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기 전쟁' 돌입한 낸드 시장...미소 짓는 삼성

SK하이닉스·마이크론 176단 적층형 낸드 개발...삼성, 기술 리더십 지속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12/07 16:22    수정: 2020/12/08 10:16

낸드플래시 시장의 선두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앞선 원가경쟁력과 생산능력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 176단 적층형 낸드플래시 개발을 공식화하는 등 마케팅 공세에 나서고 있다.

7일 SK하이닉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512기가비트(Gb) 용량의 176단 4D 낸드플래시 개발을 완료하고, 지난달 컨트롤러 업체에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내년 중반부터 176단 4D 낸드플래시 기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와 모바일 솔루션을 출시하고, 이후 용량을 2배 높인 1테라비트 제품도 개발해 사업 경쟁력을 높여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512Gb 용량의 176단 4D 낸드플래시'. (사진=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보다 앞서 지난달 9일 보도자료를 내고, 176단 3D 낸드플래시 개발 소식을 공식화한 바 있다. 마이크론 역시 고객사를 대상으로 176단 3D 낸드플래시의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고 밝혔으며, 내년에는 이를 기반으로 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공유하기도 했다.

적층형(3D·4D 포함) 낸드플래시는 적층 단수가 높을수록 더 낮은 가격으로 고용량의 낸드를 생산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업계 1위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92단 3D 낸드플래시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들 업체의 이 같은 행보와 관련해 낸드플래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자료=트렌드포스)

낸드플래시 시장 상황은 이미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은 공급과잉 상황이고, 삼성전자의 적층형 낸드플래시 기술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과 비교해 훨씬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176단 적층형 낸드플래시는 기존 88단 적층형 낸드플래시를 두 번 쌓은 형태로, 기술적으로 특이한 요소가 없다"며 "이는 기존 96단 적층형 낸드보다 원가경쟁력에서 물론 이점은 있지만, 더블 스택 방식을 활용하는 이들 업체와 달리 삼성전자는 싱글 스택 방식으로 동일 적층수의 낸드를 양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후 삼성전자가 내놓는 초고적층 낸드가 다시 시장의 판도를 뒤집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앞서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차세대 3D 낸드플래시를 더블 스택 방식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블 스택 방식은 다수의 메모리 셀을 수직으로 쌓아 전극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기존 싱글 스택 방식(한 번에 채널 홀 형성)과 달리 전류가 흐르는 구멍인 채널 홀을 두 번에 나눠 뚫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 최근 열린 인베스터스 포럼에서 "삼성전자는 싱글 스택 방식으로 경쟁사 대비 15% 낮은 높이로 128단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멀티 스택 기술을 활용하면 손쉽게 256단 이상의 적층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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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020 인베스터스 포럼' 중. (사진=삼성전자)

한편,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 낸드플래시 시장을 장하기 위해 초고적층 낸드플래시 개발 외에도 지속적인 시설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고적층 낸드플래시의 원가경쟁력과 시설 투자에 따른 생산능력을 무기로, 경쟁사를 압도하는 수익을 챙기겠다는 뜻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내년 낸드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P2(평택2공장) 등에 6조원 가량을 추가 투자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SK하이닉스(청주 M15,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마이크론(대만, 싱가포르)도 삼성의 독주를 막기 위해 내년 중반에 투자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