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 처리된 내 정보, 어디에 쓰였나" 확인 필요할까?

"정보 주체 권리 보장 필요"vs"실익 없고 정보 유출 위협 키워"

컴퓨팅입력 :2020/12/07 17:23    수정: 2020/12/07 17:59

정보 주체 동의 없이 데이터로서 활용이 가능한 '가명정보'에 대해, 정보 주체의 권리 보장을 위한 재식별화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명정보는 정보 주체를 특정할 수 없도록 비식별 처리한 개인정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통계 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의 목적이라는 조건 하에 가명정보를 데이터로서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 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 활용 현황을 언제든지 파악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런 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반박도 제기됐다.

(사진=flickr)

7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사단법인 오픈넷이 주최한 '가명정보 열람권 등 정보 주체 권리 보장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의견이 오갔다.

이날 발제자를 맡은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이같은 주장을 내놨다. 박경신 교수는 "영국 개인정보보호법의 경우 제171조에서 가명정보의 재식별화를 형사벌로 금지하되, 정보 주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 허용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은 가명처리된 정보면 조건 없이 정보 주체의 정보 삭제권, 열람권, 정정권, 처리거부권 등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

이날 토론 패널로 참석한 김선휴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최근 SK텔레콤에 가명정보 활용 여부 확인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정보 주체의 권리 보장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보탰다.

김선휴 변호사는 "최근 신한카드와 SK텔레콤이 각사의 카드 결제 정보와 기지국 정보를 결합한 데이터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에 대해 SK텔레콤 이용자가 자신의 정보가 가명처리돼 가공됐는지 확인을 요구했으나, SK텔레콤에서 현행법 상 가명정보 열람 요구권이 배제돼 있다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김선휴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

반면 가명정보의 재식별 보장에 따르는 실익이 불명확하고, 오히려 개인정보 보호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가명정보의 취지 자체가 정보 주체 식별 가능성을 없애면서 제한된 방식 하에 데이터로서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며 "현행법 상 재식별이 허용되는 수사, 법원 명령 등의 조건이 아니고서 가명정보의 주체가 재식별되도록 허용하는 것이 정보 주체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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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재식별을 보장한다면 가명정보를 결합한 데이터의 경우, 정보 주체를 재식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결합된 각각의 정보를 보유한 기관들이 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야 할 수 있는데, 원 취지와 괴리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현행법에서는 결합기관이 가명정보를 삭제하게 돼 있는데, 정보를 재식별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대한 실익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

토론 패널로 참석한 이한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데이터안전정책과장은 "(데이터 3법에 이어)2차 법 개정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조만간 발의 예정"이라며 "토론회에서 언급된 가명처리 특례 조항 등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