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외치지만…실행 가능성 여전히 '물음표'

'중간 점검시기' 2030년 목표, IPCC 권고치에 한참 못 미쳐

디지털경제입력 :2020/12/07 17:23    수정: 2020/12/07 17:28

정부가 '2050 탄소중립(Net Zero·넷제로)' 달성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에 나섰다. 다만, 구체적인 이행시기와 방안 등이 아직 나오지 않아 실행 가능성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

중간 점검시기라 할 수 있는 2030년 목표치는 기후협의체 권고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반면, 2050년 목표는 이보다 훨씬 높게 설정한 탓에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크나큰 난관이 예상된다.

7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UN에 제출할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의 최종 검토에 들어갔다.

LEDS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14일 녹색성장위원회 심의에 들어가 15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날 UN에 제출될 예정이다. 파리협정 당사국인 우리나라는 협정에 따라 연말까지 이를 UN에 제출해야 한다. 구체적인 전략과 계획 등 후속조치 추진은 내년부터 진행된다.

사진=Pixabay

脫탄소 그래프, 2030년→2050년 급경사 그릴까

LEDS의 핵심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탄소중립, 즉 '넷제로'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을 더했을 때 순배출량이 '0'인 상태다. 지금까지 70여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우리나라도 지난 10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50년 뒤 석탄발전 비중을 0%로 낮추고 그 자리를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채운다는 게 LEDS의 핵심 목표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발전·산업·건물·수송 등 4개 부문의 기본방향을 설정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65~80%로 상향하는 한편, 발전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는 LNG 발전엔 탄소 포집·활용·저장기술(CCUS)을 최대한 활용해 최종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

탄소중립 추진전략의 정책방향과 과제. 자료=산업부

다만, 목표와 방향 외에 이를 이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공개되지 않아 논란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에 개최한 '제2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LEDS에 대해 "탄소가격 시그널 강화, 공정한 전환, 녹색금융, 기후기술 연구·개발(R&D) 등 정책·사회·기술 전반에 걸친 혁신과제를 포함했다"고 언급했을 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은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목표와 방향을 우선 살펴보면, 앞서 포럼이 권고한 안보다 더욱 급진적인 계획'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의 내용은 비슷하나, 각 방안의 목표치가 대부분 상향됐다. 2050년까지 탄소를 2017년 대비 75% 감축하자는 방안에서, '2050년 탄소중립'으로 목표가 바뀌었다. 또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60%에서 65~80%로, 석탄발전 비중은 4.4%에서 0%로 수정됐다.

단계별 감축 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중간 계획인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고려하면 목표의 이행 가능성은 매우 낮아보인다. 정부는 NDC에서 2017년 기준 연간 7억914만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억3천600만톤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겠단 것인데, 문제는 이 목표치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권고치인 45%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남 하동화력발전소. 사진=한국남부발전

50년 뒤 석탄발전 '0%'…단계별 감축 목표·방법 필요해

지난해를 기준으로 발전비중은 석탄 40.4%, 액화천연가스(LNG) 25.6%, 원자력 25.9%, 신재생에너지 6.5% 순으로 집계됐다.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선 2030년까지 감축에 속도를 더욱 내야한다고 봤는데, 이를 위해선 석탄 감축이 필수다.

정부는 오는 2034년까지 현재 운영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절반을 폐지키로 했다. 총 60기 중 30기(15.3기가와트·GW)의 운영을 중단한다. 이 내용은 곧 윤곽을 드러낼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포함될 전망이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의 일환으로 봄·겨울철 발전소의 운영에 제약을 걸거나 중단하는 방안도 같은 취지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석탄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높여야하지만,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도 7기나 구축하는 등 아직도 현실은 석탄에 매우 의존하고 있다"며 "이행 방안으로 제시된 신재생에너지 개발·보급과 미래 모빌리티, 에너지 신산업 육성방안 등도 따지고 보면 새로울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이 7일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주무부처인 환경부도 이같은 우려를 어느정도 인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그린뉴딜의 성과 등을 고려해 2025년 이전에 2030년 목표치 상향을 최대한 검토할 방침이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2050년 '제로' 목표인 반면, 2030년 배출량 목표가 있어 엄청 급격한 경로가 될 것으로 본다"며 "내년에 나오겠지만, 2040년이 (감축 과정에서) 획기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선 기후대응기금 조성과 탄소인지예산제도 등 몇몇 재정 강화 방안이 새롭게 제시됐다. 그러나 이 마저도 핵심 재원과 관련 지출사업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기후대응기금) 수입 재원은 친환경 에너지세 개편을 통해 조성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라고 언급함에 따라 '탄소세' 도입 가능성도 제기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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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는 탄소세 도입을 비롯해 경유세와 전기요금 인상 등에 대해 "기후변화 대응 뿐만 아니라 소득 분배라든가 물가, 산업경쟁력 등 여러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금 단계에서 탄소세의 도입이나 경유세의 인상 여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또다시 말을 아꼈다.

반면, 예상과 달리 원전 정책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석탄발전 대체에 원전을 보완 활용하자는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제안이 반영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앞서 기후환경회의는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과 더불어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원전과 천연가스를 보완 활용하는 '국가전원믹스 개선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