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부회장 승진…SK ICT 지배구조 개편 가속도

SKT 지주사 전환 후 하이닉스 자회사 층위 조정 사전 작업

방송/통신입력 :2020/12/03 17:08    수정: 2020/12/04 09:55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3일 SK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SK하이닉스 부회장 직을 겸직하게 됐다.

박정호 사장은 그동안 SK텔레콤을 이끌면서 이동통신(MNO) 사업 외에 미디어, 커머스, 보안, 모빌리티 등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시키며 빅테크 기업 비전을 선보였고 SK하이닉스 경영까지 맡게 되면서 SK그룹 ICT 계열사를 총괄하는 구도를 갖추게 됐다.

SK텔레콤 아래 신사업 분야의 기업공개(IPO)가 잇따라 예고된 가운데 SK하이닉스 부회장 직과 SK텔레콤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되면서 빅테크 중간지주사 전환 작업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 텔레콤 아래 하이닉스, SK그룹 ICT 지배구조 개편 시발점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수년 동안 논의된 과제다. 물적분할 또는 인적분할 등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해왔고,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에 대한 최적의 시점을 찾기 위한 고민도 한두 해의 일이 아니다.

기본적인 구상은 SK텔레콤의 물적분할을 통해 투자지주회사와 통신사업회사로 나누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SK(주) 아래 ICT 계열사를 총괄하는 투자지주사를 두고, 지주사 아래 SK텔레콤의 MNO를 비롯해 예비 자회사로 집중 육성해온 신규 사업 분야와 반도체 회사인 하이닉스를 두는 식이다.

SK그룹 내에서 이와 같은 구상이 그려진지 몇 년이 지났지만 SK텔레콤이 가진 SK하이닉스 지분이 30%에 미치지 못해 오랜 고민이 이어졌다. 현재 약 20%의 하이닉스 지분을 가진 SK텔레콤이 수조원의 자금으로 하이닉스 지분을 사들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논의된 지배구조 개편은 최근 들어 구체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3월부터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와 회사 경영과 이사회 의장직을 분담해왔다.

이번 그룹 인사로 하이닉스를 이끌게 되면서 보다 경영 전반에 무게 추를 옮길 것이란 설명이다.

박정호 사장이 이처럼 SK텔레콤과 함께 반도체 사업을 직접 챙기게 하는 인사가 가능한 이유로 이미 하이닉스 사업에 깊이 관여한 점이 반영됐다.

박 사장은 SK그룹 내 인수합병 전략통으로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했고, 지난 2017년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 지분 인수 최전선에 있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문 인수에도 중책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 SKT 신규사업 줄줄이 IPO 예고…기업가치 극대화

주목할 부분은 박정호 사장이 SK하이닉스까지 총괄 경영하게 된 시점이다.

단순히 그룹 내 위치를 고려해 부회장 승진 시점에 맞춰 부회장 CEO 체제인 SK하이닉스를 맡은 것보다 SK텔레콤의 주요 신규 사업의 IPO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양사의 경영 총괄을 맡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8월 SK텔레콤이 5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의 군불을 지폈고, 여러 신규 사업의 IPO를 앞두고 있다.

신규사업의 IPO는 SK텔레콤의 기업가치를 높일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회사 측은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해 규모와 성장을 갖춘 자회사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

신규 사업이 IPO를 통해 역량을 갖춘 별도 자회사로 자리를 잡는 점은 중간지주사 전환에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지주사 아래 SK텔레콤 MNO 부문과 하이닉스 반도체 외에도 별도 수익성과 성장 비전을 갖춘 회사를 갖추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특정 사업 부문의 의존도가 클 경우 지주회사 전환 의미가 옅어지는 만큼 각 부문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상반기 중 자회사 가치 20조원이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앱마켓 서비스 자회사인 원스토어가 2조원의 기업가치를 갖게 되면 줄줄이 이어지는 IPO 대상 기업의 사업가치 15조원과 투자자 자산 가치를 더해 20조원을 반영할 것이란 설명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 IPO는 올해 들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시장 환경 탓에 다소 미뤄지는 것으로 보였지만 원스토어가 상장 주관사 선정을 마치면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IPO를 예고했다.

SK텔레콤이 최근 인수한 ADT캡스와 티브로드도 IPO를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 방식을 꾀했던 만큼 후발 IPO 주자로 꼽힌다.

물리보안 사업 부문인 ADT캡스는 SK그룹 내 정보보안 사업 부문인 SK인포섹과 합병 추진을 통해 기업가치 극대화 작업도 마쳤다. 케이블TV 사업 부문인 티브로드는 SK브로드밴드 IPTV 사업과 더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또 지상파방송사와 합작해 선보인 OTT 서비스 웨이브도 SK브로드밴드와 함께 미디어 부문의 IPO 예비 주자다.

지난 2018년 SK플래닛에서 별도법인으로 분리한 11번가는 최근 글로벌 사업자인 아마존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11번가와 함께 데이터 홈쇼핑 사업으로 SK텔레콤의 커머스 사업을 맡고 있는 SK스토아는 SK브로드밴드 산하에서 SK텔레콤 산하로 옮겨왔다.

가장 최근 분사를 통해 신규 핵심 사업으로 꼽은 모빌리티 분야도 T맵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키로 한가운데 글로벌 사업자인 우버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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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SK텔레콤의 5대 핵심사업 분야 외에도 이날 SK텔레콤의 조직개편으로 추가 분사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평가다.

예컨대 MNO 사업부문 아래 인프라센터를 이동시킨 점은 한 사업부문을 하나의 예비 분리 회사로 봤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AI서비스단을 AI&컴퍼니로 조직명을 바꾼 점이나 기술개발 조직 T3K을 사업 아이템 중심으로 꾸린 점도 예비 분사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