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한국은행, '빅테크 규제' 두고 이견

전금법 개정안 중 청산 제도화두고 한국은행 "월권행위" 주장

금융입력 :2020/11/25 16:54    수정: 2020/11/25 16:55

빅테크 규제로 불리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의 일부 내용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와 한국은행은 수 차례 실무단 협의를 거쳤지만 타협안을 도출하지 못했으며 공은 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국회 정무위원회 윤관석(더불어민주당) 위원장에게 넘어간 상태다.

금융위와 한국은행의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디지털 지급거래 청산'의 제도화다. 빅테크와 핀테크의 지급 지시를 확인하고 중계하며 지급 금액을 정산하는 일종의 청산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을 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금융위는 이 운영기관의 예로 금융결제원을 들었으며 개정안에 청산 기관의 허가·취소, 시정명령, 기관 및 임직원 징계 권한을 부여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지급·청산·결제는 한국은행 고유 업무...별도 시스템 필요"


한국은행은 이 부분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급·청산·결제는 최종대부자이자 발권력이 있는 중앙은행의 고유의 업무인데 이중 하나인 청산을 따로 떼낸다는 것은 한국은행 권한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청산이라고 규정지은 업무는 빅테크와 핀테크의 내부 거래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에 따라 관리·감독하는 것은 과잉규제라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홍철 금융결제국 결제정책팀장은 "청산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은 지급→청산→결제로 이어지는 프로세스 중 하나를 금융위가 들고나가겠다는 격"이라며 "한국은행이 금융기관 간 청산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요성이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운영하던 지급결제시스템에 내부 거래 청산시스템을 겸하는 것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홍철 팀장은 "지급결제에 청산 시스템을 붙이는 건 말도 안된다"면서 "별도의 시스템을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빅테크의 사고 위험성이 문제가 된다면 청산 업무를 제도화하기 보다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법에 따른 금융결제원 중앙관리기록기관을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은행 책임 안지고 권한만 주장...빅테크 금융사고에 대한 선제 대비"


금융위는 한국은행의 이 같은 주장은 금융안정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 기관이 권한만 고집하고 책임은 안지는 행태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빅테크의 플랫폼 속에서 금융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내부 거래에 대한 감독·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이한진 전자금융과장은 "카카오톡서 카카오페이를 통해 수많은 거래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 종합지급결제사업자의 감독과 관리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며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라이선스를 받은 빅테크에게 은행의 영업점처럼 일 단위로 시재를 보고하라고 하면 아예 인가를 받지 않아버리는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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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장은 "국제결제은행(BIS)이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대한 보고서를 내는 등 빅테크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안정적인 디지털 금융을 위해서 한국은행의 권한과 겹치는 부분이 있더라도 금융안정을 꾀하기 위해 서로 의견을 좁히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위 이형주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청산 시스템 운영이 왜 지급결제시스템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인지 한국은행의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며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자금 이체 등에 사전 승인을 해줄 경우 지급결제시스템 안정성이 높아지는데 한국은행은 이 부분에 제대로 답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협상 재개의 여부에 대해 이 단장은 "한국은행과 부딪히는 내용에 관해 여러 차례 내용을 제안했다"면서 "권한만 갖고 책임을 지지않으려는 태도보다는 신의성실하게 협상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