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공급과잉 계속…선두권 적층 경쟁 치열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 전망, 마이크론 도발에 삼성 '190단 초격차 낸드' 응수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11/27 16:59    수정: 2020/11/27 17:28

낸드플래시 시장의 공급과잉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제조사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한 고적층 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2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의 매출은 전분기 대비 0.3% 증가한 145억1340만달러(약 16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낸드플래시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9% 늘었지만, 수익성이 높은 서버용 낸드플래시 수요가 줄면서 평균판매가격이 9% 가량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올해 3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추이. (자료=트렌드포스)

트렌드포스는 "3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은 완제품 시장의 수요 증가 속에서 낸드 출하량은 늘었지만, 서버 업체들의 수요 둔화로 낸드플래시 계약가격은 대부분 하락세를 기록했다"며 "4분기에도 서버 업체들의 재고 감축이 진행되는 가운데 애플의 아이폰 12 시리즈 수요와 화웨이 공백에 따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재고 비축 움직임이 낸드 시장 전체의 공급과잉 상황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낸드플래시 시장의 공급과잉이 적어도 내년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낸드 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생산량 확대(증설투자 등)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낸드 업계에서는 최근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고적층 3D 낸드플래시 개발 및 전환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론(시장 5위)이 이달 초 업계 최초로 176단 3D 낸드플래시 개발을 완료하고, 고객사를 대상으로 샘플 공급을 시작하는 등 선제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마이크론의 176단 3D 낸드플래시 기술 설명. (자료=마이크론)

마이크론은 내년부터 176단 3D 낸드플래시 기반 제품 출시에 집중하고,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향 스토리지(SSD, UFS) 대부분을 176단 3D 낸드플래시 제품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3D 낸드플래시는 적층 단수가 높을수록 더 낮은 가격으로 고용량의 낸드를 생산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128단 3D 낸드플래시를, 키옥시아(시장 2위)와 웨스턴디지털(시장 3위)은 112단 3D 낸드플래시를, SK하이닉스(시장 4위)는 128단 3D 낸드플래시의 개발을 완료한 상태로, 마이크론의 행보는 이들 업체보다 6개월 가량 빠른 것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마이크론이 서둘러 176단 3D 낸드플래시 개발소식을 발표하고, 샘플 출하에 나선 것은 삼성전자와의 기술격차가 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를 결정해 향후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마이크론의 176단 3D 낸드플래시는 아직 시장에서 검증을 받지 못한 제품으로, 특히 고신뢰성을 요구하는 서버 시장에서 곧바로 저변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또 "오히려 마이크론의 도발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3D 낸드플래시 개발 시기를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례로 삼성전자가 더블 스택 방식을 통해 개발 중인 차세대 고적층 3D 낸드플래시는 업계 최고 수준인 190단 이상의 적층단수와 성능, 품질을 갖춘 제품으로 양산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앞서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차세대 3D 낸드플래시를 더블 스택 방식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블 스택 방식은 다수의 메모리 셀을 수직으로 쌓아 전극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기존 싱글 스택 방식(한 번에 채널 홀 형성)과 달리 전류가 흐르는 구멍인 채널 홀을 두 번에 나눠 뚫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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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싱글 스택 방식 대비 공정수가 늘어 원가가 상승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삼성전자가 128단 3D 낸드플래시까지 싱글 스택 방식으로 구현한 것을 고려하면 경쟁사와 비교해 원가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측된다. 

증권 업계 한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은 이르면 내년 2분기 이후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특히 엔터프라이즈 SSD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마이크론이 176단 3D 낸드플래시 샘플 출하에 먼저 나섰지만, 삼성전자가 내년에 경쟁사를 압도하는 낸드플래시 생산능력 확충(평택2공장 투자)과 기술력, 고객 저변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서버 SSD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전략이 빛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