터페이스 양산 기술에 더해 실제 외부에서 유입된 소리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사운드프로세싱 기술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경 관련 장애나 통증을 치유하는 브레인-머신 인터페이스 분야 선도 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