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11일 미국 로봇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인수로 착용식 로봇 개발에 전념해왔던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물류 로봇 등 다양한 로봇 개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게 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전 세계 최상위 수준의 로봇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지난 1992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스핀 오프 형태로 설립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3년 가상현실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널리 이름을 알렸다. 2013년 구글에 인수되고 난 후 2015년 상업용 로봇 공개와 함께 2016년 이족 보행이 가능한 아틀라스 로봇 등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선보이는 모든 로봇들은 CNN 등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도 로봇 기술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아틀라스의 경우 지난해 물구나무서기를 하거나 공중제비를 할 수 있는 기술이 탑재되는 등 해마다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점차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보다 로봇 연구 경험이 더 짧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로봇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진 시기는 2014년 1월이다.
당시 현대차 중앙연구소 인간편의연구팀에서 로봇 개발을 주도했는데, 보스턴 다이내믹스 처럼 거대한 로봇을 만드는 것보단, 인간의 이동 편의를 돕는 로봇 개발에 주력했다.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현대차의 착용식 로봇이다. 이 착용식 로봇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창조경제박람회에 공개됐고, 현동진 현 현대차 로보틱스랩장이 착용해 기자들 앞에서 시연을 보인 적이 있었다.
현대차그룹이 착용식 로봇을 개발한 이유는 바로 고관절과 무릎이 좋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동 편의성을 돕기 위해서다. 또 하반신 마비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착용식 로봇도 현대차그룹이 이미 개발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착용식 로봇의 식약처 인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인증이 활성화되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동 편의성이 보장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5년이 지난 현재, 착용식 로봇을 활성화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목표는 당초 예상보다 더 확대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상반기까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마무리 지으면, 우선적으로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착용형 로봇 기술에 대한 미련을 버린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사가 보유하고 있는 착용형 로봇 기술, 생산 및 물류 자동화 기술 등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혁신적인 로봇 기술과 결합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우선은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하고, 이어 건설 현장 감독이나 시설 보안 등 각종 산업에서의 안내/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형 로봇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로봇 뿐만 아니라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로봇이 구동되려면 여러가지 인지 센서가 발달돼야 한다. 사물이나 사람 등을 제대로 인식 할 수 없다면 제대로 된 로봇 구실을 할 수 없다. 만약 해당 센서들이 점차 고도화 된다면, 사람의 운전 없이도 스스로 이동 가능한 미래형 자동차 개발 속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분 20%를 보유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로 인한 최종 지분율은 각각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0%로 구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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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지분 참여에 대해 "그룹이 앞으로 본격화할 미래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또 "로봇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우수 인력 확보, 우량거래처 유치 등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