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전동킥보드...시민들 발 될까, 발등 찍을까?

[백기자의 e知톡] "사용자 안전이용과, 사업자 자발적 안전책 마련 시급”

인터넷입력 :2020/11/24 12:31    수정: 2020/11/24 17:25

몇 년 전부터 길거리에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부쩍 늘었습니다.

특히 올해 5월 전동킥보드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공유형 전동킥보드 사업자들이 앞 다퉈 사업 확장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 때문에 골목 곳곳에 세워져 있는 전동킥보드와, 이를 이용해 이동하는 사용자들을 자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전동킥보드 사용 기준을 완화한 개정안이 다음 달 10일부터 시행되면서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가뜩이나 위험천만해 보이는 전동킥보드 사용 연령 기준을 낮추고, 안전모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아도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니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길거리에 세워진 공유형 전동킥보드

또 원동기처럼 차도로만 달려야 했던 전동킥보드 이용 제약이 자전거도로까지 확대되면서 이 역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국내 도로 환경을 보면 자전거도로와 인도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전동킥보드가 자전거와 부딪치거나 인도를 걷는 행인을 덮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또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보험 처리 문제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도대체 이 법 개정안을 누가 발의했고, 누가 통과시켰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2종 보통 혹은 원동기 면허를 소지한 만 16세 이상’만 이용 가능했던 규정을, ‘면허 없이도 만 13세 이상’이면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 제약을 완화한 것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모빌리티 업계는 현행법상 25km 속도 제한으로 차도에서만 달려야 하는 전동킥보드와 관련한 규제 개선을 요구해 왔습니다. 속도는 낮게 제한하면서 빠르게 달리는 차량과 함께 차도를 달리도록 한 현행법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나아가 산업 육성을 위해 과도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전동킥보드 이용 자격 완화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지디넷코리아+오픈서베이).

지디넷코리아와 모바일 설문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지난 달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은 전동킥보드 안전 문제에 대해 ‘심각한 수준’이라 답했습니다. 또 3명은 ‘경각심을 가져할 정도의 문제’라고 인식했습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른 사용 자격 완화 조치에는 88.9%가 “우려스럽다”는 부정적인 답을 했습니다. 거리 곳곳에 주차된 공유킥보드에 대한 질문에도 10명 중 6명이 “불편하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는 보기를 골랐습니다.

사회적 우려가 커지자 전동킥보드 업체들은 안전 캠페인과 보험 범위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하며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이용 가능 연령을 기존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곳도 등장했습니다. 공유형 전동킥보드 업체들이 힘을 모으고 스타트업 협회의 지원으로 이제 겨우 물꼬를 튼 공유킥보드 사업이 시민들의 불안감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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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 안전한 사용을 위한 캠페인 행사(제공=빔)

공유형 전동킥보드는 개인 차량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애매한 지역으로 빠르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분명한 강점이 있습니다. 자전거보다 부피가 작아 편리하고, 더 빠른 이동이 가능한 점도 매력적입니다. 서로의 안전을 생각해 정해진 규칙대로만 이용한다면 전동킥보드는 시민의 또 다른 편리한 이동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충전된 전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환경오염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고서도 인도 위를 빠르게 달리거나, 여럿이서 한 대의 전동킥보드에 탑승한다면,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 한복판에 전동킥보드가 무분별하게 주차돼 있다면 이전보다 더 강한 규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사용자들의 각별한 주의와, 사업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안전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