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앱스토어 수수료 인하, '명분과 실리' 다 챙겼다

개발자 98%가 수혜 대상…매출 손실 최소화하면서 인심 얻어

홈&모바일입력 :2020/11/19 09:20    수정: 2020/11/19 14:5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이 18일(현지시간) 앱스토어 수수료를 파격 인하했다. 연간 매출 100만 달러를 밑돌 경우 인앱결제 수수료를 15%만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애플은 정기 구독자 수수료는 이듬해부터 15%로 낮춘 적은 있지만 기본 수수료 30%에 대해선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 그랬던 애플이 갑작스럽게 수수료 인하 카드를 들고 나옴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앱스토어에서 인앱결제로 연간 매출 100만 달러 이상 벌고 있는 앱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앱 개발자 절대 다수가 이번 정책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규모에 비해 애플의 실제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애플 입장에선 '큰 돈 들이지 않고 인심을 얻는' 정책인 셈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사진=씨넷)

중소기업 프로그램 지원 프로그램 일환…대상자가 직접 신청해야 

앱스토어 중소기업 프로그램(App Store Small Business Program)으로 명명된 이번 정책은 2021년 1월부터 시행된다.

15% 수수료 적용을 받기 위해선 애플에 직접 신청해야 한다. 수수료 인하 기준은 전해 매출이다. 매출이 100만 달러를 상회하면 자동으로 30% 수수료로 전환된다.

이번 조치는 애플이 2016년에 단행한 앱스토어 구독 수수료 인하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당시 애플은 12개월 이상 정기구독 할 경우 이듬해부터는 인앱결제 수수료를 15%로 인하했다.

지난 해 애플의 앱스토어 매출은 총 500억 달러였다. 이 중 개발자들이 가져간 70%를 제외한 150억 달러가 애플의 수익이다.

(사진=씨넷)

앱스토어가 애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치로 드러난 매출 이상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공을 들이고 있는 서비스 매출의 핵심 축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앱스토어 수수료를 파격 인하한 것은 상당히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이번 수수료 인하 조치는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효과는 극대화’ 할 수 있는 정책으로 볼 수도 있다.

작년 앱스토어 순매출 150억 달러…수수료 인하로 7억5천만 달러 감소   

애플은 앱스토어에 등록한 2천800만개 앱 중 수수료 15% 인하 조치의 영향을 받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또 이번 조치로 앱스토어 매출이 얼마나 줄어들 지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이 궁금증은 앱 분석 전문회사인 센서타워가 풀어줬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인앱결제 수수료를 내고 있는 업체 중 98%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부분은 “절대 다수가 앱스토어 수수료 인하 조치의 영향을 받을 것”이란 애플의 설명과 일치한다.

하지만 앱스토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센서타워는 15% 수수료 적용을 받을 98% 개발자들이 지난 해 앱스토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라고 분석했다.

작년 앱스토어 매출 500억 달러 중 애플이 수수료가 챙겨간 것은 150억 달러였다. 따라서 연매출 100만 달러를 밑도는 98% 개발자들이 애플에 지불한 수수료는 7억5천만 달러 남짓한 수준이란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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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수수료가 15%로 인하될 경우 애플은 대략 3억7천500만 달러 가량의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작년 애플의 연간 매출이 2천600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무시해도 될 정도 수준이다.

결국 애플은 ‘앱 연간 매출 100만 달러’란 절묘한 기준을 통해 매출 손실은 최소화하면서 수혜 대상은 극대화하는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