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중대재해법, 기업 과잉규제만으로 사고예방 어려워"

"산업안전정책, 선진외국과 같이 사전예방 중심 패러다임 바꿔야"

디지털경제입력 :2020/12/02 17:48    수정: 2020/12/02 17:59

국회에 계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과 관련해 대부분의 산업재해가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사고의 모든 책임을 기업에만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방식으로는 산업재해 예방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는 2일 '산재예방 선진화를 위한 입법과제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경총 김용근 상근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경영계도 근로자의 안전 확보가 기업경영의 최우선 가치라는 확고한 인식 하에, 안전경영이 산업현장 전반에 확산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 발생에는 회사의 책임도 크지만, 대부분의 산업재해는 복합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음에도 사고의 모든 책임을 사업주와 원청에게 일방적으로 묻고 있어 현재도 기업들의 불안감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또한 “현행 산안법상 사고발생 시 사업주를 처벌하는 안전규정과 하위조항만 수천 개에 이르며, 이러한 규정들이 업종과 현장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광범위하고 획일적으로 마련돼 있어 사업주가 아무리 자신의 역할과 관리책임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더라도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사업주에게 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현행 산안법도 세계 최고수준의 형벌을 규정하고 있는데 더하여, 동 법안은 형량도 기계적으로 상향하였을 뿐만 아니라 하한선까지 설정하여 이제 CEO들은 사고 발생 시 최고 3년 이상의 형량에 처해질 수 밖에 없다는 공포감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2

김용근 상근부회장은 “사망사고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외국과 같이 산업안전정책을 사전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며, 사망사고 발생 시 형량을 가중시킬 수 있는 개정 산안법도 금년부터 적용돼 시행 초기인 점을 감안하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 필요성 여부는 중장기적으로 평가를 거친 후에 논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서승원 상근부회장도 “안전강화에 대한 중요성은 중소기업계도 충분히 공감하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지나치게 사업주 책임과 처벌을 강조해 과잉입법의 논란이 크고, 특히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주로 처벌대상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처벌규정은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한 만큼, 이제는 실제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원인을 차단하는 예방 중심의 정책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영국 산업안전보건청(HSE)의 ‘니콜라스 릭비 수석감독관’과 노섬브리아대 로스쿨의 ‘빅토리아 로퍼 교수’가 영국의 산재예방정책 기조와 법인과실치사법의 제정 배경 및 적용사례에 대해 인터뷰한 동영상을 소개했다.

경총은 “영국사례에서 보듯이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으로는 사고감소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영국이 1974년 보건안전법 제정 당시 안전정책의 기조를 예방중심으로 전환한 것과 같이 우리나라도 현재의 획일적인 안전규제를 산업현장 특성에 적합한 예방정책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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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우 교수(가천대 법학과)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의 법리적 검토”를 주제로 발제하면서 “형벌은 매우 엄격한 조건 하에서만 적용돼야 하며, 법률 제정의 목적이 정당하다는 것만으로는 그 수단의 위헌성이 정당화 될 수 없다”며 법안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비판했다.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는 “산재예방정책의 문제점과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발제하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안은 전체적으로 안전원리, 법 원칙과 부합하지 않고, 재해예방의 실효성, 현장작동성과도 거리가 있으며, 비교법적 관점에서 볼 때에도 보편성과 체계성이 결여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