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관 ETRI, AI 아카데미 100일 운영해보니…

[인터뷰] 한동원 ETRI AI아카데미 교육위원장

컴퓨팅입력 :2020/11/25 14:15    수정: 2020/11/25 14:23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 7월 원내직원 교육을 위해 인공지능(AI)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내부 AI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지 100일을 넘긴 가운데 기관 내외부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ETRI의 AI 아카데미 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동원 연구위원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AI아카데미 온라인, 오프라인 교육에 100여일 간 340명이 참여했다”며 “원내 재직자 대상교육을 진행하고 프로그램을 정비해 내년 사반기 이후 외부 공공기관과 정부출연연, 지자체 공공기관, 비영리단체 등에 아카데미 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원 연구위원은 “교육 프로그램은 내부의 AI 개발 역량을 높이는 것과 다양한 산업 특화 기술에 AI를 적용하는 것으로 트랙을 나눴다”며 “교육체계는 수준, 역량 별로 구분하고 부서장 대상의 전략교육, 실무진의 수준별 전문과정, 전문강사 육성을 위한 고급과정 등 5개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동원 연구위원

ETRI는 연구기관이다. 우수한 인재를 채용해 정부 차원의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때문에 연구기관이 교육기관 역할을 포함하는 건 나름의 큰 도전이었다. 도전의 계기는 AI 인재 확보의 어려움이란 근원적 요인이었다.

한 연구위원은 “최근 몇년 사이 AI 관련 정부 연구개발(R&D) 사업 수요가 많아지고 산업체 요청도 늘면서 내부 인적 자원이 한계치에 달했다”며 “이에 연구원 직원을 재교육하고 AI를 다른 분야에 적용해 새로운 융합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를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 AI 아카데미를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AI 아카데미의 프로그램 구성에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엔비디아의 협력이 있었다. 특히 AWS는 다양한 AI 시스템을 쉽게 구축할 수 있는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관련 교육 콘텐츠를 제공했다.

한 연구위원은 “AWS와 공동으로 머신러닝 및 딥러닝 분야를 위한 5일짜리 코스의 온오프라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AWS에서 이미 많은 것을 제공하고 있어서 단기속성과제처럼 운영했는데 AWS의 알고리즘, 프레임워크, 데이터, 툴 등을 이용해 현업에 적용하고 실무에 활용하는 역량을 키우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AWS를 파트너로 선택한 계기는 ‘검증’ 여부였다. 고위험 프로젝트라도 모험할 수 있는 연구사업과 달리 교육 사업은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검증된 콘텐츠를 도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콘텐츠, 강사, 커리큘럼 등이 검증된 것이어야 그를 들은 사람이 현업에서 배운 것과 다르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며 “AWS는 데이터세트, 컴퓨팅, 알고리즘 및 소프트웨어 등에서 검증됐기 때문에 ETRI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걸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AWS의 교육과정을 수강한 뒤 ETRI 직원 사이에서 강한 지적 욕구가 만들어진 모양이다. AWS의 여러 프로그램에 ETRI에서 수행했던 프로젝트의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제기됐다. 이에 향후 학습 데이터를 강화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연구위원은 “모든 커리큘럼을 ETRI 자체적으로 만들 수 없으니 MOOC나 AWS의 여러 온라인 교육과정을 활용하되, ETRI의 폭넓은 R&D 범위 속에서 연구원에 필요하면서 국내외에 없는 분야는 직접 만들어 심화과정을 운영했다”며 “수행 프로젝트에서 보유한 기술과 결과물로 교육하는 과목을 만들었고, 해당 프로젝트 참여 직원이 강사로 참여해 교육한다는 게 큰 차별점”이라고 덧붙였다.

ETRI AI 아카데미 교육 체계도

교육체계를 구체적으로 만든 만큼 참여하는 직원의 구성도 다양하다. IT전공자를 위한 실무 교육은 기초 공통, 전문, 심화 등으로 운영하고, 부서장과 IT비전공자도 참여했다. 최근 강사 육성 프로그램으로 키워낸 직원을 전문강사로 인사발령해 수강자의 멘토 역할을 하도록 했다. 다양한 ㅍ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연구원들이 교육을 듣고 나서 직접 커뮤니티를 꾸리고, 후속 연구에 도전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의 우수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외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ETRI의 심화 과정을 공유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한 연구위원은 “대학이나 외부전문 교육기관에서 ETRI AI 아카데미의 심화과정 교육 콘텐츠를 공유하고, 전문강사도 파견해줄 수 있는지 물어온다”며 “기존 교육기관이 이론 중심 강의에서 강했더라도 실무에 적용 가능한 교육을 강하게 원했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형 교육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흥미로웠던 사례 하나를 언급했다. 기획행정부서 직원이 파이썬 프로그래밍 교육을 들었다는 것이다. 첫 과정을 이수하고, 다음 과정을 들으려하는데,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유사 데이터 정리 작업을 자동화하는 개발을 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그는 “실험적으로 프로그램을 짜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또 다른 과목으로 수학과 데이터 시각화를 공부해야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본인의 필요에 의해 비전공자면서 업무적용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긍정적 효과”라고 전했다.

AI 아카데미 이수와 수료까지 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교육위원회가 개인마다 학습경로를 설계해 주지만, 강의를 듣고 이수하는 건 각 개인의 몫이다. 정해진 과목을 다 이수해 최종 수료하기까지 1년 정도가 예상된다. 위원회 측은 교육 참여자의 출석과 성취도를 감독한다. 시험을 보기도 하며, 출석률이 70% 미만이면 미이수로 처리하기도 한다. MOOC 과정에서 유료 인증서에 비용을 대신 내주고, 대신 인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돈을 회수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프로그램은 시니어 교육과정이다. 정년퇴직이 임박했거나 퇴직 후 재근무하는 고경력자에게 AI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의 수강자는 모두 AI를 제외한 통신, 방송, 반도체 등의 잔뼈굵은 전문가다.

한 연구위원은 “12주짜리 시니어 코스는 각 도메인의 전문가에게 AI 관련 교육을 하는 것으로 직무전환 프로그램으로 불린다”며 “퇴직 후 제2의 계획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줌으로써, 그 사람이 자신 지식에 AI를 접목해서 외부 활동을 하게 하거나, 차후 강사로 재임용도 가능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곧 이 과정이 끝나는데 결과를 보고 분야와 대상을 더 확대할 생각을 갖고 있다”며 “얼마나 교육효과를 거둘지, 수강자가 수료 후 기대수준을 충족할 것인지 모두 결과를 궁금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연구위원은 “직원 교육은 변화와 도전에 대한 투자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사내 교육 사업의 성격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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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교육은 개인과 회사에게 하나의 새로운 도전 기회”라며 “그것을 통해서 전과 후가 많이 바뀔 것이므로 두려워하지 말고, 열심히 참여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의 성과는 얼마나 참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ETRI에게 교육은 인력을 받아 인재로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