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국적 항공사 이대로 가면 공멸…대한항공·아시아나 합쳐야"

"조원태 한진 회장, 윤리경영 확약…구조조정도 없을 것"

금융입력 :2020/11/19 18:11    수정: 2020/11/19 18:12

"이대로 가면 국적 항공사는 공멸한다. 국내 항공업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통합을 바탕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9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 같이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은 국내 항공업의 생존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자,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동걸 회장은 "한 때 우리나라의 빅2 항공사가 서로 경쟁하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코로나19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선 유효하지 않은 명제"라면서 "유럽과 미국 항공업계의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가운데, 국내 항공업도 합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만이 지각변동 속에 살아남는 길"이라고 진단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산업은행)

또 "시간이 지연될수록 항공업에 투입해야 하는 비용은 늘어나고 그만큼 정상화도 어려워진다"며 우회적으로 통합에 반대하는 이해관계자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이동걸 회장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둘러싼 평가와 그룹 내부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잘 알면서도 이번 거래를 강행한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이 끝나길 기다린다는 것은 결국 두 회사가 모두 망한 다음에 항공업을 재편한다는 얘기인데, 국책은행으로서 책임 회피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진해운이 파산했던 4년 전 일을 거론하며 "HMM(옛 현대상선)이 노력 끝에 정상화의 길에 접어들었지만, 양사가 함께 있었을 때의 시장점유율을 따라가지 못한다"면서 "지금은 하나의 회사에 집착할 게 아니라, 두 개 회사를 합쳐 능력을 키우는 것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진 오너가(家) 지원 의도 아냐…견제장치도 확보"

이날 산업은행 측은 가장 먼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항공업 구조 재편으로 기간산업을 보호하려는 취지란 입장을 재확인했다. 단순히 한진그룹 계열주 일가를 지원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얘기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난항을 겪고,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항공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고민했다"면서 "그 결과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산업재편을 시도하겠다는 결론을 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금처럼 양사 체제를 유지하면 2021년말까지 4조원 이상이 필요하고, 아시아나항공 출자전환 등으로 인한 채권단의 손실이 우려된다"며 "반면 대한항공에 대한 유상증자를 조속히 시행하면 추가 자금 투입과 정책자금 지출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뉴스1)

아울러 "조원태 회장은 1천700억원 규모의 한진칼 보유 지분 전체를 이번 계약 이행을 위한 담보로 제공했다"면서 "산업은행은 경영평가를 통해 통합을 추진하는 한편, 성과 미흡 시 담보 주식을 처분하고 경영일선에서 퇴진시키는 등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부과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계약을 통해 한진칼 계열주의 윤리경영을 감시하고자 위약벌 5천억원과 손해배상 등 견제장치를 마련했다"며 "필요 시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과 한진칼이 인수할 대한항공 신주(7천300억원 규모)를 임의 처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칼이 그 책임을 부담할 것이란 일각의 주장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서 "한진칼은 위약벌과 손해배상엔 전혀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 통합을 추진한 배경을 놓고는 "지난 20년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항공사는 합종연횡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네트워크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국내 국적항공사는 경쟁력이 열위한 상태"라며 "정책자금 추가 투입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한다 해도 이후 경영정상화나 정책자금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금까지 3조6천억원의 정책자금이 투입됐고, 내년에도 1조7천억원의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해 과거 일본항공(JAL) 사례와 같은 국가항공운송체계 붕괴가 우려된다는 의미다.

“거래 당사자는 한진칼과 조원태…3자연합은 실체 없어”

동시에 산업은행 측은 이번 거래의 상대방은 한진칼이며, 이행을 담보하는 인물은 대표이사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조원태 회장과 대립해온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합병을 반대하는 데 대한 발언이다.

최대현 부행장은 "거래 상대방은 한진칼이며,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의 대표이사이자 한진그룹의 동일인 지위에서 한진칼의 의무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거래 당사자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뉴스1)

이어 "반도건설과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3자 연합과 관련해선 그 실체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항이 없고, 이들이 한진칼의 경영권을 보유하지도 않았다"며 "국책금융기관으로서 이런 중대한 사안을 처리하는 데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상태로 진행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물론 "3자연합이나, 다른 주주와도 통합 국적항공사의 건전·투명 경영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선 함께 뜻을 나누고 협의해 나가겠다"며 대화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양사 점유율 66% 수준…경쟁당국 합리적 판단 기대"

산업은행은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선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최대현 부행장은 “양대 국적항공사와 LCC(저비용항공사)의 점유율(2019년 기준)을 합산하면 국내선의 경우 19년 기준 FSC(대한항공·아시아나) 42%, LCC(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24% 등 전체 합산 66%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여 년간 해외 주요 항공사가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1국가 1국적항공사 체제로 재편해 왔다”며 “일부 조정 등 조건부로 인가한 사례는 있으나, 항공사간 기업결합거래를 관계당국이 불허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적 항공사의 생존위기, 국내외 LCC와 외항사와의 경쟁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공정위와 각국 규제 당국이 판단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울러 KCGI가 한진칼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에 대한 질의엔 "거래의 취지와 중요성, 항공업 종사자가 처한 절박한 상황 등을 감안해 통합작업은 준비된 일정과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법원의 가처분 인용 시 거래는 무산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차선의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양대 항공사의 경영정상화 작업을 계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귀띔했다.

"한진, 아시아나 고용승계 약속…구조조정 없을 것"

이밖에 산업은행은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고용안정을 약속했다는 점도 거듭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임직원이 합병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관련기사

최대현 부행장은 "투자합의 시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과 그 자회사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확약했다"며 "구체적으로는 통합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직원 전원을 승계함으로써 직원의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향후 세부적인 통합 이행방안 마련을 위한 PMI(인수 후 통합 전략) 계획 수립 시 고용유지 방안을 주요 사항으로 다룰 예정"이라면서 "아시아나항공 직원의 불안을 이해하고 있으며 고용안정 관련 사항들이 잘 준수되고 이행되는지를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