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그룹사의 연말 임원급 인사가 발표되면서 게임업계와 헤드헌터가 주목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넥슨 이정헌 대표다. 이 대표는 내년 1월이면 임기 3년을 채우게 된다. 약 3년 전 그는 15년만에 신입사원에서 대표이사가 된 인물로 게임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3년간 이정헌 대표의 성과는 대내외로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임기 2년 차에 지주사인 NXC 지분 매각 이슈로 넥슨의 내부 모든 사업 일정이 정지될 정도로 위기를 맞았지만 3년 차에 들어서 모바일게임과 PC게임에서 기록에 가까운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이 대표의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결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넥슨은 올 2분기와 4분기에 걸쳐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특히 3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52% 성장(8천873억 원)이라는 급증세를 보였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긴 가운데 국내 게임사 최초 연간 매출 3조 원 돌파를 앞둔 상황이다.
이러한 실적은 지난해 론칭한 V4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피파 모바일, 바람의나라:연으로 이어지는 모바일 게임에 연이은 흥행과 함께 스테디셀러 PC게임까지 동반 성장한 결과다.
선택과 집중으로 초격차...2020 대한민국게임대상 V4, 넥슨 6개 부문 휩쓸어
올초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라이브 역량 투자 강화 및 신작들에 대한 완성도 높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초격차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선택과 집중은 넥슨 매출성장에 절대 기여 했다. 올해 넥슨 전체 매출 성장은 한국지역이 이끌었다. 지난 2분기 국내에서 전년동기대비 69% 매출 성장(3천714억 원)을 기록한 넥슨은 3분기 매출도 전년동기대비 114% 성장한 5천645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 PC 온라인과 모바일 부문에서 각각 전년동기대비 각각 36%, 452% 성장하는 등 양대 플랫폼 모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국내 성과는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6개 부문 수상으로 빛을 발했다.
먼저 V4가 올해 최고 게임에게 주어지는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 영예를 누렸다. 이와 함께 사운드·그래픽과 우수개발자 분야에서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이 게임은 지난해 론칭한 신규 IP(지식재산권)로는 이례로 장기간 국내 앱 마켓 매출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또한 국내에서 입증된 게임성에 현지화 전략을 더해 지난 7월 북미 및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150여 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더불어 신규 클래스 도입과 초고속 성장 업데이트 등 대규모 콘텐츠를 지속 선보이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넥슨은 서비스 중인 V4와 바람의나라:연 등을 통해 e스포츠 발전상·국내 인기게임상 등 총 6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모바일 매출 비약 성장...PC-모바일 양대 플랫폼 매출 균형감 갖춰
이정헌 대표는 지난해 지주사인 NXC 지분 매각 이슈가 있는 동안 좀 더 냉정하게 회사를 되돌아보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부족한 점을 메꾸고 잘했던 것들에 집중하고자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거의 모든 대외활동을 멈추고 직원을 개개인별로 그 어느 때 보다 많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를 통해 앞으로 회사에 선택과 집중에 대한 방향성도 설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넥슨코리아 이정헌 대표 결단과 의지는 지난 분기에 이어 국내 지역 고공 성장에 밑바탕이 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특히 넥슨은 국내 지역에서 바람의나라: 연을 비롯해 V4,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등을 포함해 게임사 중 유일하게 구글플레이 모바일 게임 매출 TOP 10 안에 세 개 게임을 위치시켰다. 이로써 3분기 기준 국내 지역에서만 452%라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서비스를 시작한 바람의나라: 연은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2위 기록 후 꾸준히 모바일 게임 매출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회사 3분기 모바일 매출을 견인했다. PC 원작 특유 도트풍 그래픽과 플레이 방식, 그리고 이용자 친화적 업데이트가 호응을 얻으며 흥행을 지속 중이다.
또한 지난 5월 글로벌 출시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출시 17일째 누적 이용자 수 1천 만 명을 기록했고 약 200일 만에 2천만 명을 넘겼다. 특히 간편한 터치 조작만으로 경쾌한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캐주얼 레이싱 장르 특성을 살려, 젊은 이용자층 위주로 인기를 모았다. 이에 이마트, 펭수 등 MZ(밀레니얼·Z)세대와 접점을 넓히려는 브랜드와 잇달아 협업하고 있다.
바람의나라: 연, V4,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모바일 부문을 이끌었다면,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PC온라인 게임 역시 성장을 거듭하며, 넥슨에 라이브 역량을 입증했다.
특히 올해 17주년을 맞이한 메이플스토리는 다양한 콘텐츠 업데이트 등을 꾸준히 실시하며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글로벌 시장 전역에서 성장을 지속했다. 메이플스토리는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인 콘텐츠를 선보이며 국내 지역에서 전년동기대비 71% 성장했다. 이외 북미·유럽 지역과 아시아·남미 지역에서도 각각 178%, 165%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게임 한류를 선도했다는 평가다.
