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수소충전소 예정지 두고 갈등..."주민 모르게 설치"

수소전기차 월별 보급대수 2위 강남구, 수소충전소 수는 ‘0’

카테크입력 :2020/11/23 15:23

수소전기차 월별 등록 기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 서울 강남구 내 수소충전소 구축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부 주민들의 충전소 구축 반대 목소리가 거세 지자체가 힘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디넷코리아는 23일 서울 시내 수소충전소 예정부지 중 한 곳인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 인근을 찾았다.

수소에너지네트워크는 지난해 8월 해당 부지에 수소충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서울시에 부지 일부 구간 점용 계획서를 냈고, 서울시는 이를 승인, 강남구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단계까지 왔다. 승인을 받고 나면 올해 7월 일원동 수소충전소가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현재까지 큰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주민 반대다.

23일 일원동 수소충전소 예정부지 근처에는 ‘탄천물재생센터 내 수소충전소 반대 일원주민회’ 명의의 현수막이 부착됐다.

이 현수막에는 수소충전소 예정부지를 소개하면서 ‘알고계시나요? 주민도 모르게 설치 예정인 #수소충전소’ 문구가 실려있다.

수소충전소 구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일부 일원동 주민 제작 현수막
2020년 11월 23일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 인근 수소충전소 예정부지 현재 상태

‘탄천물재생센터 내 수소충전소 반대 일원주민회’ 일부 구성원들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소충전소 설립 반대 운동을 펼쳤다.

이들은 “수소에너지와 충전소 안전성에 대해 주민 대다수가 우려하고 있다”며 “일원동 지역에는 이미 하수처리시설, 쓰레기소각장 등 기피시설들이 들어서 있고, 이로 인한 여러 불편을 안고 살고 있다. 일원동 주민에게 님비현상을 운운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수소충전소에 대한 기준과 법령도 아직 채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도심 주거지 인근에 일단 빨리 짓고 보자는 일 처리는 누구라도 공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디넷코리아가 현장을 점검해본 결과, 충전소 예정 부지부터 약 2km 정도 거리에 아파트 단지 두 곳이 위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전소 주변에는 공영주차장, 자동차 수리시설, 카페, 패스트푸드 점 등 상업 시설만 가득했다.

주민 반대가 심해지면서 수소에너지네트워크는 백기를 들었다. 서울 강남이 아닌 다른 지역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소에너지네트워크가 손을 놨지만, 아직까지 일원동 수소충전소 구축 사업은 현재진행형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일원동 수소충전소 구축 사업 중단은 현재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도 해당 충전소 구축에 대해 여전히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수소에너지네트워크가 아닌 제3자가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때 현대차가 일원동 수소충전소 설치를 위한 규제 특례 허가를 신청했지만, 이후 현대차의 움직임은 아직 감지가 안된 상태다.

강남구 관계자는 “우리 지역도 수소충전소 설치를 위한 주민설명회를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 코로나19 상황이 해결되지 않아 언제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초구청은 24일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 허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허가를 내리면 서울시는 빠른 시일내에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을 위한 공사에 나설 수 있지만, 불허할 경우 양재수소충전소는 폐쇄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서초구청은 서울시 관계자들과 수소충전소 구축에 반대하는 인근 주민 10여명을 불러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한 별도 간담회를 최근 열었다. 서울시는 강남구와 서초구의 수소전기차 보급 현황을 예로 들어 양재수소충전소 구축 필요성을 전달했지만, 주민들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간담회는 서로간의 이견만 확인한 채 성과없이 종료됐다.

지디넷코리아가 20일 확보한 10월 서울시내 자치구별(25개) 수소전기차 신규등록대수에 따르면, 전체 1천431대 중 서초구가 150대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가 121대로 2위를 기록했고, 강동구가 116대로 3위, 송파구가 109대로 4위를 기록했다. 올해 서초구와 강남구는 월별 수소전기차 등록 현황에서 유난히 높은 기록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강동 수소충전소 앞에 정차된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현대차)
지디넷코리아가 21일 찾은 양재수소충전소 모습. 현재 노후화된 수소충전기가 사라진 모습이 확인 된다.

서울 시내에는 양재를 포함해 상암, 여의도 국회 앞, 강동 등 총 4개의 충전소가 있다. 이중 여의도 국회와 강동은 유료 충전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까지 승압공사 과정을 거친 상암충전소는 올해 연말까지 예약제로 운영되며 무료 충전이 이뤄지고 있다.

양재수소충전소는 서초구청의 허가가 이뤄지면 내년 1분기 내 정상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구 내에는 현재 수소충전소가 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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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에 거주하고 있는 한 수소전기차 오너는 최근 정순균 강남구청장을 대상으로 한 민원글을 통해 “수소충전소는 오히려 일반 주유소보다 안전하다”며 “중앙정부에서도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수소전기차를 보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강남구는 친환경차EV차 FCEV 수소전지차 보급과 인프라 구축에 어 노력을 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아직까지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이 민원글에 대한 답변을 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