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스마트폰 사업 '흔들'…"삼성·샤오미 수혜"

美 제재로 글로벌 점유율 4%로 폭락 전망…점유율 경쟁 격화

홈&모바일입력 :2020/12/03 09:21

화웨이의 2021년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이 4%로 폭락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사진=씨넷)
화웨이의 2021년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이 4%로 폭락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사진=씨넷)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화웨이의 내년 스마트폰 사업이 큰 폭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빈자리를 두고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점유율 쟁탈전이 격화될 전망이다.

■ 바이든 시대, 제재 이어질까…"반전 쉽지 않아"

화웨이가 지난 9월 미국의 고강도 반도체 제재를 받으면서 스마트폰 사업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차기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기조는 큰 변화가 없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 9월 15일부터 화웨이에 자국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 판매를 금지하는 고강도 제재를 펼치고 있다.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은 일부 부품에 한해 수출을 승인하기도 했지만, 이는 PC용 CPU, 4G용 통신칩, OLED 패널 등 미국 테크 산업 굴기에 위협이 되지 않는 비민감 품목이다. 5G와 관련한 핵심 부품은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완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으로 큰 반전이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증권은 "바이든 당선 이후에도 화웨이 반전은 없을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수출 승인과 충분한 재고 확보로 화웨이의 생존 길이 열린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나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화웨이의 저가 브랜드 아너(honor) 제품 이미지 (사진=화웨이)

화웨이는 지난달 중저가폰 브랜드인 '아너'를 매각하기도 했다.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집중하고자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아너를 화웨이로부터 떼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아너는 선전시 주도의 '선전시 즈신 정보 기술'에 약 17조원의 규모로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너는 화웨이가 2013년에 설립한 서브 중저가 브랜드로, 평균 판매 가격은 156달러 수준이었으며 주로 온라인 판매를 통해 가성비 전략을 택해왔다. 아너 시리즈의 연간 출하량은 6천만대 규모로, 화웨이 스마트폰 전체 출하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화웨이가 전체 출하량의 30% 가까이 차지해왔던 아너를 떼어내게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또 남게 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인 P시리즈와 메이트 시리즈에도 5G 부품 조달이 여전히 막혀 있기 때문에 향후 추가적인 사업 축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내년 글로벌 시장에서 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14%) 큰 폭으로 점유율이 하락할 전망이다.

SK증권에 따르면 화웨이의 내년 출하량은 4천500만대로 전년 대비 79% 대폭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화웨이의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4천만대였으며,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9천600만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 화웨이 빈자리 누가…'애플' 중국 고가, '삼성' 글로벌 중저가 시장 기회

갤럭시A51 5G. (사진=삼성전자)

내년 화웨이의 쪼그라든 점유율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린다. 이에 중국 시장 내 하이엔드급 시장에서는 애플이,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제조사인 오포, 비보, 샤오미가 상당한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삼성과 샤오미가 수혜를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600달러 이상 스마트폰 시장은 화웨이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다. 600~799달러 가격대에서는 애플이 49%, 화웨이가 42%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800달러 이상 가격대에서는 애플이 39%, 화웨이가 48%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SK증권은 "화웨이 플래그십 출시 차질 시, 중국 내 애플 출하량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이 1%에 불과하나 애플에 이어 중국 플래그십 시장 점유율 확보 여지는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중국 전체 판매 비중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100~199달러 가격대와 200~299달러 가격대에서는 중국 제조사인 오포, 비보, 샤오미가 상당한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가 주력했던 저가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샤오미가 점유율 확대에 기회를 얻을 것이란 관측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화웨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점유율 1위, 동유럽, 서유럽, 중동·아프리카(MEA)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SK증권 김영우 연구원은 "서유럽에서는 화웨이 점유율이 높은 100~299달러 경쟁 업체인 삼성전자와 샤오미가 점유율을 확보할 기회"라고 말했다.

■ 내년 하이엔드 시장, 폴더블·롤러블이 주도…삼성·LG 출격

삼성 갤럭시Z폴드2. (사진=삼성전자)

화웨이의 부진 속에 내년 글로벌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끄는 이형(異形) 폼팩터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을 폴더블폰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고, 해당 시장 확대에 주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최소 3개 이상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모델은 내년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갤럭시Z폴드3(가칭)'다. 갤럭시Z폴드3는 양옆으로 펼치는 폴더블폰으로, S펜과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폴더블 라인업을 확대, 강화해 메인 세그먼트로 키울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없애고, 갤럭시 폴더블 라인업을 갤럭시S시리즈와 함께 메인 라인업으로 정비하는 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와 모토로라도 지난해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며, 해당 폼팩터 개발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롤러블 스마트폰 에뮬레이터. (사진=LG전자)

폴더블폰에 이어 롤러블폰도 내년에 처음으로 시장에 출시된다. 롤러블폰 상용화 첫 주자는 LG전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지난 9월 'LG윙' 공개 행사 때 롤러블폰 티저 영상을 깜짝 공개하며, 내년 롤러블폰 출시를 예고했다. 짧은 티저 영상에는 스마트폰 화면이 오른쪽으로 펼쳐졌다 들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최근 안드로이드 개발자 사이트에 공개된 LG 롤러블 스마트폰용 에뮬레이터에 따르면 LG 롤러블폰은 화면을 펼치기 전에는 6.8인치 크기에 펼치면 7.4인치로 늘어난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르면 내년 3월 롤러블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국내 특허청과 유럽지식재산청(EUIPO)에 'LG롤러블' 상표를 출원하기도 했다.

중국 오포도 지난달 '이노데이2020' 행사를 열고 롤러블 스마트폰인 '오포X 2021' 컨셉폰을 선보였다. 해당 폰은 6.7인치 화면을 가로로 늘릴 수 있는 구조로, 7.4인치 화면으로까지 확대된다. 오포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측면을 터치하면 폰이 자동으로 확대 또는 축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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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 폰 발표는 오포가 LG전자보다 빨랐지만, 실제 오포의 롤러블폰 출시 시기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폰이 내년에 출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증권 김영우 연구원은 "중국에서도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폴더블폰을 출시하며 폴더블폰은 새로운 하이엔드모델로 군림했다"며 "폴더블과 롤러블은 화면 사이즈 변화에 따른 앱 최적화를 자동적으로 빠르게 맞춰 줄 수 있어야 사용도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