또한 던전앤파이터와 서든어택 역시 출시 10주년을 훌쩍 넘기고도 한국 지역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던전앤파이터는 주요 캐릭터 레벨 확장과 함께 썸머 페스티벌 등 전략 콘텐츠 업데이트로 전년동기대비 56% 성장했고, 서든어택은 15주년 서비스를 기념해 대규모 보상 이벤트를 실시하며 35% 성장률을 기록했다.
AI부터 MCN까지…전략 투자 영역 확장 통해 초격차 벌린다
이정헌 대표는 올해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과 IP 콘텐츠 강화, 조직 혁신 등을 통해 격차를 더욱 벌릴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이 대표는 향후 기업 미래 경쟁력을 가른다는 AI분야에도 적극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넥슨 AI 부문 연구 및 관련 시스템 개발을 맡고 있는 인텔리전스랩스는 게임 룰, 시나리오, 그래픽 등 게임을 구성하는 콘텐츠 외에도 개인화 메시지, 광고 효율화, 영상 추천을 비롯해 게임 플레이와 연계된 유저 경험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게임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 행위 및 이상 현상을 탐지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결제 도용 범죄와 관련해 AI기반 데이터 분석, RM(Risk Management) 룰 강화, 자체 개발 보안 솔루션 ‘플랫폼쉴드’를 통한 방어, 24시간 자동화 모니터링 등 고도화된 온라인 범죄 탐지 기술을 개발해 월 평균 피해 건수 93%, 피해 금액 96% 감소 성과를 달성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또한 그는 최근 기존 200명대 규모였던 인텔리전스랩스에 플랫폼 조직을 통합하는 개편을 실시했다. 인텔리전스랩스에서 연구 및 개발하는 다양한 솔루션과 시스템을 넥슨 플랫폼에 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적용시켜 모든 게임에서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직을 통합한 것이다.
이를 통해 넥슨은 현재까지 3사 중 가장 큰 규모인 400여 명 수준 인력을 확보했으며, 향후 지속 채용을 통해 500명 이상 전문인력을 갖춘 조직으로 적극 육성, AI 기술 연구 및 적용에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내 대표 MCN(멀티채널네트워크)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에 전략 투자를 진행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유튜브를 비롯해 틱톡, 트위치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트를 제작하는 회사다. 창업 4년 만인 지난해 매출 600억원을 달성했다. 유튜브 구독자 250만명을 보유한 도티 외에도 유병재, 풍월량, 함연지, 장삐쭈 등 크리에이터 450여개 팀이 소속돼 있다.
넥슨과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인적·물적 자원을 다방면으로 활용해 전략 협업 관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두 회사 IP를 결합해 게임 인플루언서를 육성하는 등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6월 새로운 형태 조인트벤처 설립에도 나섰다. 넥슨은 원더홀딩스와 함께 데브캣, 니트로스튜디오라는 두 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각각 법인에서 마비노기 모바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등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신규 타이틀을 전담 개발한다.
무엇보다 독창성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끊임없는 도전 기회를 제공하는 개발 환경을 조성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신작을 완성해내는 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기반으로 만들어낼 넥슨 ‘초격차’
이정헌 대표는 ‘초격차’를 만드는 회사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조직원간 ‘이해와 존중’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넥슨 입사 후 라이브 서비스 관련 업무를 오래 하면서, 게임을 만들고 론칭 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 리더 한 사람 머리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을 체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구성원이 정답을 찾고 공감했을 때 성과가 가장 탁월했던 것을 경험했고, 이는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에 대한 존중은 넥슨이 지금까지 국내 굴지 게임회사로 성장해올 수 있었던 기반인 다양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넥슨은 조직원간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라이브 서비스와 같이 회사에 최대 강점을 활용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게임서비스 영역을 넓게 재정의해 지나치게 전통 게임이라는 범위에 갇히지 않고 시야를 넓혀 새로운 기회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용자에 대한 이해와 존중 측면에서, 게임 접속부터 종료하기까지 모든 일련 과정에서 경험을 더욱 즐겁고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고도화시키기 위한 영역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관련기사
- 이정헌 넥슨 대표 "현실-가상현실 경계 허물어 질 것”2020.10.20
- 이정헌 승부수 통했다...넥슨 게임 사업 대박2020.07.23
- 이정헌 넥슨 대표 신년사 "새해는 10년 미래를 위한 중요한 모멘텀"2020.01.03
- 이정헌 넥슨 "생존과 성장 위해 조직 유연성 필요"2019.09.09
이처럼 이정헌 대표 임기 3년차 성과가 결실을 맺고 있자 내년 1월 임기가 연임 여부에 업계가 주목하는 분위기다. 넥슨 내부 관계자들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 모습이다.
헤드헌팅 업체 한 관계자는 “넥슨 분위기상 이 대표는 연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례상 상승세를 타고 있는 대표는 유임시킨다”라며 “만약 재계약이 무산되면 그를 영입하려는 업체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비밀 유지 계약상 게임업체로 이직이 안된다면 대형 조직을 이끌어 온 만큼 IT 업체 영입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